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관계는 롤러코스트 비지니스 관계 ... 북중관계는 완만한 변화
장관 재직시 나진-하산 프로젝트 통해 남북러 경제협력 경험 축적
8.25 판문점 회담, 대한민국이 北을 무릎 꿇린 성공적인 협상 사례
북미 대화 계기로 남북 간 대화 공간 만들어 한반도 평화 환경 조성

“북러관계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북한의 군수 지원(탄약, 포탄 등)을 필요로 하면서 양국이 밀착하고 있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는 필요성이 줄어들고 관계도 느슨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역사적으로 보면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전략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비즈니스적 성격이 강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홍 전 장관은 2015년 3월~2017년 7월 박근혜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장관 재직 시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북러와 인연을 맺었다. 이 때문에 최근의 북러관계 변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본다고 했다.
홍 전 장관의 분석처럼 최근 러-우 전쟁이 종전협상 국면에 접어들면서 북러 간 밀착이 느슨해 지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의 방북 후 불과 4일 만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서기의 당일치기 방북(21일)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과정에서 북·러 관계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음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장관 퇴임 후 모교인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로 복귀해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는 홍 전 장관을 최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사무실에서 만나 북러 관계 등 한반도 정세전망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Q : 북러 관계 평가와 전망?
A : 역사적으로 북중관계 변화의 스펙트럼이 완만한 곡선이라면 북러관계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트 곡선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1945년 해방부터 6.25전쟁까지 북러(당시 소련)의 관계는 굉장히 좋았지만 북한이 흐르시초프의 스탈린 격하운동과 노선전환을 비판하고, 소련 주도의 사회주의 경제블록 ‘세브’ 가입에 반대하면서 악화됐습니다.
1970~80년대 양국 관계는 다시 회복됐지만 1990년대 초반 한국의 북방정책으로 한소수교가 이뤄지자 북한은 강력 반발했습니다. 한러관계 밀착에 북한은 러시아와 관계를 단절하다시피 했고, 2000년대 들어서야 양국 관계가 복원됐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격이 밀착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로서는 북한의 필요성이 줄어들게 되는데, 언젠가는 밀접한 관계가 다시 소원해질 수도 있습니다.
Q: 장관 재직 시 남북러 경제협력 프로젝트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얻은 경험은?
홍 :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와 북한이 협력하여 진행하는 물류 및 철도 프로젝트로, 러시아의 하산(Хасан)과 북한의 나진(羅津)을 연결하는 철도를 통해 화물을 운송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주로 러시아의 석탄 및 자원을 북한의 나진항을 통해 제3국(특히 중국, 한국)으로 수출하는 사업입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입니다. 당시 신뢰 프로세스의 핵심은 북한의 핵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강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대화를 완전히 단절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북한과의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작은 협력부터 시작해 신뢰를 쌓아가려 했습니다. 민간 교류와 협력 사업을 통해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장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작은 것부터 조금씩 협력을 해서, 협력의 연습을 통해서 서로 우리가 거래를 하면 도움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서 작지만 민간 교류부터 시작해 가능한 남북 교류와 협력 사업을 확대해나가려고 했습니다.
저희가 당시에 생각했던 것이 주변국과의 협력이었습니다.
북한이 남북한 직접 대화에 대해서 부정적이기 때문에 접경 지역에서 남북중 또는 남북러 삼각협력을 통해서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끌어내보자는 구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남북중(협력)은 실현이 되지 않았습니다.
남북중 간 신의주 등 북중접경 지역에서 북한의 경제특구와 연결해 ‘뭔가 해볼가’ 라는 컨셉은 정했지만 확실한 아이템이 없었고, 중국이나 북한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걸로 기억납니다.
다행히 러시아를 통해 나진-하산 지역에서 남북러 협력 사업을 시작하면 좋겠다는 구상은 실현됐습니다. 물론 북한이 처음부터 남북러 경제협력사업에 적극적이진 않았습니다. 북한은 남한과 경제협력 사업에 대해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러시아와 먼저 협력을 시작하고, 그걸 통해 북한을 조금씩 대화와 교류의 장으로 끌어내보자는 취지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가동됐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상당히 적극 적극적이었습니다.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과 국영철도회사 사장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통일부 장관인 저를 만나 ‘빨리 사업을 시작하고 활성화 시키자’고 했습니다. 극동개발에 관심이 많았던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톡에서 관련 회의를 여러번 개최하고, 한국과의 협력사업에도 굉장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빠른 진행을 원했습니다.
