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러 ‘노딜’에 김정은 반색? ... 종전 지연될 수록 유리
-李대통령 경축사 반응도 없어…“김정은 자신감 커진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프 푸틴 러시아 대툥령이 15일(현지시각) 알래스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프 푸틴 러시아 대툥령이 15일(현지시각) 알래스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서도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대신 러시아와의 결속을 과시하는 보도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든든한 뒷배 삼아 대남·대미 협상에서 ‘몸값 높이기’ 전략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18일까지 미·러 정상회담 관련 보도는 물론, 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언급도 전혀 하지 않았다. 반면 15일 ‘조국해방의 날’에 맞춰 러시아 고위 인사의 축전 발송, 김정은의 해방탑 참배, 러시아 문화사절단 공연 관람 소식 등을 비중 있게 다뤘다.

김 위원장은 해방탑을 찾은 자리에서 “세기를 이어 다져진 불패의 조로(북·러) 친선은 앞으로 더욱 굳건히 강화될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군사·정치적 연대를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 하원의장 뱌체슬라프 볼로딘을 비롯한 축하사절단과 함께 평양체육관에서 러시아 문화공연을 관람했다.

북한이 미러 정상회담 노딜에 침묵하면서 북러 밀착을 강화하는 것은 우크라전 종전 협상이 길어질수록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15일 열린 미·러 정상회담은 전쟁범죄 책임 규명 등 핵심 의제를 다루지 못한 채 종료됐다.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포기하는 대가로 공격 중단을 제안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평화협정 중재에 나서기로 했으나 구체적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푸틴의 전쟁범죄 책임 문제가 테이블에 오르지 않으면서 러시아에 병력과 군수물자를 제공해 온 김정은 역시 단죄를 피해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6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 한쪽이 전쟁에 휘말릴 경우 상호 군사 원조를 명문화했다. 북한은 이후 러시아에 전투병력·공병 등 수만 명을 파병했고, 그 대가로 첨단 무기 체계와 각종 경제 지원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약의 효력이 여전한 만큼, 우크라전 종전 이후에도 북·러 군사 협력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경축사에서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일체의 적대행위도 할 뜻이 없다”며 남북 군사합의 복원 의지를 밝혔지만 이에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 정부의 긴장완화 조치를 두고 “허망한 개꿈”이라고 일축한 바 있어 남북관계 개선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를 두고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대남·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이 다음 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푸틴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이 러시아를 ‘안전판’으로 두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경우 한국의 역할은 더욱 축소될 수 있다”며 “이럴수록 우리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황시완 기자 hsw@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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