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물질 생산 초과 수행" 김정은 발언 후 확장
- 38노스 "영변 핵시설 현대화 꾸준히 진행"

북한이 영변 핵시설 단지 내에서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을 추가로 조성하고 있으며, 불화수소(HF)를 취급하는 핵심 건물까지 개보수 작업에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무기급 핵물질 생산계획을 초과수행하겠다”고 밝힌 이후 핵무기 생산 능력 확충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38 North)는 최근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 결과, 핵시설 단지 내 폐기물 부지에서 반매립형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11일 촬영된 영상에서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드러났지만, 지난달 촬영본에서는 해당 건물이 흙으로 덮여 꼭대기만 노출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방사성 폐기물을 은폐한 채 저장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우라늄 농축 과정에 필수적인 불화수소(HF)를 취급하는 150m 길이의 건물에서도 변화가 포착됐다. 지붕 곳곳에서 여러 개의 개구부가 발견되며 개보수 혹은 해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F는 우라늄을 농축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핵심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이 건물의 변화는 핵물질 생산 방식의 개선 또는 증설 가능성과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련의 작업이 핵무기 생산 체계의 정비 및 고도화를 위한 사전 준비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폐기물 시설의 매립 형태 변화는 향후 핵실험 또는 핵물질 생산 빈도가 증가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징후로 해석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초 핵무기 관련 연구소를 찾은 자리에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계획을 초과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영변 단지를 중심으로 핵심 시설의 확장·재구축 정황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무력화하려는 ‘은폐형 핵 고도화 전략’이 진행 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고 공개적으로 핵 증강 활동을 이어온 북한이 최근에는 오히려 핵시설을 은폐하려는 정황을 보이는 것은 지난 6월 평산 우라늄 정련공장의 폐수가 무단 방류되면서 예성강을 따라 우리 측 수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 개발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위성사진 분석 결과는 북한이 단순한 유지보수를 넘어 생산능력 극대화를 위한 기술적·공간적 재편에 돌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핵 활동의 실체를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