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핵탄두 빼고는 핵무장 요건 거의 다 갖춰"
- "러우전과 트럼프 행정부, 韓 핵무장 길 열어"
- "핵무장 통해 北핵 군축 및 비핵화도 가능"
- "핵무장 안 해도 北핵 견제 위해 원잠은 필요"

북한이 핵무장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은 갈수록 명백해지고 있다. 미국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대만과 본토 방위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국방부 내부 문서가 폭로되기도 했다. 한국의 방위에는 그만큼 신경을 덜 쓰겠다는 얘기다. 게다가 인구 절벽에 부딪친 우리 군은 전력 유지조차 힘들 전망이다.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성장 박사는 핵자강(核自强), 즉 자체 핵무장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정면 돌파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김일성주의연구: 김일성에서 김정일에로’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현대 북한의 정치’, ‘왜 우리는 핵 보유국이 되어야 하는가’, ‘우리가 모르는 김정은 그의 정치와 전략’ 등이 있다.
본지는 지난 4월 9일 서울 강남구 샌드타임즈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우리나라의 핵자강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우선, 우리나라의 핵자강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는지요?
A: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기 전만 해도 나는 북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하고 그다음에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남북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수소폭탄을 사용했다는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 제국은 1945년에 원자폭탄 2발을 맞고 항복했다. 수소폭탄의 위력은 원자폭탄의 10배 이상이다. 북한이 그런 것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생존도 협상을 위해서도 아니라, 한국의 안보에 큰 위협을 주기 위해서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런 폭탄을 한국에 투하한다면 항복 이외에 어떤 선택지가 있겠는가?
3년 동안 진행된 6.25 전쟁 당시 한국측 사망자는 36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서울에 북한 핵폭탄을 떨어뜨리면 순식간에 그 2배 이상인 76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 무기를 가지고 있는 북한에 맞서 평화를 얻어내려면 한국은 자체 핵무장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부터 핵자강을 주장하게 됐다.
Q: 미국에서는 1월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가 열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고 6월 대선을 통해 다음 대통령을 선출할 것입니다. 한미 양국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정권 교체가 되는데 이것이 핵자강에 가할 영향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A: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 미국의 대외 정책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빨리 변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해 줄 사람이 많지 않아 트럼프의 정책을 제대로 실시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로 구성돼 있어 트럼프의 정책을 철저히 실시하고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기존에 미국이 떠맡고 있던 세계의 경찰 역할을 포기하고, 미국 국익에 가장 부합되는 곳에만 적극적으로 개입하고자 한다. 그곳이 다름아닌 대만, 파나마, 그린란드 등이다.
미국의 국가 부채 규모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GDP만하다. 연방 정부 예산 18%가 국가 부채의 이자로 나간다. 이러한 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 예산 중 1/3에 해당하는 2조 달러를 감축하려고 하고 있다. 가장 쉽게 감축할 수 있는 곳은 국방비와 대외 원조다. 국방비를 줄이면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도 감축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감축되면 한국 국민의 핵자강 여론은 커질 것이다. 차기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핵자강에 부정적 태도를 가져 왔다. 하지만 그들도 높아진 국민의 핵자강 여론을 언제까지나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아시아는 세계 경제의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중 절반이 중국의 몫이다. 그리고 아시아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막아야 한다. 미국이 줄어든 국방비로도 이 일을 해내려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들의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 핵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일본 수준의 핵무장 잠재력(핵 잠재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미일 원자력협정에 비해 한국의 핵능력 증대에 불리하게 돼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미일 원자력협정 수준으로 개정한다면 한국은 3~6개월이면 핵무장이 가능할 것이다.
일본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갖고 있다. 이 시설에서 핵무기를 만들면 핵실험이 필요 없다. 핵실험 없이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면 이스라엘처럼 핵무장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을(NCND)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핵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Q: 핵은 탄두만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투발수단(미사일)은 물론 그 투발수단을 발사하는 플랫폼(지상 발사대, 항공기, 잠수함) 등도 있어야 실질적 전력이 됩니다. 그것들을 갖추는 데 3~6개월은 너무 부족한 것 같습니다만.
A: 대한민국은 핵탄두 말고는 핵무장에 필요한 모든 투발수단과 플랫폼을 거의 다 갖추고 있다. 또한 전략사령부도 있다. 전략사령부는 핵무기를 운용할 능력이 있는 부대다. 한국은 원자력 강국이라 핵무장에 필요한 물질들도 어느 정도 갖고 있다.
이제 NPT를 탈퇴하고 IAEA의 감시를 벗어나 핵무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NPT 제10조를 보면 비상사태 시 탈퇴하는 것을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만큼 인접 국가로부터 핵 위협을 당하고 있는가? 이만한 비상사태가 어디 있는가?
