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전 이후 두 번째 공습… 네타냐후, '황색선 확대' 지시
- “하마스, 인질 주검 조작했다 … 행위 용납할 수 없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연합뉴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연합뉴스

이스라엘이 28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지난 10일 휴전 이후 두 번째 공습으로, 자국 군인이 공격받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안보 내각 회의를 열어 “하마스가 인질을 돌려보내지 않고 우리 군을 공격했다”며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가자시티 시파 병원 인근이 파괴되며 최소 38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팔레스타인 하마스 산하 민방위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민간 지역을 겨냥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인질 주검 수습 장면을 조작했다’며 15분 분량의 무인기 촬영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세 남성이 주검을 흙 속에 묻은 뒤 불도저로 파내는 모습이 담겼다고 이스라엘군은 주장했다. 적십자사는 이에 “주검 발굴을 조작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스라엘군은 “27일 하마스가 반환한 인질의 시신은 이미 2023년과 2024년에 수습된 오피르 차르파티의 일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차르파티의 어머니는 “자식을 할부로 묻게 하느냐”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날 밤 가자 남부 라파흐에서 교전이 벌어진 뒤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공습 재개를 명령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주둔 지역의 경계선인 ‘황색선’을 확장하는 조치에도 착수했다. 이스라엘은 공습 전 미국 측에 이를 통보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라파흐 발포 사건은 우리와 무관하다”며 “이스라엘이 오히려 휴전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마스는 “휴전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발포로 팔레스타인 주민 1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 인질의 시신 2구를 수습했다고 발표하며, 각각 아미람 쿠퍼와 사하르 바루흐라고 신원을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이 이를 확인할 경우,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의 주검은 11구로 줄게 된다.

미국은 이번 공습을 ‘휴전 파기’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그들은 이스라엘 군인을 죽였다. 이스라엘이 반격하는 건 당연하다”며 “이번 일로 휴전이 위태로워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 역시 “휴전은 유지되고 있다”며 “작은 충돌이 있어도 평화협정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무함마드 셰하다는 알자지라에 “네타냐후는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정치적 경계를 어디까지 넘을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며 “가자지구에서 다시 대규모 작전을 정당화할 명분을 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정치 분석가 오리 골드버그는 “미국과 중동 국가들이 평화 정착에 상당한 정치적 투자를 한 만큼, 이번 충돌로 전체 휴전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주연 기자 lgy25@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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