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수통일 않겠다'는 광복절 경축사에 강경 발언으로 찬물
- 대결구도 지속 의지 확인, 한미연합훈련 중단 압박 의도도

 

북한이 이재명 정부의 긴장완화 조치에 일절 응하지 않고 연일 강경한 발언으로 찬물을 끼얹고 있다./연합
북한이 이재명 정부의 긴장완화 조치에 일절 응하지 않고 연일 강경한 발언으로 찬물을 끼얹고 있다./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례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을 북한을 향한 가장 적대적인 의사표명이라고 비판하며 핵무력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 80주년 경축사에서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지만 지금까지의 대결 구도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명백히 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이 시작된 지난 18일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북한의 첫 번째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무장체계 통합운영 시험과정을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또다시 감행되는 미국과 한국의 합동군사연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이려는 자기들의 의사를 숨김 없이 보여주는 뚜렷한 립장 표명"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한의 심화되는 군사적 결탁과 군사력 시위 행위들은 가장 명백한 전쟁 도발 의지의 표현이며, 지역의 평화와 안전 환경을 파괴하는 근원"이라며 "조성된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현존 군사 리론과 실천에서의 획기적이고도 급속한 변화와 핵무장화의 급진적인 확대를 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관행화되어온 미한의 군사연습이 언제 한 번 도발적 성격과 위험성을 내포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최근에는 핵 요소가 포함되는 군사적 결탁을 기도하고 있다는 특징으로부터 하여 그 엄중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사에 대한 대답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니다"며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해의 손짓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이에 호응하기는커녕 '핵무력 강화'를 강조하며 이를 뿌리친 것이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 두 차례나 '인내'를 강조하며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겠다고 한 것에서 보듯 북한이 쉽게 손을 맞잡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철벽을 친 것이어서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는 북한의 대남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한미연합훈련을 비판한 점도 주목된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침 연습'이라며 반발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주로 군부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입을 통해서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한미연합훈련 비판에 나선 것은 이를 국방력 강화의 명분으로 삼는 것과 더불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압박하려는 의도 역시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18일 시작된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 기간 동안 계획됐던 야외기동훈련의 절반을 다음달로 연기하는 성의를 보였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집권 시에도 비용적 측면에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적이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사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돈만 많이 들고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며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이야기를 싱가포르, 그리고 판문점에서 두 번 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핵무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특히 "해군은 가까운 앞날에 국가 핵무력 구성과 핵사용 령역에서 일익을 굳건히 담당하는 믿음직한 력량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핵·미사일 능력을 기반으로 해상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플랫폼을 갖추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최현호를 비롯해 5000톤급 구축함을 건조하고, 3000톤급 잠수함에 이어 5000톤급 이상으로 평가되는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북한의 구축함과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핵 미사일로는 화살 순항미사일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등이 꼽힌다. 해상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지대지 미사일에 비해 요격이 어렵고, 특히 잠수함에선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함정이나 잠수함 건조 현장을 자주 찾는 것도 해상 기반 핵 공격력을 갖추는데 속도를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정구영 기자 cgy@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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