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안보서 '빅딜' 시도?…상호 왕래 계기 무역 합의 마무리 관측
- 트럼프 공화당 재집권, 시진핑 사회 안정 위해 손잡는 전략적 협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내년 중 국빈 자격으로 미국 답방을 초청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 외교'가 가시화하면서 국제 정세가 커다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과 "매우 좋은 전화 통화를 했다"며 이 같은 대화를 했다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은 내게 내년 4월 베이징 방문을 초청했으며, 난 이를 수락했다"고 밝힌 뒤 "시진핑 주석은 내년 중(4월 방중 이후)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나의 손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에 미중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하는 '빅 이벤트'를 예고한 것이다. 다만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미 초대를 수락했는지에 대한 중국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직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시절인 2017년 11월 이후 8년여 만이 된다. 이보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2017년 4월 미국을 방문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당시 시진핑 주석의 방미는 국빈 자격이 아니었다.
이날 전화 통화는 한국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정상이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대좌한 이후 당시 합의 내용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통화는 3주일 전 한국에서 있었던 매우 성공적인 회담의 후속"이라며 "그때 이후로 미중 양측은 우리의 합의를 최신이자 정확한 상태로 유지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이제 우리는 큰 그림에 시선을 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와 중국의 관계는 대단히 강력하다"며 "우리는 자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으며, 나는 그렇게 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도 "지난달 우리는 한국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회담을 열어 많은 중요 합의를 달성했고, 중미 관계라는 이 거대한 배가 안정적으로 전진하도록 조정하고 동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세계에 긍정적 신호를 발신했다"며 "부산 회담 이후 중미 관계는 총체적으로 안정·호전됐고, 양국과 국제사회의 환영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미국이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合則兩利),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鬪則俱傷)는 것은 실천을 통해 반복 증명된 상식으로 중미의 상호 성취·공동 번영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현실"이라며 "양국은 이 추세를 유지하고 올바른 방향을 견지해 협력 리스트를 늘리고 문제 리스트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으로 미뤄보면 두 정상이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양국의 첨예한 갈등 요소들을 한 테이블에 올려 주고 받는 '빅딜'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을 처음 거론했을 때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중이 관세 부과의 '연장전'을 거듭하는 무역 갈등이 그의 방문 시기에 맞춰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미중 무역 합의가 최종 타결될 경우 주요 원자재 및 부품의 글로벌 공급망 문제,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첨단기술, 자국 기업을 겨냥한 상대국의 규제 중단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
안보 분야의 접점 모색도 관심사다. 인도태평양 권역을 중심으로 미중의 군사적 긴장감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양측 모두 타격이 불가피한 무력 충돌로 치닫기 전에 '가드레일'(안전장치)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 정상이 지난달 부산에 이어 내년 중 중국과 미국에서 마주 앉게 되는 배경에는 양측의 극한 갈등이 지속되는 것이 국내 정치적으로 결코 이롭지 않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공화당의 재집권, 그리고 시진핑 주석에게 필요한 사회적 안정을 위해 일단 서로 손을 잡는 '전략적 협력'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에선 미묘한 차이도 감지된다.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양국은 부산 회담의 중요 합의를 전면 이행하고 있다"며 "중국은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고, 미국은 중국에 있어 대만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가 '대만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한 것은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국이 격렬하게 반응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한 SNS 글에서 대만 문제나 최근의 중일 갈등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박동혁 기자 pdh@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