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핵화 빠진 북중 정상회담…中, 사실상 ‘북핵 공식 용인’ 신호?
- 외교부, "中,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에 변화 없음을 확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와 4대 세습 승인이라는 선물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톈안먼 망루에 중·러 정상과 나란히 선 장면은 덤이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4일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선이 자기의 실정에 맞는 발전의 길을 걸으며 조선식 사회주의 위업의 새로운 국면을 부단히 개척해 나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선식 사회주의 위업의 새로운 국면 개척’이라는 표현은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북한의 4대 세습 체제를 지지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세습을 ‘주체혁명위업의 계승’으로 규정해왔는데 중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뒷받침한 셈이다.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를 타고 2일 베이징역에 도착한 딸 김주애는 서열 2위 자리에 내려 눈길을 끌었지만, 이후 3일과 4일 귀국길까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북한 노동신문이 5일 공개한 북중 정상 만찬 사진에서도 김정은과 시진핑이 단독으로 앉은 모습만 확인된다. 그러나 옆 테이블에는 김주애와 수행원들이 자리했을 가능성이 크며 의도적으로 관련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2살 김주애는 시진핑을 직접 만나 인사를 올리고 후계자로 소개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김주애의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이 사실상 4대 세습을 승인했다고 볼 수 있다”며 “과거 김일성이 김정일을, 김정일이 김정은을 데리고 방중했을 때도 후계자의 모습은 공식 사진에 한 번도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 보도문에서 ‘비핵화’라는 표현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고위급 인적 교류, 경제·무역 협력, 대외 문제에서의 전략적 공조가 강조되며, 양국의 협력이 전방위적으로 강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2018년과 2019년에 열린 1~4차 북중 정상회담 당시와 달리 공동보도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전혀 언급되지 않은 대목이다. 당시만 해도 북미 정상회담 국면 속에 북한이 ‘비핵화 추진 의지’를 표방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핵은 국위이자 국체이며 영원히 내려놓지 않겠다”(조선중앙통신, 8월 27일 논평)며 핵을 협상 카드로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김 위원장을 톈안먼 망루에 초청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세운 것은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 기정사실화’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보도문에는 “한반도 평화 문제에 있어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를 두고 중국이 '핵 문제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는 공개선언”(주재우 교수)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중국이 김정은에게 특급 의전을 해주고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국에 포섭되지 않게 적극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해 준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북미회담으로 김정은이 트럼프에 포섭될 것을 우려하는 중국을 배려해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조중사이의 친선의 감정은 변할수 없으며 조중관계를 부단히 심화발전시키는것은 조선노동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확언했다.
일각에선 한반도 문제를 두고 양측의 보도가 다른 것을 두고 입장 차이로 견해일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포기나 북한의 2국가론에 대해 전적으로 북한 입장을 지지하기보다 남한을 고려해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이라는 표현으로 유보적 태도를 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즉 중국의 태도를 곧바로 ‘비핵화 원칙 폐기’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5일 "중국은 최근 대통령 특사단 방중 시 등 여러 계기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해 왔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열린 북중정상회담 결과에서 비핵화 관련 언급이 전혀 없는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는 중국이 북핵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편 신화통신은 “중북이 모든 단계에서 밀접히 왕래하고, 당 건설·경제 발전 경험을 교류하며, 조선노동당과 국가 건설 사업 발전을 중국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측 발표에만 담겼지만 북한측 보도에선 빠졌다. 이는 자칫 중국식 개혁·개방 도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