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트럼프 가담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이메일 공개
- 트럼프, ”셧다운 실패 물타기 위한 사기극 다시 꺼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의 관계를 풍자하는 조각품./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의 관계를 풍자하는 조각품./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의 범행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에 가담했을 '개연성'까지 있음을 보여주는 이메일이 공개됐다. '엡스타인 스캔들'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역대 최장인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미국 하원의 임시예산안 의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이뤄진 이메일 공개에 대해 백악관은 중상모략 목적의 '가짜 내러티브'라며 즉각 반발했다.

엡스타인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성착취범으로 꼽힌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뉴욕 맨해튼, 플로리다주 팜비치 저택에 최소 36명의 미성년자를 동원해 정계와 재계의 주요 인사에게 성접대를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2019년 8월 뉴욕 맨해튼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영국 왕실의 앤드루 왕자 등이 엡스타인과의 친분으로 논란에 휘말렸다.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2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메일 3통을 엡스타인의 유산 관리자 측이 감독위원회에 제출한 파일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엡스타인은 2011년 4월 여자친구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아직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한 피해자가 "그(트럼프 대통령)와 함께 내 집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 "그는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짖지 않은 그 개가 트럼프라는 것을 알아두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에 맥스웰은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답장했다. 현재 교도소에 복역 중인 맥스웰은 지난 7월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과의 면담에서 "대통령이 부적절한 상황에 있는 것을 목격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범행에 직접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의원들은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맥스웰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감형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엡스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본격 데뷔하고 난 2015년 언론인 겸 작가 마이클 울프와도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이메일로 교환했다. 울프는 공화당 대선 예비경선이 있던 그해 12월 15일 엡스타인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앞으로 언론이) 트럼프에게 너와의 관계에 대해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엡스타인이 "그(트럼프)를 위한 답변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나"라고 묻자 울프는 "그가 스스로 걸려들게 두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가 (당신의) 비행기에 탔다거나 집에 간 적이 없다고 말하면 나중에 그를 공격하거나, 그를 구해주며 빚을 지게 만드는 데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엡스타인은 체포되기 몇 달 전인 2019년 1월 울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당시 현직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그 소녀들에 대해 알았다"고 말했다. 엡스타인의 성착취 범행 피해자에는 미성년 여성들이 여럿 포함됐으며, 이메일에서 언급된 '소녀들'은 이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민주당은 셧다운과 매우 많은 문제에서 얼마나 형편없이 대처했는지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려 하기 때문에 엡스타인 사기극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민주당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을 중상모략할 가짜 내러티브를 만들기 위해 이메일을 선택적으로 유출했다"고 비판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메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집에서 몇 시간을 보낸 것으로 언급된 피해자가 지난 4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버지니아 주프레라면서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라는 민주당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레빗 대변인은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의혹과 관련해) 잘못된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대가로 맥스웰의 사면·감형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 시점에서 언급하거나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박동혁 기자 p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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