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언론인, "고용희, 서녀인데다 본인도 김정일 첩"
- "김정은, 어머니 알면 日에 대한 적개심 없앨 수도"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어머니 고용희(1952~2004)의 드러나지 않은 실체를 파헤친 책이 일본에서 출간됐다.
저자는 다년간 북한 문제를 취재해 다수의 책을 쓴 언론인 고미 요지(五味洋治, 전 도쿄신문 논설위원)다. 그는 지난달 출간한 ‘고용희-김정은의 어머니가 된 재일 코리안’이라는 책에서 김정은 위원장도 잘 몰랐을 고용희의 실체를 밝히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어머니임에도 그녀의 실체는 현재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출신 성분 때문이다.
김정은 일가는 입만 열면 자신들이 ‘백두혈통’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저자가 고용희의 배다른 오빠를 중심으로 알아낸 바에 따르면 고용희의 뿌리는 백두산에서 한참 떨어진 제주도다. 고용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고경택)는 모두 제주도 출신이다.
고경택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생활하던 밀수꾼이었고, 일본에서 3명의 여성과 중혼했다. 고용희는 셋째 부인에게서 얻은 자식이다. 즉 고용희는 백두혈통도 아니었던데다 첩의 자식이었던 셈이다.
1962년 고경택의 밀수가 일본 당국에 적발되자 일본 당국은 처벌로 강제 추방 처분을 내렸다. 고경택은 한국과 북한을 저울질하다가 당시로서는 한국보다 훨씬 잘 살던 북한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고경택은 원래 본처와 본처의 아이 7명을 데리고 북한에 가려고 했지만 본처가 반대하자 대신 셋째 부인과 그 아이들(고용희 포함)을 데려갔다. 이렇게 해서 고용희는 북한에 발을 들이게 됐다. 고경택은 지난 1999년 타계했다.
북송된 재일교포들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현지인들보다도 더욱 엄격한 감시와 차별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만수대 예술단에서 무용가로 활동하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눈에 띄어 1970년대 중반에 김정일 위원장의 첩이 된 고용희에게는 아무 상관 없는 얘기였다.
김정일 위원장은 고용희를 전폭적으로 신임해 단독으로 해외여행도 얼마든지 보내 줄 정도였다.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에 시달려 아사자가 속출하는 와중에도 고용희는 해외에서 명품 쇼핑을 즐겼다. 고용희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사이에서 2남 1녀(김정철, 김정은, 김여정)를 낳았다.
그럼에도 김정일 위원장은 죽을 때까지 고용희와 그녀의 아이들을 결코 북한 주민들에게 자랑스레 보여주지 않았다. 결국 고용희도 본처가 아닌 첩일 뿐이기 때문이다. 첩은 퍼스트 레이디가 될 수 없다. 김정일 위원장은 처첩이 제대로 알려진 것만 5명일만큼 여자 관계가 복잡했다.

저자는 “이런 출신상의 약점 때문에 고용희는 반드시 자신의 아이들을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리설주, 김주애 등 가족들과 가급적 자주 함께 공석에 등장하는 것도 김정일 위원장이 고용희와 김정은 위원장을 외부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데서 온 콤플렉스의 발현”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뿐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고용희는 외부에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후에도 한동안 고용희를 잘 언급하지 않다가 2013년 들어와서야 고용희를 선전하는 영화를 만들어 배포했다. 그마저도 덜 공개적이고, 소극적으로 배포했을 뿐이다.
한국의 탈북자 단체 역시 풍선에 고용희의 이야기를 담은 삐라를 실어 북한에 날린다. ‘국모’로 불리기에는 출신이 비천한 고용희야말로 김정은 위원장의 역린이고, 북한 주민들의 아킬레스 건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용희 문제야말로 북한 체제와 김정은 위원장 개인의 모순이 집약된 지점이라고 고미는 지적한다.
고미에 따르면 고용희는 일본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해서 위장 신분으로 일본 여행도 자주 왔다. 아이들에게는 일본 이야기를 해주고, 일본어도 가르쳐 주었다.
앞서 말했듯이 고용희의 아버지인 고경택은 일본에 많은 자식을 남겼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죽었지만 이들의 후손, 그러니까 고경택의 손주와 증손주까지 따지면 일본에 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척은 50여명으로 추정된다고 고미는 밝혔다.
고미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일본은 천년의 숙적이 아니라 친척이 사는 이웃나라”라며 “그 연결고리는 아직 국교가 없는 일본과 북한의 미래에 귀중한 접점일 것”이라고 평했다.
고미는 “김정은 위원장도 이 책에 나오는 고용희와 그 부모님의 이야기는 전혀 모를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 책을 봐준다면 일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일본인 납치 문제를 비롯한 북일간 문제 해결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