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방중 직전 ‘화성-20’ 개발 연구소 방문
- 주민엔 비공개 ... 국가존엄 자체힘으로 지켜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불과 하루 앞두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연구소를 전격 시찰하며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정작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신 등 매체에는 일체 보도하지 않고 국방력 강화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주민 앞에서는 경제 살리기를 외치면서 대외적으로는 노골적인 ‘핵무기 카드’를 흔드는 전형적인 이중 행보로 군사력에만 돈을 쏟아붓는다는 내부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을 방문해 탄소섬유 복합재료 생산공정과 대출력 미사일 발동기 제작 실태를 점검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2년간 8차례 실시한 고체발동기 지상분출시험 결과를 보고받고 신형 ICBM 계열 ‘화성포-19형’과 차세대 ‘화성포-20형’에 적용될 계획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통신은 특히 새 엔진의 최대 추진력이 1960kN(약 200톤포스)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22년 12월 첫 시험 때 공개한 140톤포스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다탄두 ICBM을 염두에 둔 성능 강화”라며 “미국 본토를 겨냥한 전략적 위협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라고 분석한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지난해 10월 31일 북한이 보유한 가장 큰 ICBM인 ‘화성-19형’이 마지막이었는데, 이를 훨씬 뛰어넘는 ‘화성-20형’ 신형 개발 의지를 공개한 것이다. 당시 북한은 이 ICBM이 “최종완결판”이라고 했는데, 1년도 안 돼 이를 뛰어넘는 성능의 ‘화성-20형’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어서 북한의 급속한 핵 운반수단 개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군사전문기자 출신 국민의힘 국방위원회 유용원 의원은 “북한이 공개한 화성-20형 동체는 화성-19형의 도트 도장과 탄두부로, 다탄두 탑재 능력을 과시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신형 고체엔진은 약 200tf(톤포스·200t의 무게를 끌어올릴 수 있는 힘)로 기존 백두산엔진(액체연료)보다 성능이 형상된 것으로 보인다”며 “탄소섬유로 지름 1.5m 이상의 미사일 동체를 제작할 수 있는 ‘필라멘트 와인딩’ 기술을 확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의원은 “미사일 노즐 제작을 위한 탄소섬유(탄소 함유율 98% 이상) 복합재료는 러시아의 탄소섬유 부품 전체 또는 원료 제공 지원 가능성이 높다”며 “대북 제재에도 불구, 탄소섬유 등 고체추진 미사일 제작 관련 중요 품목을 확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북·중·러 정상이 만나는 3일 열병식을 앞두고 다탄두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ICBM을 공개해 미국과 대결하는 3국 연대를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언론에 “최대 추진력 1960kN은 약 200tf로, 2022년 140tf ICBM 고체엔진 개발 3년 만에 60t 이상의 추진력을 확대했다는 의미”라며 “섭씨 3000도 이상 고열에 견딜 수 있는 첨단 탄소섬유 복합소재 개발로 대기권 재진입 탄두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북한이 ‘계열생산 토대’를 협의했다는 건, 선형 고출력 엔진 개발이 끝나고 실제 적용 단계에 진입해다는 의미로, 화성-18형이 사거리 1만5000㎞ 이상으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데, 고체연료 화성-19· 화성-20형은 탄두중량 무게를 늘려 파괴력을 키우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8월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 3D·4D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빨리 개발해 탄두 및 엔진에 적용하도록 지시했는데 8년 만에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2022년 12월에 발표한 고체연료 엔진 첫 지상분출시험 때 추력은 140tf였고, 이것인 화성-18형과 화성-19형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오늘 발표한 1960kN은 약 200tf로 기존 고체 연료 엔진보다 60tf 정도 추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기존의 화성-18형과 화성-19형도 사거리 1만5000㎞ 이상으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는데, 추력을 더 키워 화성-20형을 다탄두 ICBM으로 개발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탄두 ICBM은 탄두부에 여러 개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어 단탄두에 비해 요격하기 어렵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군사 행보가 철저히 주민들 눈에는 가려졌다는 점이다. 노동신문에는 한 줄도 실리지 않았고, 대신 민주조선은 ‘국가 존엄은 오직 자체 힘으로 지킨다’는 논설을 내보내며 국방력 강화의 정당성만 포장했다. 군사력에만 돈을 쏟아붓는다는 내부 비난을 피하기 위한 ‘정보 차단’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김 위원장은 불과 이틀 전에도 자강도의 군수공장을 찾아 미사일 자동생산 체계를 점검했다. 연일 이어진 ‘미사일 쇼’는 방중을 앞두고 중국·러시아와의 연대를 과시하고, 동시에 미국을 겨냥한 노골적인 협박 신호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은 시진핑, 푸틴과 나란히 서며 사실상 ‘북한 핵보유국’ 지위를 간접 승인받으려는 것”이라며 “미국에겐 핵무력 고도화 의지와 되돌릴 수 없는 핵보유국 위상을 각인시키려는 노림수”라고 진단했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