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억강부약(抑强扶弱) 대동세상(大同世上)’을 이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억강부약은 강자를 억누르고 약자를 돕는다는 의미다. 강자의 폭력을 억제하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정치를 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 철학으로 이해된다.
‘대동세상’은 유교적 이상 국가를 뜻한다. 고전 '예기' ‘예운(禮運)’ 편이 묘사한 대동세상은 늙고 병든 자, 고아와 과부, 사회의 가장 약한 이들을 돌보고 누구 하나 버려지지 않는 공동체였다.
이 대통령의 ‘억강부약’ '대동세상'은 계층 간 양극화 해소와 복지 강화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보듬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존재한다. 북한에 의해 사랑하는 가족을 납치당하고 반세기 동안 그리움과 눈물 속에 살아온 납북자 가족들도 있다.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6·25 전쟁 이후 납북 피해자는 500명이 넘는다. 그러나 납북자 가족들은 지금도 생사 확인조차 못한 채 반세기가 넘도록 국가의 무관심 속에 고통받고 있다.
그들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상처를 위로하고 정부가 책임 있게 북한에 생사 확인만이라도 요구해 달라고 호소한다. 북한에 보내는 전단도 납북된 가족의 생사확인을 요청하는 내용들이다.
“송환이 아니라 생사 확인만이라도 해 달라”는 이 절박한 요구는 억강부약을 국정 운영의 좌표로 삼은 대통령이라면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납북자 가족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엄중 처벌을 경고하며 관련 법령 개정에 나섰다.
억강부약은 강자의 부당한 권력과 특권을 제어하고 약자의 존엄과 자유를 보호하는 데 있다. 이 원칙은 국내 기득권 세력뿐 아니라 북한이라는 ‘강자’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북한 정권은 무고한 우리 국민을 납치하고 억류하며 가족을 찢어놓고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화해 분위기를 해치지 않겠다며 납북자 문제를 사실상 외면해 비판을 받았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국민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이자 대통령의 책무다. 언제까지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을 직접 데려오는 장면을 부러워만 하겠는가?
이 대통령이 말하는 억강부약은 단순한 재분배 구호가 아니길 바란다. 억강부약은 국민 누구도 억압받지 않고 약자 누구도 버려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그 선언을 현실로 만드는 첫 걸음은 더는 버려져선 안 될 납북자 가족과 탈북민들을 품고, 그들을 버린 북한 정권엔 강한 원칙과 요구를 세우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