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궈보슝·쉬차이허우 해독’ 다시 언급
- 반부패 명분 속 권력 재정비 본격화

올해 3월 회의에 참석한 허훼이둥 전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연합뉴스 
올해 3월 회의에 참석한 허훼이둥 전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연합뉴스 

중국군 서열 3위였던 허웨이둥(何衛東) 전 중앙군사위원회(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고위 장성 9명이 부패 혐의로 당적과 군적을 박탈당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 이후 가장 대대적인 ‘군 내부 피의 숙청’에 나선 것이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이들을 겨냥한 논평에서 10년 전 실각한 궈보슝(郭伯雄)·쉬차이허우(徐才厚) 전 부주석의 이름을 다시 꺼내며, “그들의 해독(害毒)이 변이·발효한 결과”라고 규정했다.

해방군보는 18일 ‘군대 반부패 투쟁을 확고부동하게 끝까지 진행하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부패는 우리 당이 직면한 최대 위협이며, 반부패는 철저한 자기혁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허웨이둥·먀오화·허훙쥔 등의 문제는 궈보슝·쉬차이허우 해독이 변이된 것”이라며 “반부패 투쟁은 18차 당대회(2012년) 이후 계속된 ‘시진핑식 정풍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궈보슝과 쉬차이허우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시절 군 실세로 군 내부 인사·자금권을 쥔 인물들이다. 시 주석 집권 직후 부패 혐의로 각각 2014·2015년 실각했으며, 당시 ‘군 내 부패의 몸통’으로 지목됐다. 시 주석은 이후 “그들의 해독을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고 지시했으나, 이후 몇 년간 공식 언급에서 사라졌다. 이번 사설은 두 사람의 이름을 다시 소환하며 반부패 숙정의 ‘역사적 연속성’을 부각한 셈이다.

중국 국방부는 전날 허웨이둥 전 부주석과 먀오화(苗華) 전 정치공작부 주임을 포함한 9명의 고위 장성에 대해 “심각한 규율 위반과 부패 혐의가 확인됐다”며 당적·군적 박탈을 공식 발표했다.

숙청 명단에는 허훙쥔(何鴻俊) 전 정치공작부 상무부주임, 왕슈빈(王樹斌) 전 연합작전지휘센터 상무부주임, 린샹양(林向陽) 전 동부전구 사령관, 친수퉁(秦樹桐) 전 육군 정치위원, 위안화즈(袁華智) 전 해군 정치위원, 왕허우빈(王厚斌) 전 로켓군 사령원, 왕춘닝(王春寧) 전 무장경찰 사령원 등 핵심 지휘관들이 대거 포함됐다.

허웨이둥 전 부주석은 올해 3월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으며, ‘숙청설’이 수개월째 제기돼 왔다. 이번 발표로 그는 1967년 문화대혁명 당시 실각한 허룽(賀龍) 전 부주석 이후 처음으로 자리에서 축출된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됐다. 또 시진핑 체제 들어 당적이 박탈된 첫 정치국 위원으로 기록됐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커우젠원 대만정치대학 교수와 텅런우 베이징사범대 교수의 분석을 인용, 숙청 대상자들 사이에 “경제적 부패 외에도 ‘파벌 형성’ 혐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허웨이둥과 먀오화를 중심으로 연계된 인맥 구조가 존재하며, 최근 집중적으로 조사가 진행된 로켓군·군수 부문과의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부패 척결이 아니라 시 주석의 ‘군내 정치적 기반 정리’라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특히 시 주석이 신뢰하는 장유샤(張又俠) 부주석을 제외한 군 지도부 상당수가 교체된 점은, 중앙군사위 내 세력 균형이 시 주석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숙청으로 중앙군사위는 시진핑 주석과 장유샤 부주석, 류전리(劉振立)·장성민(張勝民) 위원 등 4명만 남았다. 국방부장직은 리상푸(李尚福) 전 부장이 작년 부패 혐의로 낙마한 뒤 아직 공석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개막하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군사위 인선 재편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 전문가들은 류전리·장성민 중 한 명이 부주석으로 승진하고, 둥쥔(董軍) 현 국방부장이 새로 군사위원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이번 숙청은 단순한 군내 부패 정화가 아니라 시진핑 체제의 군 통제력을 완성하기 위한 ‘최종 정비’ 성격이 강하다”며 “ /4중전회는 향후 5년간 중국 군 권력 지형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시완 기자 @hsw@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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