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매체, 러시아 대외 원전 사업 집중 조명…간접 시인
- 모스크바에 북한 식당까지 개점 … 북·러 전방위 밀착

러시아가 북한에 핵추진 잠수함(핵잠)용 원자로를 제공했다는 첩보가 군 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관영 매체는 최근 러시아의 원전 사업을 집중 조명하며 북러 간 원전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한국·러시아 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의 대북·대러 제재 공조에도 중대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동시에 러시아 하원은 가을 회기 개회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감사 인사를 공개적으로 표했으며, 모스크바 시내에는 북한 식당 ‘평양관’이 새로 문을 열어 북·러 밀착이 정치·군사·문화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1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 상반기 퇴역 핵잠에서 떼어낸 것으로 추정되는 핵잠 원자로 모듈 2~3기를 북한에 넘겼다. 이 모듈에는 원자로·터빈·냉각장치 등 추진기관 핵심 부품이 포함돼 있어, 북한이 그동안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핵잠 원자로 기술을 손에 넣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지난해부터 러시아에 핵잠 기술과 신형 전투기를 요구해왔으며, 러시아가 결국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미 김정은 위원장이 핵잠 건조 현장을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전략핵잠 확보를 ‘국가적 과업’으로 선전해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술로는 독자적 원자로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러시아 모듈을 입수하면 역설계를 통해 기술 자립을 시도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지상에서 원자로를 돌려보며 관련 노하우를 취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관영 매체에도 관련 동향이 나타났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스아톰’이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원전 건설 및 민수용 핵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중 있게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러시아 원전 사업을 연일 조명하는 데 대해 단순한 국제 뉴스 전달을 넘어, 러시아의 원자로 지원과 기술협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원자로 이전이 사실이라면 이는 러시아가 핵확산금지조약(NPT) ‘레드 라인’을 넘는 행위로, 국제 제재 강화가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이날 러시아 하원은 가을 회기를 열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군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은 “쿠르스크 전선에서 우리 군과 함께 싸운 북한 인민에게 형제적 도움에 대한 감사를 전하자”고 제안했고,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러시아는 지난 4월 쿠르스크 전투에서 북한군의 지원을 받았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쿠르스크 시의회는 북한 개성시와 자매결연 체결도 의결, 북·러 지역 교류를 제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경제, 문화적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북한 승정규 문화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문화협력 관련 논의한데 이어 모스크바에 평양관이 새로 문을 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모스크바 남동부에 북한 식당 ‘평양관’이 새로 문을 열었다고 16일 보도했다.
전통 한복 차림의 접수원이 맞이하며, 메뉴에는 라면·비빔밥·김치찌개 등이 포함됐다. 러시아 현지 리뷰에는 “여권 제시를 요구받았다”는 증언도 올라왔다. 북한이 해외 식당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식은 오래된 수법으로, 유엔 대북제재 위반 논란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핵잠 원자로 이전 정황, 군사 파병 인정, 자매결연과 식당 개점까지…북·러 관계는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격상되는 모양새다. 정부 관계자는 “동맹국들과 첩보를 공유하며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북·러 군사협력의 성격과 파급력을 다각도로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