러시아는 남북러 관계가 잘 되면 철도 연결과 가스관 연결사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것 같습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석탄을 나진항을 통해 한국으로 운송하는 사업인데 시범운항이 몇차례 이뤄졌습니다. 실제 하산에서 생산한 석탄이 나진항을 통해 포항으로 들어오는 등 성과도 있었습니다. 성과도 있었지만 북한이 소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한국 기업들도 수익성이 맞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협력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시범사업만 두차례 추진되고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으로 전면 중단됐습니다.
아쉽게도 안 됐지만 어쩌면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했고 북한도 움직였던 좋은 선례였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정상회담도 많이 하고 기대를 했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습니까?
문재인 정부 때는 정상회담부터 시작해서 ’톱 다운’ 방식으로 접근했는데, 분위기가 좋아지고 많은 대화가 진행됐지만 결국 ‘하노이 회담’ 노딜 이후에 스톱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대북 민간 교류협력 사업을 하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문재인 정부 때는 정부가 다 했지 민간이 실제로 한 건 별로 없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 때 더 많이(민간 교류 협력을)했다’는 그런 얘기를하는 것도 제가 들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정상회담부터 하기보다는 아래에서부터 작지만 가능한 사업들을 조금씩 해보자, 그래서 북한이 그때도 처음에는 소극적이었지만 민간 교류라든지 소규모 대북 지원 사업에는 조금씩 응했었습니다.
당시에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 사업도 관계자들 얘기 들어보면은 그때가 제일 길게 개성에서 같이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발굴 사업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이 필요한데 하다가 사건이 생기면 중단됐다가 하기를 반복했지만 신뢰를 쌓기 위해 상당히 오랫동안 개성에 체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 우리 사회에 다시한번 통일의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홍: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고, 특히 젊은 세대가 통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고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제가 대학에서 통일 관련 수업을 하면은 정치학 전공 뿐만 아니라 교양 과목인데도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와서 듣고 또 애들한테 발표시키면 관심도 높고 잘합니다.
자기 나름대로 요즘 젊은 세대의 감각과 생각으로 발표를 잘합니다. 그래서 제가 느낀 거는 단순히 통일이 싫어서 관심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통일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관심을 보일 계기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현실적으로 통일 관련 여론조사도 실질적으로 남북 관계가 좀 좋아져서 대화가 이루어지면 금방 관심이 높아집니다. 또 제가 학생들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면 요즘 대학생들 특히 젊은이들이 통일에 대해서 관심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하는 행동들이 잘 이해가 안 가기 때문입니다.
계속 미사일 쏘고, 개성에 있던 연락사무소 파괴하고, 남쪽에 대한 위협 발언을 하는 것들이 요즘 젊은이들의 상식선에서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입니다. 한민족이지만 저런 북한과 왜 우리가 같이 살아야 되나? 이런 의문들을 좀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북대화가 시작되면 통일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2015년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 사건과 8.25 남북 고위급 회담의 전말
홍용표 : 2015년에 발생한 사건이니 벌써 10년이 되어 옵니다. 당시 상황은 북한이 목함지뢰를 설치해서 DMZ에서 근무하던 우리 장병들이 다리를 절단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우리정부는 북한의 소행임을 밝히면서 사과 및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이를 부인하며 강경하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우리정부는 군사적인 행동 대신 북한이 민감해하는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우리측을 향해 포탄을 날리고,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는 등 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켰고, 그런 정부의 모습에 대해 국민들도 상당히 많은 지지를 해주셨습니다.
결국 북한은 대외적으론 강경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뒤에서는 우리 측에 먼저 대화를 하자고 요구했습니다.
2015년 8월 무박 4일 간 남북한 고위당국자들이 판문점에서 만났습니다. 우리측에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제가 통일부 장관 자격으로 나섰고, 북한에서는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북한측 대표들에게 목함 지뢰 도발 사건은 명백히 북한이 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북측은 자기들이 안했다고 부인했습니다. 이렇게 양측이 옥신각신하다보니 격앙된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은 우리측이 제시한 명백한 도발 증거들에 마냥 발뺌만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앞으로 남북 관계가 잘 되고 평화로 가기 위해서는 미래로 향해 가야 되니까 과거는 덮고 가자’는 논리를 꺼내들었습니다.
