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 감축하려는 트럼프…韓 전작권 환수는 좋은 구실
- 미군 줄이면 대체 어려운 군 자산·실전 경험도 사라져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어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 전작권을 환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해당 문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장관 후보자로서의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1950년 6.25 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더글라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했다. 그리고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이하 한미연합사)가 창설된 이후 유엔군사령관을 겸임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합사령관이 되면서 작전통제권도 자연스럽게 한미연합사령부로 넘어갔다.
즉, 1978년부터는 유엔군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이라는 3개의 직함을 겸직하는 미군 장교가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모두 갖는 구조였던 것이다.
한국의 작전통제권 환수 논의는 노태우 대통령 취임 초기인 1988년부터 시작됐다. 그 결과 평시작전통제권이 1994년 먼저 환수됐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 즉 전작권은 현재도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다.
전작권 환수의 찬성측 근거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골자는 ‘자주성’이라는 명분이다. “전시에 자기 나라 군대도 마음대로 통제 못하는 나라가 어찌 독립된 주권 국가인가”라는 사고 방식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실리도 중요하다. 전작권을 환수해 한미연합군을 한국군 사령관이 주도적으로 지휘하게 됐을 경우 한국이 치러야 할 대가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핵을 앞세운 북한의 강력한 군사적 위협에 맞서고 있다. 한국은 이를 위해 이미 상당히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데, 그나마 주한미군이 그 비용 일부를 대신 부담하고 있다.
미군은 명실공히 세계 최강의 군대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그 대가가 어느 정도 될지는 계산하기 어렵지 않다. 즉, 전작권을 환수받는다면 주한미군이 부담하고 있는 국방 비용 중 상당 부분을 한국이 떠안아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군은 세계 최고 수준인 유무형의 군사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정보감시정찰(ISR), 정밀 타격, 핵 전력, 전략 기획 등 전략 자산과 역량 수준은 타국의 추종을 불허한다.
북한과 같은 예측 불허의 위험한 상대에 맞서 최대한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숙련된 인적 자원 역시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미군은 20세기 이후 항상 세계 어딘가에서 전쟁을 벌여 온 군대이기 때문이다. 가깝게만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씩 전쟁을 했다. 미군 장병, 특히 장기 복무한 고급 지휘관과 참모들은 이러한 풍부한 실전 경험으로 잘 단련돼 있다.
한국군은 그동안 전략 자산 및 지휘 참모 기능의 상당 부분을 미군에게 의존해 왔다. 군사 자산은 막대한 비용을 감안할 경우 이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실전 경험은 그렇지 않다. 한국군에는 베트남 전쟁 참전자가 군문을 떠난 2000년대 초중반 이후 현재까지 전쟁에 참전해 본 사람이 거의 없다.
현재의 국제 정세에서는 한미연합사의 지휘권이 한국에 넘어가면 미국이 이를 구실 삼아 주한미군의 감축과 ‘전략적 유연성’ 확보, 즉 미국의 이익에 맞춰 어디라도 쉽게 빼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돈이 안 되는 정부 부문을 감축하려 하고 있다. 그 중에는 국방 부문도 포함된다. 이러한 정책 기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동맹국들에게 해외 주둔 미군의 감축과 더 많은 방위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위주로 한 미군 감축과 전략 기동성 강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군 대장 계급의 정원이 축소되는 추세에 맞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미군 중장 보직으로 낮추고, 미군 대장인 주일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직, 미군의 한반도 방위 허브를 일본으로 옮기는 방안까지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전작권이 한국에 환수돼 한미연합사를 한국이 주도하게 되면 "한반도의 방위는 이미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구실로 이 같은 방안의 실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즉, 전작권이 환수되면 주한미군이 감축되면서 미군의 자산도 상당부분 빠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전력 공백은 한국군이 메꿔야 한다. 미군 수준의 자산이 없으면 한미연합작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일종 의원 등 국민의힘 국방위원과 정책위원회가 개최한 ‘북중러가 바라는 전작권 전환, 이재명 정부의 위험한 도박’ 토론회에서는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이 “전작권 환수가 현실화할 경우 위성 등 감시와 미사일 자산 등에 초기만 해도 약 35조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금액은 우리나라 1년 국방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존에 미국 주도형 한미연합에 맞게 만들어진 지휘 체계와 작전 절차를 한국 주도형으로 전환하는 것에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
반면 미국 주도의 한미연합 태세와 주한미군의 현 규모가 계속 유지될 경우 한국에 대한 공격은 곧 미국에 대한 공격이며, 공격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잠재적인 적국에 전달할 수 있다. 즉, 전작권 환수가 갖는 자주성이라는 명분을 지키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국방비라는 실리가 너무나도 큰 것이다. 국방비는 부가가치를 1원도 생산할 수 없는 ‘버리는’ 돈임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한미 양국은 2014년 10월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에 합의한 바 있다. 전작권 전환 조건은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한미연합사 주요 과제를 최소한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군사 능력),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한미연합사 주요 과제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군사 능력),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한미연합사의 모든 주요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군사 능력)의 충족이다.
이를 한미 공동으로 평가해 3단계까지 모두 충족시킬 경우 한국에 전작권이 환수된다. 그러나 한국은 윤석열 정부 당시 2단계 FOC까지만, 그것도 부분 충족시켰을 뿐이다. 이렇게 부족한 군사적 역량을 메우려면 사회의 다른 부분을 희생해 가면서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