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양국 잇는 교통로는 두만강 철교 뿐…내년 말 완공
- 북러 밀착 경제적 효과보다 中의 대북 압박 불러올수도

러우전을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에 군수물자를 제공하며 얻는 경제적 효과는 30억 달러(약 4조3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의 한 해 예산이 100억 달러 수준임을 고려하면 '러시아 특수'인 셈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양국을 잇는 두만강 자동차 다리 착공에 들어가는 등 밀착 관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와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 얻는 경제적 효과보다 중국의 대북 압박을 불러와 오히려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북러, 북중 간 교역 인프라 현황을 보면 세관은 러시아가 1개인 반면 중국은 15개다. 항만 부두는 러시아 3개, 중국 10개다. 그리고 국경 교량은 러시아 1개, 중국 17개다. 교역 인프라 측면에서 북중 관계가 압도적인 셈이다.
북러는 두만강 하구에서 동해에 이르는 16.93㎞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두 나라를 잇는 교통로는 흔히 두만강 철교라고 불리는 ‘우정의 다리’ 하나뿐이다. 이 다리는 6.25 전쟁 중이던 1952년 나무다리로 처음 만들어졌다가 1959년 8월 철교로 개건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양국 사이에는 북한의 두만강역과 러시아의 하산역을 기차로 오갈 수 있는 철교가 있지만 자동차용 다리는 없다. 북러 간 자동차용 다리가 없어 2021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양국을 오가는 기차 운행이 중단되자 러시아 외교관들이 철로에 놓인 수레를 타고 본국으로 복귀할 정도였다.
교통로는 곧 교역 인프라의 반영이며, 이는 교역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023년 기준 북중 교역 규모가 22억9437만 달러인 반면 북러 교역 규모는 344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한 듯 러시아와 북한은 지난달 30일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와 박태성 북한 내각 총리가 참석한 화상 착공식에서 두만강을 가로질러 러시아와 북한을 연결하는 자동차 다리 건설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슈스틴 총리는 "러시아와 북한 관계의 진정한 이정표"라며 "이 공사는 단순히 엔지니어링 작업을 넘어 우호적이고 선린적인 관계를 강화하고, 지역 간 협력을 확대하려는 공동 열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리가 완공되면 기업의 운송 비용을 절감해 다양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돼 북러 간 무역·경제 협력이 확대되고, 관광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 총리도 이 다리가 깨질 수 없는 북러 간 우정을 상징하는 영원한 역사적 기념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동차 다리 건설로 인적 교류와 관광, 교역 등 협력이 더욱 발전할 수 있게 된다며 북러 관계에 새로운 성장의 추진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착공하는 다리는 총 길이 850m로 기존 두만강 철교에서 강 하류로 415m 내려간 지점에 건설된다. 지난해 6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하면서 새로 지어지게 됐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교통부는 이 다리를 통과하는 자동차가 하산 검문소를 지나게 될 것이라며 "계획상으로 10개의 차선을 통해 하루 300대의 자동차와 2850명이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고, 그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월 교량 설계·시공 업체를 선정했다. 예상 공사 기간은 1년 6개월로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러 밀착이 북한 경제에는 오히려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러시아는 에너지와 식량 등 일부 물자를 상대적으로 넉넉하게 공급해주고, 약간의 '플러스 알파'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나라일 뿐 북한을 경제 발전의 길로 인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북러 밀착은 미국·유럽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하는 중국을 불편하게 만들어 결국 북러 협력이 일정 수준 이상 잡음을 내지 않도록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10년 이후 북한의 유일한 교역 상대국으로 남아있던 중국마저 대북 교역에 부정적으로 돌아선다면 아무리 북한의 등 뒤에 러시아가 있다고 해도 북한 경제가 입을 타격은 상당하다는 것이다./정구영 기자 cgy@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