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북중러 결속 강화 포석
- 북중관계 복원 통해 경제 지원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어

지난 2018년 5월 8일 중국 다롄에서 만나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
지난 2018년 5월 8일 중국 다롄에서 만나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다고 북한과 중국 매체가 28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2019년 이후 6년 만이며, 다자 외교무대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일본과 미국을 연쇄 방문하며 한미일 공조 강화를 강조한 가운데, 북한·중국·러시아가 나란히 맞불 행보에 나서면서 동북아 안보가 ‘한미일 대(對) 북중러’ 신냉전 구도로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다수 정상들이 참석하는 국제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길 꺼리던 김정은 위원장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전승절 행사 참석을 결정한 배경에는 다가오는 대형 행사에 앞서 중국의 지원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와 내년 1월 노동당 9차 대회를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원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정은, 시진핑, 푸틴/연합뉴스
김정은, 시진핑, 푸틴/연합뉴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2024년 상반기까지 북한 시장에서 1kg당 5000원대였던 쌀 가격이 2025년 6월 1만원을 넘어 7월에는 1만3000원대로 치솟았다”며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쌀 수입 등이 없으면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의 냉담한 반응 속에서 두 개의 중요한 행사를 치러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북한은 올해 6월 개장한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에 대규모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중국 측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중국 경제 전문가 수십 명이 평양을 방문한 점을 고려하면, 중국 역시 북한과 경제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시작된 상황에서 북한은 전쟁 이후 변화하는 정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정성장 부소장은 “러우전 이후에도 북러 간 협력은 유지되겠지만, 기존 ‘특수 관계’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어 북중관계 복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또 10월 말~11월 초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는 만큼, 김정은 위원장은 북중관계를 복원하며 한국과 중국 간 지나친 근접을 조정하려는 의도 역시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성장 부소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참석과 연계될 수 있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러와 입장을 조율하려는 목적도 포함돼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전에도 시진핑 주석을 먼저 만나 정책 공조를 모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통해 북한은 이란 등 우호국과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일 연쇄 정상외교 직후 공개됐다. 한미일 연대에 북중러 협력으로 대응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 도쿄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안보·경제 협력 확대를 합의했다.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공동 대응, 글로벌 공급망 안정, 첨단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은 ‘MASGA(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한미 간 협력을 강화했다.

한미 간 밀착 강화에 중국은 견제에 나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의 대미 조선업 제안은 자국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대미 종속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파견한 대중 특사단은 시 진핑 주석이나 리창 총리를 직접 만나지 못하고,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에게만 친서를 전달하며 귀국해 일각에서는 푸대접 논란도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 기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뜻하는 ‘안미경중’ 노선을 이제는 취하기 어렵다고 발언하자,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의 국익이 미국 전략 아래 종속된다며 “바둑판의 기사가 될지, 바둑알이 될지 독립적으로 결단하라”고 압박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북중러 삼국 간 정치·군사적 결속을 과시하고,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한 맞불 성격을 띠고 있다”며 “북한은 이번 기회를 통해 경제 지원을 확보하고, 향후 외교·군사 전략에서도 중국·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북 러시아대사관도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내달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북중러가 추구하는 '새로운 공정한 질서'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단순한 기념행사 참석이 아니라 북중러 삼국의 결속 강화와 한미일 공조 대응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한미일 결속 강화와 북중러 협력 강화로 맞물리면서, 동북아 안보 환경은 향후 상당 기간 긴장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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