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北 희토류 독점 개발·유통 시 시장 교란 능력 커져
- 北, 러 군사기술로 군비경쟁 및 자원 무기화 가능성도

지난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 체결 이후 최근까지 굳은 우의를 과시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 이들의 동맹이 국제 희토류·에너지 시장에도 지각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투자전문 인터넷 매체 AI인베스트는 지난 15일자 보도를 통해 “북러간 동맹이 국제 상품 시장의 지정학적 위험을 높였다”며 “양국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희토류·에너지 공급망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교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근거는 이렇다. 우선 북한은 현재 러시아에 대규모 군사 지원을 해주고 있다. 러시아가 러우전에서 소모하는 포탄의 최소 40%를 공급하고 있으며, 1만여 명의 전투 병력은 물론 민간인 노동자도 파견했다. 그리고 북한은 세계 유수의 희토류 보유국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을 2000만~4800만톤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대치가 맞는다면 북한은 세계 1위의 희토류 보유국이다.
희토류는 원소 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란타넘(란탄)계 원소 15개와 21번 스칸듐(Sc), 39번 이트륨(Y) 등 17개 원소를 총칭하는 말이다. 희토류는 그 이름처럼 매우 희귀하며, 21세기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희토류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되고, 건조한 공기에서도 잘 견디며, 열을 잘 전도하는 특징이 있다.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 발전, 태양열 발전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산업의 필수품인 영구자석에 꼭 들어간다. 각종 전자제품, 형광체, 광섬유 등에도 필수적이다. 방사능 차폐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원자로 제어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북러 관계가 좋게 유지된다면 러시아는 이 북한산 희토류의 독점 개발 및 수입 권리를 따낼 수도 있다. 러시아는 북한과 교역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러시아 하산시와 북한 나선시를 잇는 육상, 해상 교통망 정비에도 손을 댈 것이다. 이 교통망은 유엔 대북제재를 피해 양국간에 금수 품목을 유통시키는 통로로도 매우 유용하다. 현재도 북한 희토류 수출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북한에 매장된 희토류는 그 양만으로도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이 방대한 자원을 모두 러시아가 해외에 독점 공급할 경우 러시아는 세계 희토류 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와일드 카드를 손에 넣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러시아와의 거래를 통해 첨단 군사기술, 특히 핵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습득할 경우 북러 양국은 세계 희토류 시장의 투명성은 더욱 낮추고 가격 변동성은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AI인베스트는 내다보았다. 대량의 희토류를 보유한 북한이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 촉발이라는 지정학적 문제까지 자초하고, 희토류 자원도 무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는 원유 가격 상한제 등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굴지의 석유 수출국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AI인베스트는 지적했다. 러시아는 제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과 인도에 원유를 수출해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지난 달만 해도 러시아 원유 수출량의 76%를 사갔다. 인도는 수입한 러시아 원유를 정제해 G7 국가에 팔고 있다. 즉, G7 국가들도 결국 우회 수입된 러시아산 원유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는 서구의 해상보험을 이용하지 않고 소유권도 불분명한 낡은 유조선들로 이뤄진 일명 '그림자 선단'을 통해 자국 원유를 상한가보다 비싸게 수출하고 있다.
이런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 변동성이 커질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희토류와 에너지 가격의 상승폭이 더 높아질 것으로 AI인베스트는 내다보았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