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과 달라진 북중러 관계 주목
- 우원식, 김정은과 망루서 조우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천안문 망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천안문 망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다. 관건은 그가 톈안먼 망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옆자리에 설지 여부다.

중국은 열병식에서 자리 배치에 극도로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설 경우, 한미일과 대비되는 북중러 연대 강화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10년 전 2015년 전승절 70주년 열병식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사이에 자리하며 ‘한중 밀월’을 보여주었다. 당시 북한 대표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망루 끝자리에 서며 북중 관계가 소원했음을 상징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북러 밀착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는 불참한 바 있다. 이번 전승절 참석은 북중 관계 개선과 동시에 북중러 연대 과시라는 전략적 신호로 해석된다.

홍레이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외국 정상 26명이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모디 인도 총리는 불참 의사를 밝혔고, 한국 측은 이재명 대통령 대신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하기로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우연히 조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전날 “우원식 의장과 김 위원장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 같이 술 한잔도 하고, 그래서 서로 잘 아는 사이”라며 “(김 위원장이) 모르는 척은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우 수석은 “우원식 의장 가족이 아직 북한에 살고,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도 했었던 특수관계”라며 “만나면 좋은 것”이라고 했다. 다만 회담 형식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혹시 리셉션 같은 데서 잠깐 수인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추측”이라고 말했다.

북중 관계는 2019년 6월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며 개선되는 듯했으나, 최근까지도 북러 밀착 속에서 예전만큼 긴밀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 다만 주북 중국대사관 전승 기념행사에 최룡해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하고, 과거 일본과 함께한 항일 전쟁 우의 발언이 나오면서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김 위원장이 망루에 서면 이는 할아버지 김일성 전 주석 이후 처음이다. 김 전 주석은 1954년 중국 건국 5주년 열병식 당시 마오쩌둥 주석과 함께 톈안먼 망루에 섰다. 

한편, 최근 한국은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잇따라 개최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중러 정상이 톈안먼 망루에 함께 서게 되면 동북아에서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가 더욱 선명해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의 참석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전승절 열병식은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닌, 북중러와 한미일 간 전략적 대결 구도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황시완 기자 hsw@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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