북한의 궤변적 논리에 제가 ‘이건 과거가 아니고 현실이고 현재다. 우리 군인이 북한의 도발로 다리를 잃었고, 지금 우리 국민들은 엄청 화가 나 있다. 북측 대표들도 우리 언론 다 볼거 아니냐. 확실한 대북경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엄청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사과 없는 어떤 합의도 우리는 할 수 없고, 만약 합의를 해도 국민들이 인정 못한다. 그러니까 일단 인정하고 사과를 해라 그래야 그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라며 계속 압박 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이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면서 타협안을 제시했습니다. 종이에 써온 자기들의 안을 우리에게 보여줬는데 유감 표명 의지도 보였고 재발방치에 대한 내용도 있어 이 정도면 합의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구체적인 문안 작업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거의 이틀 정도 걸렸습니다. 결과적으로 6개항의 합의를 했는데, 북한의 요구를 우리가 받아준 것은 확성기 중단 하나였고, 나머지 5개항은 모두 우리의 요구가 반영됐습니다.
북한이 준전시 상태를 해제하고 목함지뢰 도발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데 이어 다시는 그런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나아가 우리가 요구한 이산가족 상봉, 민간교류 지속, 고위급 회담을 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습니다. 그래서 8.25 판문점 회담은 남북관계에서 대한민국이 북한을 무릎 꿇린 성공적인 협상 사례로 꼽힙니다.
당시 북한의 제일 큰 목표는 대북 확성기 중단이었습니다. 대북확성기 방송에서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김정은에 대한 비판도 많이 했기 때문에 그것을 무조건 멈춰야 된다는 굉장한 압박감을 갖고 판문점에 나왔고. 결국 목표 실현을 위해 타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물론 과거에도 북한이 도발을 해놓고 유감표명을 한 사례도 있지만 두루뭉실하게 ‘그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한반도의 불행한 사태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8.25 회담 때는 자신들이 저지른 목함지뢰 도발로 인해 빚어진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명확히 합의 문구에 명시됐습니다.
Q: 김정은의 ‘두개국가론’에 대한 평가와 전망
홍: 김정은이 2개 국가론을 내세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고, 저는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이 다 있다고 생각 합니다. 저는 가장 큰 배경은 김정은이 핵을 가진 국가로 인정 받고 싶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봅니다. 겉모습은 굉장히 공세적이지만 속내는 결국 김정은 체제 유지의 목적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 젊은이들의 한류 열풍 때문에 대남관계를 적대관계로 규정하고 완전히 단절한 것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이 핵 보유국의 자격으로 미국과 대화하고 싶고, 한국은 더 이상 북한 일에 끼어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줄 수도 없고, 미국도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공인받을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국면전환을 위한 대화에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 대화를 위한 여러 가지 전략이 필요하지만 강한 대북 압박은 계속 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교류가 필요하지만 지금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대화를 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그건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북한이 원하던 핵 보유국 지위를 얻었다고 생각할 경우 힘을 가진자의 위치에서 우리를 압박하려 할 것입니다. 소위 대남갑질을 하려고 들것이기 때문에 절대 그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오히려 대화를 하더라도 자기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도를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협상력은 굉장히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의 대화는 우리 국익 차원에서 너무나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과 협력을 통해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비핵화를 위한 조치들이 만들어졌을 때 뭔가 대화가 시작될 수 있고, 그래야 그다음에 조금씩 발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Q: 올해 광복 80주년과 6.25전쟁 발발 75주년의 맞으며 우리의 통일비전은?
