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나 96시간 내 전개 가능…전략적 기동성 극대화
- 주한미군 순환배치…'한국 항공모함'에서 뜰 '함재기'

 

미국 육군의 스트라이커 장갑차. 전략적 유연성 확대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연합
미국 육군의 스트라이커 장갑차. 전략적 유연성 확대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연합

주한미군 관련 소식을 듣다 보면 심심찮게 나오는 용어가 있다. 바로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이다. 스트라이커는 미군이 사용하는 장갑차 중 한 차종의 별칭이다. 통상 부대의 이름을 정할 때는 ‘전차대대’, ‘기계화 보병대대’ 하는 식으로 부대 장비의 대명사나 병과 이름을 따서 정하지, 이렇게 부대 장비의 별칭을 부대 이름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 장갑차가 대체 어떻길래 그 이름이 부대 이름에까지 들어가는 것일까. 주한미군에 순환배치되는 이 부대는 어떤 의의를 갖고 있는 것일까.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그저 보병을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해서만 만든 차량이 아니다. 21세기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장비다. 구(舊) 소련 붕괴 이후 군살빼기에 돌입한 미군은 더 이상 냉전시대와 같이 대규모 병력과 중후장대 병기를 운용할 만한 예산을 받을 수 없었다. 따라서 줄어든 인원과 장비로도 여전히 예전과 같은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생겼다.

이 때문에 미국 육군은 전술적 기동성과 전략적 기동성을 모두 확보할 기동장비체계가 절실해졌다. 기동성이 좋아야 필요한 곳으로 병력을 신속하게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전술적 기동성은 장비 자체가 낼 수 있는 이동속도를 말한다. 전략적 기동성이란 장비를 다른 기동장비(특히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항공기)에 최대한 많이 탑재해 육로로 이어지지 않은 곳으로도 빨리 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런데 중후장대하게 만들어진 기존의 미 육군 기갑장비(M-1 전차, 브래들리 장갑차)들은 전략적 기동성이 없었다. M-1 전차의 경우 무게가 70톤에 달해 미군 최대의 수송기 C-5에도 최대 2대 밖에 못 싣는다.

기동성은 빠른 발로만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빠른 발에 걸맞는 뛰어난 통신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신속하게 움직이는 부대의 상황을 적시에 파악하고 정확한 지시를 내려 전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군은 네트워크 중심전 개념을 개발했다.

과거의 전쟁에서는 부대 간에 통신할 수 있는 수단이 무전기 뿐이었다. 그러나 네트워크 중심전의 지휘관은 마치 ‘스타크래프트’ 같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게이머처럼 모니터를 통해 휘하 부대의 현재 상황과 그들이 가져온 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휘하 부대에게 같은 방식으로 정보와 명령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존의 미군 기갑장비들은 이를 전혀 감안하지 않고 만들어졌다.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져 지난 2002년부터 배치됐다. 최대 속도는 시속 100km로 전술적 기동성이 충분하다. 중량도 16톤급이라 C-130 같은 작은 수송기로도 1대는 실어나른다. C-17로는 4대, C-5로는 7대를 수송 가능하다. 따라서 전략적 기동성도 합격이다. 네트워크 중심전 수행을 위한 통신장비도 탑재돼 있다.

스트라이커 장갑차 보병 수송형은 승무원 2명, 보병 9명을 탑승시킨다. 1개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은 이러한 스트라이커 장갑차 300대와 병력 4500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지구상 어디에도 96시간 이내에 파병될 수 있다. 미국은 이 같은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을 9개 보유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기존에 한국에 순환배치해 오던 기갑여단 전투단 대신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이 9개월씩 순환배치되고 있다. 기갑여단 전투단은 M-1 전차를 보유하고 있어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보다 화력과 방어력은 높지만 기동성은 떨어진다.

순환배치되는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은 제2전투항공여단, 제210야전포병여단과 함께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의 핵심 전투부대 역할을 맡고 있으며, 해당 사단이 보유한 사실상 유일한 기계화 보병 전투부대다. 지난달부터 한국에는 제4보병사단 제1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이 배치돼 있다.

물론 스트라이커 장갑차에도 단점은 있다. 기동성 확보를 위해 장갑을 줄이다 보니 방어력은 적의 기관총탄까지만 막는 수준이다. 따라서 전차와 대전차화기 등으로 중무장한 적과 호각으로 계속 싸울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먼저 분쟁지역에 갈 수 있으므로 전차와 야포 등 더 강력한 장비를 가진 미군 후속부대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다. 즉, “두꺼운 가죽보다 빠른 발이 낫다”는 독일 장군 하인츠 구데리안의 금언을 충실히 따른다 하겠다.

여기서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의 정원 4500명, 그리고 이들의 높은 전략 기동성과 순환배치라는 부분을 주한미군 전력의 관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단 순환배치는 상주배치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 2017년 미 육군대학 전략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전투 여단 하나를 9개월 동안 상주배치하는 비용은 3억8000만 달러였지만 9개월간 순환배치하는 비용은 4억7000만 달러였다. 상주배치보다 순환배치가 9000만 달러 더 든다. 그리고 부대가 한반도에 근무하는 기간도 제한적이므로 상주배치만큼 숙련도를 길게 쌓을 수 없다.

그럼에도 미국은 더 많은 병력에게 한국 근무 경험을 쌓기 위한 목적이라며 순환배치를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주한미군 4500명을 빼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재배치한다는 설이 잠시나마 나돌면서 순환배치의 목적이 유사시 다른 지역으로 주한미군, 특히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을 빼내기 쉽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강해졌다.

앞서 말했듯이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은 분쟁 지역에 가장 신속히 투입이 가능한 미 육군 전투부대고, 이 부대의 정원도 공교롭게 4500명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는 현재 세계 최대의 해외 미군 기지다. 면적 14.52㎢, 상주 인구는 3만5000명에 달한다. 또한 평택 항구에 인접해 있다. 평택 항구는 중국과 가장 가까운 한국 항구로 한중 무역,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 무역의 주요 요충지다. 

이 같은 현실을 두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5월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있는 항공모함이다”라는 함축적인 발언을 했다. 항공모함은 탑재한 함재기를 띄울 수 있어야 쓸모가 있다. 한국이라는 항공모함도 주한미군이라는 함재기를 띄울 수 있어야 쓸모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유사시 그 항공모함에서 발함할 함재기는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은 주한미군의 감축 내지 철수라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이 감축 및 철수 '0순위'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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