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과 협력 이력 긴 지역…코로나 이후 교류 다시 활발
- 북러 관계 약화 시 외교 대안…대화와 협력 끌어낼 장

 

2019년 베트남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최근 극렬한 반서방 기조를 보이고 있는 북한도 계속 관계 유지와 강화를 원하는 지역이다. 향후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위해서는 이곳을 이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연합
2019년 베트남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최근 극렬한 반서방 기조를 보이고 있는 북한도 계속 관계 유지와 강화를 원하는 지역이다. 향후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위해서는 이곳을 이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연합

북한은 반한국·반서방적인 태도를 강화함에도 동남아시아와는 관계 유지 및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러시아와의 관계가 약화되는 경우에도 북한의 외교력을 유지시켜 줄 것이며, 서방과 북한 간의 대화와 협력에도 이롭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외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이 같은 요지의 논문을 지난 6일 게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한의 외교는 대부분 러시아에 집중돼 왔다. 또한 북한 당국은 해외 주재 자국 외교 공관의 약 25%를 폐쇄했다. 폐쇄됐던 해외 주재 외교 공관 중 다시 연 것도 몽골, 쿠바 등 전통적 우호국,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이익보호국 역할을 하는 스웨덴 정도였다.

서방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반발 기조를 보이며,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대화 및 통일도 포기하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와의 교류와 협력은 크게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2024년에 고위급 대표단을 동남아시아에 2회 파견했다. 3월에는 김성남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 국제부장이 이끄는 노동당 대표단이 중국, 베트남, 라오스를 방문했다. 9월에는 박상길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외무성 대표단이 베트남, 라오스, 태국,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잘 보면 두 대표단 모두 베트남과 라오스를 공통적으로 방문한 것을 알 수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도 이 두 국가와 북한 간의 관계가 유독 돈독하다는 증거다. 특히 베트남은 코로나19 이후 북한에 여러 차례 공식 대표단을 파견한 유일한 동남아시아 국가다. 2024년에만 3번이나 파견했다.

북한이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지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은 공통의 정치 이념, 지도자들 간의 친분, 전략적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한 오랜 협력 역사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과 라오스는 같은 공산주의 국가다. 북한은 베트남 전쟁 당시 북베트남에 물질적, 정치적 지원을 했다.

1960년대에는 캄보디아의 시아누크 국왕과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과 긴밀한 친분을 쌓았다. 이후 캄보디아의 정치적 격변기에 북한은 시아누크 국왕에게 피난처까지 제공했다. 또한 서방 및 북한과 모두 외교 관계를 맺은 나라가 많은 동남아시아는 무역과 외교가 어려운 북한과 세계를 잇는 가교 역할도 해 줬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의 대북제재 강화와 이를 위반한 말레이시아 거주 북한인 문철명 미국 송환,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살해 사건 등으로 2017년부터 북한-동남아시아 간 관계는 한동안 다소 약화됐다.

그럼에도 동남아시아는 여전히 북한에게 비교적 우호적이며, 전략적으로 유용한 지역이다. 동남아시아를 통해 북한은 국제 교류를 다각화하고 외교적 선택지를 늘릴 수 있다. 특히 러시아와의 동맹과 교류가 러우전 종전 후에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만약 러시아와의 관계가 약해질 경우 동남아시아는 북한의 대체 협력 대상 및 해외와의 연결 창구가 돼줄 수 있다. 이는 세계의 다른 지역, 특히 서방과 북한 간의 교류에도 득이 되는 부분이다.

특히 싱가포르·태국과 북한 간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2025년은 두 나라가 북한과 수교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싱가포르는 2027년, 태국은 2028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 의장국을 맡을 예정이다.

이 나라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북한과 미국 간 교류를 촉진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북한 역시 외무성 부상을 지낸 리길송을 싱가포르 주재 북한 대사로 파견, 싱가포르와의 관계를 중시함을 시사했다.

따라서 향후 북한을 국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동남아시아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38노스는 결론지었다. 이 지역을 통해 교육, 문화, 인도적 지원, 지속 가능한 개발 등 민감하지도 않고 국제 제재도 없는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시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아시아태평양 안보협력이사회(CSCAP) 및 ASEAN 지역 포럼(ARF) 등 북한이 이미 가입한 지역 다자간 기구에 대한 북한의 참여를 장려하는 것도 방법으로 꼽았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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