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北 목에 겨눈 칼날이자 휴전선의 약한 고리
北 해상 도발 계속...다양한 시나리오 예상하고 대비해야

 

 

2018년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 장면. 올해도 돌아오는(3월 28일) 서해 수호의 날은 NLL을 둘러싼 북한의 도발에 희생된 호국 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연합
2018년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 장면. 올해도 돌아오는(3월 28일) 서해 수호의 날은 NLL을 둘러싼 북한의 도발에 희생된 호국 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연합

"한반도 안보의 최일선인 바다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바다 속으로 침몰할 수 있습니다."

해양안보 전문가인 김태준 한반도 안보문제 연구소장은 13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샌드타임즈 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두개 국가 공식화 이후 비무장지대를 국경선화한데 이어 NLL 수역에도 일방적 해상 국경선을 규정함으로서 NLL 무력화 시도에 나설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소장은 "통일과 북한을 이야기하면서 안보 문제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며 샌드타임즈 정기 연재를 통해 국민의 안보의식을 깨우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김 소장은 1980년에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34기), 고속정 정장(1985~1986), 고속정 편대장(1990~1991), 포항급 초계함 공주함 함장(1996~1997) 등의 지휘관을 맡아왔다. 또한 미국 기뢰전 장교 과정, 영국 해상선임 장교 과정을 수료하고, 국방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웨인 주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이후 1999년부터 2010년까지 국방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이후 한반도 안보문제 연구소를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첫 인터뷰의 주제는 NLL(북방한계선)이다. 우리 정부는 서해 수호의 날(3월 4번째 주 금요일. 올해는 3월 28일)을 정해 2016년부터 기념해 오고 있다. 서해 수호의 날이 정해진 것도 다름아닌 NLL 때문이다.

정전 이후 수십년간 NLL을 인정해 오던 북한이 태도를 돌변해 NLL을 인정하지 않고, 서해상에서 무력 도발을 해오고 있다. 이로 인해 다수의 우리 군민이 희생되었다. 이를 잊지 않고 호국영웅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서해 수호의 날을 제정했다.

김 소장 역시 지휘관 생활 동안 NLL을 사이에 두고 북한군과 직접 대치한 바 있다. 이러한 NLL의 의의와 중요성, 그리고 이를 둘러싼 북한의 도발과 그 대응책에 대해 알아보자.

김태준 한반도 안보문제 연구소장. /본인 제공
김태준 한반도 안보문제 연구소장. /본인 제공

Q: NLL이란 무엇이며 설정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A: 서해상에 설정된 일종의 휴전선의 연장이다.

한국 전쟁 정전 당시 육지에는 남북한 군이 직접 대치하던 접촉선(Line of Contact)을 두고 확실한 휴전선이 그어질 수 있었으나 바다에는 그럴 수 없었다. 한국 전쟁 당시 한반도의 제해권은 미군을 위시한 UN군에 있었고, 북한 해군이 이에 맞설 능력은 없었다.

당시 관례에 따라 북한이 육지로부터 3해리(5.5km)까지를 영해로 인정받는다고 해도, 한국은 정전 이후에도 얼마든지 북한 코앞까지 군함과 항공기를 보낼 수 있었다. 게다가 당시 한국 대통령 이승만은 줄곧 북진통일을 주장하면서, 정전협정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이에 정전협정 당시 UN군 사령관이었던 마크 웨인 클라크 장군이, 서해상에서 다시 적대 행위가 벌어지지 않도록 1953년 8월 30일 서해상에 설정한 것이 NLL이다. NLL의 기준점이 된 것은 옹진반도를 둘러싼 서해 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다.

UN군측은 정전협상에서 북한 관할지역의 다른 모든 섬들은 내주었으면서도 서해 5도는 포기하지 않았다. UN군이 확보한 서해 5도에 3해리 영해를 적용하고, NLL도 이에 맞춰 그었다.

