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는 현재 동맹국 없다"…北, 中, 이란의 기여 무시
- '전쟁 목표 이뤄야 하는 다급함'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

 

최근 동맹국들의 러우전 기여를 무시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연합
최근 동맹국들의 러우전 기여를 무시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연합

러우전을 종결지으려는 미국이 러시아에 관세 카드까지 꺼내며 종전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러시아 외무장관이 동맹국들의 전쟁 기여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배경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타스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솔네치노고르스크에서 열린 제11회 테라 샤인치아 국립교육청년포럼(이하 테라 포럼)에 지난 28일 연사로 초청돼 강연했다. 테라 포럼은 러시아 정부가 주최하는 러시아 최대의 청년 세미나로 러시아 대통령과 장관 등 정부 고관들이 인사말을 보내오거나 강연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러시아 전국 수재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뤄지는 자리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강연 주제는 ‘러시아의 외교 정책과 현재 국제 정세를 보는 관점’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유럽이 나치즘에 오염됐다”며 “이러한 유럽에 러시아는 역사상 처음으로 홀로 맞서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러시아의 동맹국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에게만 의지해야 한다. 나약함이나 흔들림은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이 같은 발언을 “러시아가 현재 북한, 이란, 중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지원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미사일과 포를 비롯한 각종 무기와 병력을, 이란은 샤헤드 드론을, 중국은 대러 경제제재 회피의 우회로를 내주었는데도 그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SW는 프로 외교관인 라브로프가 이런 외교상 큰 결례 발언을 한 배경에는 러우전에 대한 확실한 지지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유럽, 특히 서유럽과 러시아는 공존하기 힘든 실존적 갈등 관계라는 비공식적인 국가 이념을 주입시켜 러우전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했다는 것이다.

ISW는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쟁 말고는 다른 수가 없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과 나토 확장은 안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을 인정하라” 등 이 자리에서 나온 라브로프의 다른 문제성 발언들 역시 같은 목적이라고 보았다.

러시아 정부 및 독립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대부분의 러시아 국민은 우크라이나의 탈(脫)나치화, 비무장화, 중립화라는 러시아의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러우전 지속을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전쟁 지지 여론을 유지하기 위해 이전부터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이 때문에 만약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막대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이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러우전을 마감할 경우 러시아 국민들은 이를 승리로 여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수뇌부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고, 이는 최악의 경우 푸틴 대통령의 실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라브로프의 이번 발언에는 이러한 계산에서 비롯된 다급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로부터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야 하는 기한이 언제냐는 질문을 받고 "오늘부터 열흘"이라고 답했다.

앞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러시아가 앞으로 50일 내 우크라이나와 휴전을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 및 러시아산 원유·원자재 구매국에 100% 상당의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한을 더 앞당긴 것이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특별 군사작전(러우전을 가리키는 러시아측 용어)은 계속된다"고 밝혔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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