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연합군 압록강 도달…전략자산 배치도 두려워 해
- 맞대응 훈련할 역량 없어…대내외 정치선전에도 이용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이 지난 18일 시작됐다. 북한은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강력한 비난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번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지난 18일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북한의 첫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무장체계 통합운영 시험과정을 점검한 자리에서 “미한의 심화되는 군사적 결탁과 군사력 시위 행위들은 가장 명백한 전쟁 도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발은 말로만 그치지 않는다. 미사일과 포 사격 등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6.25 전쟁의 쓰라린 교훈 때문이다. 6.25 전쟁 당시 개전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낙동강까지 한국군을 밀어붙였던 북한군은 전투력이 월등한 미군의 개입을 막지 못해 압록강까지 밀려 본 경험이 있다.
당시 미 공군의 대규모 폭격으로 국토가 초토화된 것은 북한 정권 수뇌부에게 일종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도 주었다. 더우기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투입되는 미군은 주한미군 뿐만이 아니다. 타지에 있는 미군과 그들의 전략자산도 움직인다. 그 중에는 전략폭격기, 원자력 항공모함도 있다.
훈련을 빙자해 병력을 집결한 후 기동 및 공격에 나선 사례가 전쟁사에는 상당히 많다는 점도 북한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다. 나치 독일이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할 때나 바르샤바 조약군이 1968년 체코를 침공했을 때가 바로 그랬다. 북한 입장에서는 곧장 북한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한미연합훈련에 촉각이 곤두서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일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이 시행되면 북한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북한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북제재로 엉망이 된 북한 경제는 북한군의 기동에 필요한 연료조차 충분히 대 줄 수 없다.
그런 만큼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이와 맞먹을 만한 대규모 부대 기동이 아닌 언어적 비난과 미사일 및 포탄 등의 ‘탄약 소모’가 주류를 이룬다. 탄약도 수명에 제한이 있어 무한히 보관할 수 없는 만큼 노후된 탄은 어차피 없애야 한다. 또한 새로 개발된 탄약(특히 미사일)의 성능을 한미연합군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
정치외교적 차원에서 보면 북한도 비록 주머니는 가벼울지언정 앉아서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전달하려고 한다. 특히 그들은 한미연합훈련을 대외적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맞서기 위해 핵과 미사일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한미연합훈련 중단 또는 축소를 남북, 북미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 한반도 문제에서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목적도 있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반발 메시지 역시 25일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유화적 합의 도출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꾸준히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굉장히 자세하게 소개하며 비판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고 보면서 북미 정상회담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중단을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