핵무기,재래식 군비경쟁... 소련의 전철을 따르는 北
김정은의 ‘군사강국’ 집착, 인민을 파국으로 몰고 가

김명성 기자 
김명성 샌드타임즈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또다시 군사력 강화에 나섰다. 이번에는 탱크 공장이다. 불과 얼마 전에는 5천 톤급 다목적 구축함 ‘최현호’를 진수하며 원양 해군의 꿈을 선언하더니 이번엔 무릎까지 꿇고 탱크 내부를 들여다보며 “2차 장갑무력 혁명”을 외쳤다. 그의 ‘군사강국’ 집착이 절정에 이른 모습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은 지금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 뱁새의 처지다. 핵무력 완성 이후 인민경제에 집중하겠다던 약속은 자취를 감췄고, 군사력을 앞세운 선군노선의 부활이 노골화되고 있다.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던 2012년의 다짐은 빈말이었다.

북한의 2023년 명목 GDP는 약 40조 원으로 남한의 60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1척 건조에 1조 4천억 원 연간 유지비는 300억 원이 든다. 김정은이 ‘최현호’급 구축함을 3척 이상, 여기에 핵잠수함, 순양함, 호위함, 군수지원함, 해상초계기까지 갖춘 원양함대를 구성하려면 어림잡아 10조 원 이상이 소요된다. 북한의 경제 형편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순양함도, 호위함도 더 건조하겠다”고 공언한다. 나아가 서해·동해를 벗어나 서태평양까지 진출해 미국 증원전력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놨다. 망상이 따로 없다.

문제는 이 같은 전략이 냉전 시기의 소련이 걸었던 파멸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 몰두하다 몰락한 소련과 달리, 중국은 핵 보유 이후 1978년 개혁개방을 선택하며 경제에 집중했다. 김정은은 어느 길을 택하겠다는 것인가?

북한은 지금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 중국산 부품 조달로 미사일과 장갑차는 조립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산업 기반과 재정 역량이 없다. 게다가 수십 년째 포탄도 자체 생산이 어려워 화약과 금속을 밀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핵무기로도 재래식 전력으로도 ‘진짜 전쟁’을 감당할 국력이 없다.

“모든 전함과 모든 로켓은 궁극적으로 굶주린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것이다. 무기 한 기의 비용은 수만 명을 위한 주택, 학교, 식량으로 대체될 수 있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1953년에 한 발언이다. 

지금 북한의 현실은 이 경고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무모한 핵 개발로 외자 유치는 멀어졌고, 주민 생계의 최소 기반인 시장조차 탄압하며 실효성 없는 ‘해외작전 해군력’ 건설에 천문학적 자원을 퍼붓고 있다. 이것이 과연 ‘이민위천’인가. ‘인민대중제일주의’인가. 오히려 체제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자해 행위에 가깝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묻는다. 북한 주민들이 지금 정말로 필요한 것이 탱크와 전투함인가. 전투기보다 쌀과 전기, 병원이 더 절실하지 않은가?

이대로라면 북한은 한국과의 재래식 군비 경쟁에 휘말려 또 다른 ‘안보 딜레마’를 유발하게 된다. 북한이 탱크를 개발하면 한국은 더 정밀한 전차를 만들고 북한이 해군력을 키우면 한국은 항공모함급 대응에 나설 것이다. 끝없는 군비 경쟁은 한반도 모두의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길이다.

김정은 정권은 지금이라도 무모한 군사우선주의 노선에서 벗어나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는 ‘정상국가의 길’로 전환해야 한다. 황새를 흉내내다 가랑이 찢어진 뱁새의 신세를 면하려면 국방 우선 정책이 아니라 경제우선 정책으로 가야한다.

김일성의 병진노선과 김정일의 선군노선이 경제를 망치고 북한을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시킨 전철을 그대로 답습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경제 우선주의 정책이야 말로 북한 주민의 삶을 지키는 길이며 한반도 전체의 평화를 지키는 진정한 ‘혁명’이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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