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이 202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1면에 이 소식을 비중 있게 싣고 “우리의 여자 축구선수들이 영예의 1위를 쟁취했다”고 자찬했다. 북한이 세계 여자축구 무대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은 이제 ‘우연’이 아니다.

U−17, U−20 월드컵을 잇따라 제패하며 아시아는 물론 세계 정상급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제재와 경제난 속에서도 이처럼 일관된 성과를 내는 종목은 북한 여자 축구가 거의 유일하다.

그 강함의 뿌리에는 ‘스파르타식 군사 시스템’이라는 특유의 체육 구조가 있다.  북한은 체육을 개인의 여가나 경쟁이 아닌 국가의 체제 선전 도구로 본다.

북한 여자 축구는 특히 ‘사회주의 여성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 무대다. 재능 있는 소녀들은 어린 시절부터 학교를 통해 선발돼 국가가 전적으로 관리하는 엘리트 체육 코스에 편입된다. 평양체육대학, 4·25체육단, 압록강체육단은 이 체계의 중심이다. 훈련은 물론 숙식, 교육, 생활 전반이 국가 통제 아래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적용되는 방식은 ‘스파르타식’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훈련은 군사훈련에 가깝다. 새벽 5시 기상, 단체 구보, 전술 반복, 고강도 체력훈련이 하루 일과를 채운다. 감독과 코치진의 지시는 절대 명령이며, 개인의 의견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도이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훈련 중 탈락은 ‘조국에 대한 불충’으로 간주된다.

이처럼 극단적인 강도와 규율 속에서 선수들은 후반전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과 압박 전술을 끝까지 유지하는 조직력을 체득한다. FIFA가 북한 여자 축구를 두고 “전술적 완성도와 정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평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신력의 근간은 철저한 집단주의 교육이다. “개인은 없고, 팀과 조국만 있다”는 구호가 일상처럼 주입된다. 개인 성취보다 팀의 명예를 우선시하는 문화는 경기 내내 높은 집중력과 응집력을 만든다. 경기 후반까지 전원이 하나처럼 움직이는 장면은 이러한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정권의 정치적 후원도 강력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여자 대표팀을 직접 접견하고 ‘공화국 영웅’ 칭호, 외화 포상, 고급 주택을 내린다.

스포츠 성과가 곧 체제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런 보상 구조는 선수들에게 절대적 충성심을 각인시키고, 고된 훈련을 ‘조국을 위한 명예’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북한 여자 대표팀은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국제무대에 출전해 경험을 쌓았다. 국가적 통제, 군사적 규율, 정치적 동기가 결합한 이 구조 속에서 북한 여자 축구는 ‘작지만 가장 단단한 팀’으로 진화했다. 

북한 여자 축구의 강함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개인보다 체제를 앞세운 국가 시스템, 즉 스파르타식 군사 구조가 놓여 있다. 

효율적이지만 비인간적이고, 강하지만 자유롭지 않은 북한 여자 축구의 세계 1위는 그 아이러니의 산물이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

저작권자 © 샌드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