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APEC·열병식 등 …다층 변수 맞물려
- 中, 북핵 직접 언급 피해…공동 책임론 고수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지난 2일~4일 진행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에 동행한 모습/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지난 2일~4일 진행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에 동행한 모습/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오는 27∼30일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중국 외교부와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밝혔다.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3주 만에 외교 수장급 회동이 성사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양국의 전략 공조 강화, 향후 북핵 문제 논의가 주목된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최선희 외무상이 방중한다”고 발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최선희 외무상이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 참석 후 채 1개월도 안돼 중국을 방문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역시 이날 최 외무상의 방중 사실을 확인했다.

최 외무상은 지난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해 중국 전승절 열병식 행사에 동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 외교 수장으로서 처음 단독 방중에 나선다. 방중 일정이 나흘간 이어지는 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별도로 예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022년 외무상에 취임한 뒤 최 외무상의 양자 방문은 러시아가 유일했다. 이번 방중은 북중관계 복원의 본격적인 신호탄이자, 대중 외교 무대 데뷔전 성격을 동시에 띤다.

최 외무상은 그간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지렛대로 한 외교 행보를 주도해 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한때 소원했던 북중관계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양상이다. 이번 외교 수장급 회동은 정상 차원의 합의 사항을 구체화하고, 한반도 및 지역 정세 대응 방안을 조율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북중 양측은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의사소통 강화’에 합의한 바 있어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 후속 조치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최 외무상의 방중은 한반도 정세 변곡점과 맞물려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비핵화는 절대로 없다”고 못박았지만 동시에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북미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다음 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맞춰 미·중 정상 방한이 예정돼 있어 한반도를 둘러싼 고위급 외교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나아가 시진핑 주석의 방북과 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 김정은·트럼프 간 재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특히 북한은 다음 달 노동당 창건 80주년(10월 10일)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 중이다. 이를 계기로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북, 나아가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다만 외교 관례상 최 외무상의 방중은 ‘왕이 부장의 방북’을 조율하는 성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이날도 북한 핵·미사일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관련국 전체의 책임을 강조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궈 대변인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보유량을 2000㎏까지 추정한다고 밝힌 데 대한 질문에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견지하고 긴장 완화와 지역 평화를 위해 당사국 모두가 노력하길 희망한다”고만 답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는 절대로 없다”고 한 최근 연설 이후에도 변함없이 ‘균형론’을 유지한 셈이다.

이번 북중 외교 수장 회동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로 대외 공간을 넓힌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병행하며 전략적 여지를 확대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모호한 태도 속에 최선희 외무상의 단독 방중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김선경 북한 외무상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총회 참석차 이날 오전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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