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新밀착과 한·미·일의 新셈법, ‘중층적 안보협력’이라는 Only.1 솔루션-

북중러 3국의 정상이 66년 만에 텐안먼 망루에 함께 섰다. 시진핑 주석의 양옆에 푸틴과 김정은이 나란히 서서 붉은 깃발의 물결을 내려다보던 텐안먼 망루의 그 장면은, 단순한 외교적 과시를 넘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수정주의 연대’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지정학적 대관식이었다.
이들의 결속은 북한이 군사안보는 러시아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안러경중’ 전략을 노골화하면서 더욱 위험한 현실로 구체화되고 있다. 러시아와는 사실상의 군사동맹을 복원하고, 중국과는 ‘비핵화’라는 족쇄마저 풀어버린 경제협력을 약속받는 북방의 新밀착은 한반도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명백한 위협이다.
필자가 졸저 『한미일 안보협력 메커니즘 중층적 구조의 기원』에서도 밝혔듯,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선언은 분명 한미일 3국 협력의 역사적 정점이었다. 그러나 텐안먼 망루가 던진 새로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이제 ‘비욘드 캠프 데이비드(Beyond Camp David)’를 이야기해야만 한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할 수 없다. 북방의 군사적 위협과 동맹의 경제적 압박이라는 두 개의 변수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훨씬 더 지혜롭고 최적화된 고차방정식의 솔루션이 절실한 시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지 벌써 8개월, ‘미국 우선주의’의 거친 파고는 동맹국도 예외 없이 덮치고 있다. 안보의 우산은 함께 쓰되, 경제에서는 무자비한 관세 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난 8월 말 숨 가쁘게 이어진 한일 및 한미 연쇄 정상회담은 바로 이 모순적 상황 속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외교적 사투였다. 안보를 위해선 한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통상 문제에서는 각자도생의 칼날을 맞대야 하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이 복합적 위기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필자가 꾸준히 주창해 온 ‘중층적(multi-layered) 안보협력’의 완성에 있다. 한미일 3국 관계는 더 이상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군사동맹이라는 단일층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① 굳건한 군사안보(동맹)의 기반 위에, ② 긴밀한 외교안보(3자 정상회의)의 층을 쌓고, ③ 경제안보라는 새로운 층을 더해 세 개의 층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는 입체적 구조로 진화해야 한다.
군사적 위협은 ‘프리덤 에지’와 같은 연합훈련으로 억제하고, 외교적 현안은 제도화된 정상 간 채널로 조율하며, 경제·기술적 압박은 새로운 차원의 협력으로 돌파하는 고도의 전략적 설계가 필요하다.
바로 이 세 번째 층, 즉 경제안보 레이어를 제도화하는 핵심 기제가 바로 한미일 ‘공급망 조기경보체계(Supply Chain Early Warning System, SCEWS)’이다. SCEWS는 북방의 공급망 무기화 시도뿐 아니라, 동맹국발(發) 관세 폭탄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충격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제도적 복원력(위기 발생 시 시스템이 함께 버텨내는 능력)’을 제공한다.
즉,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시범 운영을 논의 중인 SCEWS를 통해 3국이 반도체 핵심소재 공급 차질 조짐을 조기에 포착해 대응책을 공동 마련할 수 있다. 이는 군사적 ‘공동 대응 능력’과 더불어, 경제안보의 ‘통합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군사적 위협과 경제적 압박이라는 이중의 파고를 넘기 위해 우리는 군사·외교·경제안보의 각기 다른 층위에서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중층적 대응 시스템’을 완성해야 한다.
텐안먼 망루가 던진 질문은 군사, 경제, 기술이 융합된 복합적 도전이다. 이에 대한 우리의 답은 단선적인 군사적 대응이 될 수 없다. 한미일 3국의 중층적 협력 구조 안에서 우리가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단순한 추종자가 아닌 ‘전략적 설계자’의 역할을 완수할 때, 비로소 이 거친 파고를 넘어 국익을 확보하는 최적의 경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필자 소개 *
신치범
건양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로서, 사단법인 미래학회 기획이사와 미래군사학회 사이버/네트워크 상임이사를 겸하고 있다. 『비대칭성 기반의 한국형 군사혁신』, 『한미일 안보협력 메커니즘 중층적 구조의 기원』 등 저술. 『국방환경과 군사혁신의 미래』 공저. 한미일 안보협력, 군사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RMA), 미래 전쟁과 대한민국의 미래 담론을 아우르는 학제적 연구와 정책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