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신, "북중러 연대 앞세워 강대국 정상과 어깨 나란히"
- "트럼프와 대화 재개 경우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통해 '은둔형 지도자'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올라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주요 외신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고립된 왕따'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국제무대에서 존재감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 등으로 세계 질서가 격변기를 맞은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북중러 연대를 내세워 외교무대에서 강대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꽃놀이패를 쥔 형국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열병식을 내려다보는 망루 중앙에 나란히 섰다. 망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정상들에 앞서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0여 년간 김정은 위원장은 국제적 고립의 전형이었고, 국제무대에서 배제된 채 혹독한 제재를 받는 독재자였다"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인권 탄압은 이러한 인식을 더욱 공고히 했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번 열병식으로 다자 외교무대에 데뷔한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며 "베이징 열병식의 화려함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고립된 외톨이에서 동맹들과의 관계 강화로 이익을 얻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변모하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블룸버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있는 모습은 "격화하는 미중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변화하는 지정학적 질서에서 북한의 입지를 어떻게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푸틴 대통령과의 군사 협력, 확장하는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보유를 토대로 한 전략적 전환"이라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재개를 추진할 경우, 이는 김정은 위원장을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의 옆에서 열병식에 등장한 중국의 최첨단 무기를 관람함으로써 '핵보유국'으로서의 북한 이미지를 강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암묵적인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을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북한 지도자가 중국의 열병식에 참석한 것은 수십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에 주목했다. BBC는 "김정은 위원장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공급했다"며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 푸틴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두 공격자와 연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CNN 방송은 서방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번 열병식의 결정적인 이미지는 스텔스 전투기나 초음속 무기의 퍼레이드가 아니라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나란히 서서 전례 없는 반(反)서방 연대감을 과시하는 모습일 것"이라고 짚었다./정구영 기자 cgy@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