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주한미군 역할 확대론에 “美 패권 유지 위한 침략적 기도”
- "동북아시아 곳곳의 충돌 요소를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

주한미군 훈련 모습/연합뉴스
주한미군 훈련 모습/연합뉴스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의 활동 반경을 한반도 바깥까지 넓혀 중국 견제에 적극 활용하자는 ‘전략적 유연성’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자 북한이 “미국의 침략적 기도”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은 그동안 줄곧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왔으나 이번에는 미군 병력이 한반도 밖으로 일부 이탈하는 방안임에도 거칠게 비난한 것은 북·중 연대와 중국 눈치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혁남 명의의 논평을 통해 “미국이 주한미군을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기동군으로 삼아 지역 분쟁에 투입하려 한다”며 “이는 지역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기도”라고 주장했다.

김혁남은 “전략적 유연성은 곧 한국을 미국의 ‘제1 전초기지’로 만들어 전장화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군도 미한동맹의 종속구조 아래 함께 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동북아시아 곳곳의 충돌 요소를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최근 미국 내에선 미·중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대북 억지에 초점을 맞춰온 주한미군의 임무를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등 중국과의 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에도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논의는 한때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주한미군 철수 논란으로 번지며 흐지부지됐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미 언론에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과 배치, 임무 등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현 단계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 계획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대만해협 유사시 미군 투입 시나리오 등은 물밑에서 꾸준히 거론돼왔다.

북한은 주한미군 병력이 한반도 밖으로 일부 이동하면 한국 방어 전력에 공백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공개적으로 환영하기보다는 중국과의 ‘반미 공동 전선’을 의식해 오히려 미군을 ‘침략군’으로 규정하며 반미 여론을 조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북한은 최근에도 연일 ‘공세적 억제력 강화’를 내세우며 잇단 미사일 도발로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올 들어서만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섞어 쏘는 ‘섞어쏘기 전술’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대규모 미사일·드론 동시 다발 공격이 방공망을 뚫어낸 것을 보면서, 북한 역시 다종화된 미사일 포트폴리오를 통해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평가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이란과 마찬가지로 속도가 다른 미사일과 무인기, 방사포 등을 동시에 쏘아 방어망을 과부하시키는 전술을 더욱 정교화하고 있다”며 “주한미군 역할 조정 논의가 북한의 도발 명분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론은 한·미 양국 간 안보 딜레마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에 더 큰 역할을 요구하고, 북한은 이를 빌미로 추가 도발과 핵·미사일 카드로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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