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총회 부장급 연설자 나설 듯…국제무대 보폭 확대
- 베이징 외교 국제사회 이목 끌자 주민 결속용으로 활용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근 중국 전승절 외교를 계기로 자국을 국제 정세의 중심 강대국으로 규정하며, 중국·러시아와 보조를 맞추는 대외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16일자 1면 사설에서 북한을 “세계 정치 구도와 국제 정세 흐름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이라고 자평했다. 노동신문은 또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자위력을 갖춘 군사 최강국으로 부상한 국가의 위상이 인민의 긍지와 영예감을 백배로 높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베이징 외교가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자 이를 주민 결속용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최근 관영매체를 통해 중국·러시아의 국제 현안 입장을 적극적으로 인용하며 대외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러시아 바실리 네벤자 유엔 대사의 안보리 발언을 소개하며 “나토의 히스테리적 선전은 우크라이나에 허망한 환상만 키워줄 뿐”이라는 논리를 그대로 전했다. 또 유럽의 대러 제재에 대해선 “무의미하며 불신과 적대감만을 고취시킨다”는 서방 비판 여론을 부각했다. 

중동 정세와 관련해서도 북한은 중국·러시아 입장에 보조를 맞췄다. 조선중앙통신은 중국 유엔 대사의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카타르 영토 주권을 침범하고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위반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이 같은 행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망루에 오른 뒤 더욱 분명해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북중 정상회담에서 “유엔 등 다자 플랫폼에서 협조를 강화하겠다”며 반(反)서방 진영 합류 의지를 드러냈다.

박명호 외무성 부상 역시 열병식 직전 “미국과 서방의 강권을 막고 공정한 국제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은 이달 하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수년 만에 외무성 부상급 고위 인사를 연설자로 내세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국제무대 보폭 확대가 예상된다.

북한이 스스로를 중·러와 같은 반열의 ‘강대국’으로 자처하고 나선 것은 주민 내부 결속을 도모하는 동시에, 국제적으로 ‘반미·반서방 연대’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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