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중국 대사의 북·중 접경지역 장기 체류는 이례적
- 북한, ‘대외신용 회복’ 강조하며 중국 기업 유치에 속도

북한 양강도를 방문한 왕야쥔 중국대사주북 중국대사관은 왕야쥔 중국대사가 지난 3∼6일 북한 양강도를 방문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왕 대사(왼쪽에서 6번째)가 북중 인사들과 함께 양강도 혜산시를 찾은 모습./주북 중국대사관 연합뉴스
북한 양강도를 방문한 왕야쥔 중국대사주북 중국대사관은 왕야쥔 중국대사가 지난 3∼6일 북한 양강도를 방문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왕 대사(왼쪽에서 6번째)가 북중 인사들과 함께 양강도 혜산시를 찾은 모습./주북 중국대사관 연합뉴스

왕야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나흘 간 북·중 접경 지역인 양강도를 시찰하며 각종 민생 시설을 둘러봤다고 주북 중국대사관이 밝혔다. 현직 중국 대사의 북·중 접경지역 장기 체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중국이 북·러 밀착 속 ‘잃어버린 영향력’ 되찾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대외신용 회복’을 강조하며 중국 기업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대북 투자가 재개될지 주목된다. 

중국대사관은 7일 “왕 대사가 혜산 통상구,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 삼지연시 일대를 시찰하고 삼지연 학생소년궁전과 병원 등 민간시설을 참관했다”고 밝혔다.

왕 대사는 화교 가정을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는 중조 양국 모두에 중요한 해”라며 “쌍방 우호 협력 증진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삼지연소년궁전에서는 각종 체험실과 예능수업을 참관한 뒤 “중국 유학을 통해 양국 청소년이 상호 이해를 깊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삼지연시 병원 방문 시에는 “중조 의료·보건 교류를 확대하자”고 밝혔다.

이번 방문에는 김철진 양강도 인민위원회 외사국장 등 북한 측 고위 외사 인사들도 대거 배석했다. 김 국장은 “양강도는 항일혁명의 발원지이자 조중 협력의 근거지”라며 “지린성 등 중국 지방성과의 교류 재개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왕 대사는 “양강도의 지리·역사적 우위를 활용해 대(對)중국 협력을 확대하라”고 화답했다.

러-우전쟁 발발 후 북러 밀착 속에서 다소 냉랭해진 북중관계를 회복해 대북영향력을 유지, 확대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의도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북한 역시 자국 무역의 95%이상을 차지하는 대중관계 강화를 통해 북러 밀착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북중러 간 균형외교를 복원함으로서 외교적 실리와 투자유치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은 중국 기업과의 무역 신뢰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 초 무역기관 간부들에게 “대외신용을 훼손하는 행위는 반국가적 범죄로 간주하고 엄중히 처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무역 실무자들이 중국 기업에 이 방침을 전달하며 협력 확대를 적극 타진하고 있다.

북한 무역회사들은 최고지도자의 ‘신용 강화’ 지시를 대외에 직접 설명하며 무역 과정에 발생한 채무 불이행 등의 과오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중국 투자 유치를 위해 주요 도시에 공장용 부지를 중국 자본에 개방하고 상점 설립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인 대상 관광을 확대해 산업시설 견학과 문화 체험을 연계한 ‘투자 유도형 관광’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3월부터 일부 무역기관들은 중국인 투자자에게 직접 토지를 분양해 상업시설과 공장 건설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반 관광객에 대한 입국은 제한적으로만 허용된 상태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신용 회복과 외자 유치를 병행하며 새로운 대외경제 전략에 돌입했다”며 “중국의 실질적 투자가 재개될 경우 북한 경제 회생과 국제 고립 완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관건은 북한이 이 같은 신뢰 회복 기조를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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