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핵시험 재개” 발언에 러시아 반박
- 러시아 “누구든 핵실험 하면 우리도 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연합뉴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시험 재개를 지시했다고 밝히자 러시아가 “누구든 핵시험 유예를 깬다면 우리도 대응할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했다. 러시아는 자국이 최근 진행한 신형 무기 실험은 ‘핵시험’이 아니라며 미국의 오해를 일축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미 분명히 밝혔듯, 누군가 핵시험 유예를 어기면 러시아도 그에 상응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다른 국가들의 시험 프로그램으로 인해 국방부(전쟁부)에 우리의 핵무기 시험을 개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어떤 국가가 실제로 핵시험을 재개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부레베스트니크 실험을 언급한 것이라면, 그것은 절대 핵시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핵시험 유예 조치(moratorium)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러시아는 이를 충실히 준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1990년을 마지막으로 핵무기 실험을 중단했으며, 미국은 1992년, 중국은 1996년에 각각 핵시험을 중단한 이후 지금까지 유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새로운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번 발언이 즉각적인 군비 경쟁을 촉발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러시아와 미국 간 대화가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는 평가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2월 만료 예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1년간 자체 연장을 제안했으나, 미국 측에서 구체적인 대응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뉴스타트 연장과 핵시험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양국 간 군축 전문가 협상은 현재 진행 중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 핵무기 개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불안정화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부레베스트니크 같은 시스템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국가 전략 억제력의 효과와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레베스트니크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핵추진 순항미사일로, 저공 비행이 가능해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이 어렵다는 것이 러시아의 설명이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이 미사일과 핵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의 시험 성공을 직접 언급하며, 러시아의 핵전력 현대화를 대대적으로 과시한 바 있다.

미국이 핵시험 재개를 선언하고 러시아가 맞대응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냉전 이후 유지돼온 ‘핵시험 금지의 균형’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이주연 기자 lgy25@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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