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살만 왕세자 방미 앞두고 48대 판매 최종 조율
- 중동에서 구축한 이스라엘 군사 우위 상쇄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F-35 전투기를 사우디아라비아에 판매하면 최첨단 전투기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국방부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무기의 최대 고객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공군 현대화, 이란 위협 대응 등을 목적으로 수년간 F-35 전투기 구매를 추진해왔다. 올해 초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F-35 전투기 구매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F-35전투기는 적의 탐지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술을 장착한 최첨단 전투기로 중동에서는 이스라엘만 보유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전투기 거래를 검토한 미국 국방부 당국자들은 중국의 간첩 활동이나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안보 협력을 통해 F-35 전투기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양국은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탄도미사일 생산을 돕는 등 군사 협력 관계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구매했으며, 최근에는 사정거리가 더 긴 탄도미사일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술 유출 위험은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작성한 보고서에도 기재됐다고 NYT는 보도했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F-35 전투기를 판매할 경우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에서 구축한 군사 우위가 상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F-35 전투기를 보유한 유일한 국가며, 지난해 10월과 올해 6월 이란을 공습할 때 F-35 전투기를 활용했다.
미국 정부는 1973년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간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질적인 군사 우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왔으며, 전임 행정부들은 중동 국가에 대한 무기 판매를 검토할 때 이런 점을 고려해왔다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도록 협상할 때 합의의 한 부분으로 UAE에 F-35 전투기를 판매하기로 했는데, 당시에도 중국에 대한 기술 유출과 이스라엘의 군사 우위 약화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는 당국자들이 있었다.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중국이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UAE에 대한 F-35 전투기 판매를 보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필요할 경우 전투기를 운용 불가능하게 할 수 있는 '킬 스위치'를 전투기에 설치할 것을 요구했지만 UAE가 거부해 판매가 무산됐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 판매하는 F-35 전투기에도 안전장치를 둘지를 논의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는 F-35 전투기 48대를 수십억 달러에 판매하기 위한 협의를 최종 조율하고 있으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이 거래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정상 역할을 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오는 1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F-35 전투기 구매와 상호방위조약이 주요 의제라고 미국 당국자들이 NYT에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또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민수용 원자력 프로그램 개발 지원과 관련한 논의를 진전시키려고 해왔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자력 기술을 핵무기 개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도록 설득해왔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 다수 팔레스타인 사상자가 발생한 데다 팔레스타인을 향한 이스라엘 정부의 강경 정책을 고려하면 정상화가 금방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NYT는 관측했다./박동혁 기자 pdh@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