홍: 제가 장관 시작했을 때가 광복 70주년이었는데 벌써 80주년 됐습니다. 또 올해는 6.25 전쟁 75주년인데 결국 우리는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을 겪었고 이후에도 75년 간 굉장히 불안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한쪽에선 평화가 더 중요하다고 얘기 합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아예 통일하지 말자’는 주장까지 나오는데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사회 일각에서도 북한의 주장대로 두 국가로 가면 평화적 공존이 가능하고, 남북한이 더 평화로울 것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평화는 분명히 중요합니다. 당연히 우리가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야 되고 평화롭게 통일을 해야 되고 통일 이후에도 평화로워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평화공존론을 들고 나온 사람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서로 그냥 두 국가로 인정했을 때 좀 더 평화로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통일을 얘기하지 않아야 평화로울 수 있는 주장들을 하는데 저는 그 주장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지난 80년간 통일을 이야기해 왔고, 우리 헌법에도 통일의 사명과 통일정책의 방향이 자유민주주의에 따른 평화적 통일을 해야 된다는 것이 분명히 들어 있고 그렇게 추진해왔습니다. 그 과정에 갈등이 생기고 대립으로 간 적도 있지만 극복하고 대화하고 평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통일을 얘기하면 마치 흡수통일인 것처럼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통일을 얘기할 때도 북한이 원하면 대화를 했고 또 우리가 뭔가를 제안하면 북한이 받아서 평화를 만들고 교류 협력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상황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마치 통일을 포기해야만 평화가 오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이분법적인 갈등이 심해지다 보니 평화와 통일까지 갈라치기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봅니다.
평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평화가 좋은것이고, 통일은 별로 급한 것도 아니니 통일하지 말고 그냥 평화롭게 지내면 되지 않냐고 얘기 합니다. 그러나 저는 남북간에 평화롭게 지내면서도 통일을 지향해야 하고, 통일이 되면 우리가 더 평화로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와 통일은 우리의 오랜 역사 속에서 많은 지도자들이 계속 해왔던 얘기들입니다.
민주당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다 통일을 얘기했고, 통일을 하자고 했습니다. 물론 그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이었습니다. 통일을 제쳐낸다고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당연히 평화와 통일은 같이 가야 된다고 봅니다.
물론 우리가 통일 만능주의에서도 벗어나야 합니다. 통일이 쉬운 일은 아니고 평화 속에서 천천히 만들어가야 되는 일입니다. 평화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평화를 강조하기 위해 통일을 체져두어서도 안됩니다. 광복 80주년을 기점으로 평화와 통일을 위한 노력을 한번 시작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Q: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미동맹과 북미관계 전망은?
홍: 한미 동맹과 관련해서는 방위비 문제 등이 당연히 제기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협상안을 잘 만들어서 잘 타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미 관계와 관련해서는 어떤식으로든 대화는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에 정상회담도 개최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정상회담이 개최되더라도 과연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어떤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미국도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것은 이것이 미국의 지금 세계 전략 중에 굉장히 중요한 한 축인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초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은 '뉴클리어 파워'라는 표현을 쓰니까 논란이 있었는데 미국 정부에서 바로 북한 핵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고, 지금도 그 정책은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의 북미 관계를 이야기할 때 2019년 하노이 회담이 깨진 직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과 나눈 북핵 관련 입장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거기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 안에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에 대한 입장과 여러 정책 방향들이 많이 나와 있다고 봅니다.
2018년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 회담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 깊이 알지 못한 상태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고,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북한이 어떤 나라이고 비핵화를 어떻게 해야 되는 가에 대해서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북한 비핵화는 핵이 없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에 영변 말고 굉장히 많은 핵시설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그래서 영변만 포기한 걸로 우리가 대가(제재해제)를 줄 수 없다는 얘기를 분명히 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합의를 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합의를 안 했다. 왜냐하면 그게 올바른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합의를 안 했다'라는 얘기를 분명히 합니다. 그리고 제재 해제의 필요성도 느끼지만 북한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는 제재를 해제 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에 북한의 핵 위협은 더 확대되어 왔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 보여주기 위해서 대화에 나설 수는 있지만 쉽게 함부로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저는 예상 합니다.
다만 만남이 이루어지면 그런 과정 속에서 북한은 어떻게서든 자기들이 핵 보유국이라는 주장을 할 가능성은 크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가 지금 정치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서 미국과 협의 채널에 제한이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우리의 안을 잘 만들어 대응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북미 대화에 대해 우리가 '코리아 패싱' 우려 속에 무조건 겁내고 안 된다는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우리가 미국이 원하는 바를 감안 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협의안을 만든다면 미국도 우리의 주장에 귀기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대화의 공간이 생겼을 때 대화를 통해서 북한의 핵 보유가 인정되지 않고 특히 우리의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고, 오히려 그 계기로 남북 간 대화를 만들어 감으로써 한반도에 평화로운 환경을 조성할 준비가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정리/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