다만 핵개발은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대남 위협에 따라 핵 개발은 추후에 결정하겠다고 연막을 피워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적극적 평화 공세를 해야 한다. 핵개발이 완료될 때까지는 북한에게 도발의 명분을 주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핵개발에는 한미 간의 비밀 협상을 통해 미국의 묵인을 얻어내야 한다. 그 전단계인 핵잠재력 확보는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에 대한 반대급부로 얻어낼 수 있다.
사용 핵연료 재처리 능력을 통해 핵잠재력을 얻는 것은 한국이 원자력을 계속 사용하는 데도 중요하다. 재처리를 통해 보관 부피를 줄일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농축 우라늄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또한 미국의 대중(對中)견제에서 대한민국의 기여도를 올릴 수 있다. 미중 간 전쟁이 발발했을 때 파괴된 미 해군의 함선들을 미 본토까지 가져가서 수리하기는 어렵다. 거리도 멀거니와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도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만약 이 때 한국이 미국 함선, 특히 원자력 함선의 건조와 수리 능력이 있다면 미군 전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미 한국의 조선 능력은 일본의 2배다.
핵무장 능력을 갖춘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 기지가 되고, 이로서 미국이 대중 견제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미국의 묵인을 받아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차기 대통령은 핵무장에 대한 낡은 시각을 버리고, 동북아 정세를 전략적으로 통찰해 미국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Q: 한국의 적정 핵무장 규모는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A: 초보적인 핵탄두 20~30발만 있어도 충분하다. 우리의 핵무장 목적은 북한이 먼저 핵무기 발사를 못 하도록 견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소규모로 만들어야 생산 시설도 작아져서 비밀 유지가 쉽고, 이를 빌미로 한 북한의 예방 공격과 도발도 막을 수 있다.
비밀리에 만든다고 해도 국민 간의 공감대 형성은 필요하다. 핵자강을 위한 논의는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 핵무장 사실을 떠벌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또한 한국도 원자력 잠수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핵무장을 안 한다고 해도 갖춰야 한다. 북한이 건조 중인 원자력 잠수함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북한 원자력 잠수함은 러시아 지원이 있다면 5~6년 이내에 진수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 잠수함은 시작부터 전력화까지 10년은 족히 걸린다. 한국이 오늘부터 건조를 시작한다고 해도 북한보다 먼저 원자력 잠수함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은 독자적으로는 확보가 힘들다. 한미일 간 컨소시엄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원자력 잠수함 기술을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면, 한국과 일본은 반대급부로 돈을 내는 방식이다.
핵무장이 완료되면 이스라엘처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로 전쟁 억제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과 상호 핵군축 내지는 비핵화를 위한 카드로 쓸 수도 있다. 일본과 동반 핵무장을 할 경우 그 효과는 더욱 배가될 것이다. 즉, 한국의 핵무장은 한국의 방위력 증강만이 아니라 한미동맹과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Q: 기존 핵무장국의 핵무기도 그 나라들이 저강도분쟁이나 비대칭 공격에 빠져드는 것은 막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A: 물론 핵이 있어도 전쟁 위협을 100% 막아줄 수는 없다. 하지만 대전쟁을 막아주고, 전쟁이 불필요하게 격화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파키스탄도 핵무기가 있으니까 더 큰 나라의 전면 침공을 당하지 않는다. 인도와 중국도 모두 핵무장국이니까 양국간 국경 분쟁도 몽둥이 정도만 가지고 하고, 그 이상 확전시키지 않는다.
Q: 그 밖에 밝히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A: 우리 국민들은 핵무장을 할 경우 심각한 국제 경제 제재를 당할 것을 걱정한다. 하지만 러우전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해 그런 상황에도 근본적 변화가 생겼다. 러우전 개전 이후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유엔 대북 제재는 한 건도 채택되지 않았다. 때문에 한국이 국가 생존을 위해서 핵무장을 하더라도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의견을 모아 한국을 제재할 리는 없다.
그리고 한국은 세계 조선 능력 2위, 반도체 생산량 3위 국가다. 러우전으로 인해 동유럽 국가들이 많이 찾는 방산 수출국으로도 부상했다. 이런 나라가 망하면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되겠는가? 미국이 자기 나라 배와 반도체를 최대의 경쟁국인 중국에 발주하겠는가? 유럽의 평화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러한 한국의 위상을 감안하면 국제 경제 제재를 쉽게 당할 리가 없다.
그러나 이런 기회가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는 없다. 인구 절벽 때문이다. 인구 절벽은 경제에도 국방에도 해가 된다. 이미 현재도 군에 갈 수 없는 사람들까지 강제로 군에 가고 있다. 핵이 없으면 전투력을 낮추지 않으면서 병력 수를 크게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장차 청년층이 줄어들면 병력 수를 유지하기 위해 군 복무기간도 다시 늘려야 한다.
한국의 핵무장은 현재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고, 미래에 닥쳐올 위기에 대응해 우리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다./인터뷰 및 정리: 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