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안보협력, 정보기관-내무기관 연쇄 접촉으로 확대
김정은 방러 앞두고 포로·파병군·신변안전 논의 가능성

북한 국가보위상 리창대/연합뉴스
북한 국가보위상 리창대/연합뉴스

북한의 핵심 정보기관 수장인 리창대 국가보위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회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내무성 차관은 같은날 평양을 방문했다. 북러 안보협력이 정보기관, 내무기관 연쇄 접촉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뤄진 양국 안보라인의 교차 방문은 북러 안보 협력의 핵심 채널이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리 보위상이 “제13차 안전문제 담당 국제고위대표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전날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는 28~2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며 주최측인 러시아 국가안보회의는 “여러 국가 고위대표들과 쇼이구 서기의 양자 회담이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리 보위상은 국가보위성을 총괄하는 인물로 정보·방첩·비밀경찰 기능을 수행하는 북한 내 핵심 권력 조직이다. 한국의 국가정보원, 구소련 KGB에 가까운 성격을 지닌 국가보위성의 수장이 해외를 공식 방문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북러 관계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리 보위상의 방러를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사전 조율 성격이 짙다고 본다. 리 보위상이 푸틴 최측근인 쇼이구와 직접 만나게 될 경우 북러 정상회담의 의제 조율은 물론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 보장 문제 북러 간 군사기밀 보호 및 파병군 통제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리 보위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내 북한군 활동과 전사자·포로 송환 문제는 이번 방러 협상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최근 1000명 규모의 포로 교환을 마무리했으나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북한군 포로 2명은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27일 “우크라이나 소식통을 통해 리모 씨, 백모 씨 등 북한군 포로가 포로교환 명단에서 제외된 것을 확인했다”며 “이들이 한국행 의사를 밝혔던 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이들에 대해 “한국행 희망 시 적극 수용” 방침을 밝혀온 바 있다.

한편 러시아도 리 보위상 방러에 맞춰 자국 내무부 대표단을 평양에 파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비탈리 슐리카 러시아 내무부 차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26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리성철 북한 사회안전성 부상(한국의 경찰청 차관급에 해당)과 공식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북러 간 군사 협력뿐 아니라 경찰·내무·정보기관 간의 직접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을 우회하는 공안·사이버·감시 분야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염두에 둔 행보를 잇따라 보이고 있다. 올해 초부터 무기·군수·노동력 협력은 물론, 외교·안보 최고위급 채널이 모두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리창대의 이번 방러는 단순한 국제 회의 참석이 아닌, 북러 정상회담의 실무 사전 조율일 가능성이 크다. 북러 정상 간 공개 회담이 재개될 경우 군사협력의 실체, 포로 송환 협상, 김정은의 국제 메시지 등 파급력 있는 이슈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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