이유는 이 섬들의 전략적 입지 때문이다. 백령도에서 남포항까지는 50km, 평양까지는 150km 정도 거리다. 연평도에서 인천항까지는 80km, 서울까지는 120km 정도 거리다. 즉, 이 섬들을 확보, 군사기지화해야 유사시 인천과 서울로 통하는 바다를 방어하고, 평양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NLL을 북한의 목을 겨누는 칼로 부르는 이유가 이것이다.

하지만 정전 당시 북한의 대남전략은 바다보다는 한국 영토 내 빨치산과 이를 지원하는 지상군 운용 등 육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때문에 북한은 UN군이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통보한 NLL에 딱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러한 기조는 정전 이후 20년간 이어졌다.

 

Q: 그런데 왜 그 후에는 북한이 NLL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입니까?

A: 1970년대 들어 북한은 육지로부터 12해리(약 22km)까지를 영해로 선포하고, 해양력 증강에 나섰는데 이에 NLL이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북한 해안과 섬에서 12해리까지를 영해로 잡으면 영해 경계선이 NLL을 넘고 만다. NLL 때문에 해주와 남포 등지에서 출항하는 북한 선박이 원양으로 나가려면 백령도 서쪽으로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서해의 황금어장에서 북한 어선들이 조업을 하는 데도 제한이 생긴다.

그리고 애당초 NLL은 정전협정에서 정한 군사분계선에 들어가 있지도 않고, UN측이 일방적으로 정했다. 따라서 북한은 이 시기부터 NLL을 부인하고, 무력 도발의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NLL은 휴전선의 약한 고리인 것이다.

하지만 북한도 실질적으로는 NLL을 준수하고 있다. 20년간 NLL을 인정하여 관습법을 형성해 왔을뿐더러, 지금까지의 북한 해군의 사실상 모든 공식 활동이 NLL 이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1984년 한국 측에 수재구호 물자를 제공 당시에도 NLL에서 물자를 실은 선박을 인계했다. 1991년에는 군사분계선과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을 남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으로 정한 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

때문에 한국 역시 NLL에 대해 북한에 양보해야 할 명분도 실리도 없다.

파란 실선이 NLL이고, 빨간 점선이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해상경계선이다. 그러나 북한도 실질적으로는 NLL을 준수해 왔다. 그들의 서해 해상경계선 이북에 있는 서해 5도민들의 외부 통행을 위해 5개섬 통항질서 수로를 2000년 3월에 정한 것도 그 증거 중 하나다. /연합  
파란 실선이 NLL이고, 빨간 점선이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해상경계선이다. 그러나 북한도 실질적으로는 NLL을 준수해 왔다. 그들의 서해 해상경계선 이북에 있는 서해 5도민들의 외부 통행을 위해 5개섬 통항질서 수로를 2000년 3월에 정한 것도 그 증거 중 하나다. /연합  

Q: 북한은 최근 NLL을 둘러싸고 어떤 도발을 벌였습니까?

A: 제1연평해전(1999), 제2연평해전(2002), 대청해전(2009), 천안함 폭침(2010), 연평도 포격전(2010)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의 도발방식에도 트렌드의 변화가 있었다. 제1, 2연평해전과 대청해전은 수상함 간의 해전이었다. 제2연평해전에서는 우리 해군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이 3번의 전투에서 모두 우리 해군이 북한의 공격을 제압하고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로서 북한이 수상함 간의 해전에서는 한국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만 명백해졌다.

때문에 북한은 천안함 폭침에는 해상의 비대칭 전력인 잠수함을 사용했다. 물속으로 잠항하기 때문에 탐지가 힘든 연어급 잠수정에서 음향 감응 어뢰를 발사, 천안함을 격침한 것이다.

이에 한국 해군이 대잠 경계를 강화하자 북한은 전혀 다른 공격형태를 시도했다. 백주 대낮에 연평도에 포탄을 발사했다. 이것이 연평도 포격전이다. 이 공격으로 민간인도 2명 희생되었다. 북한의 잔혹성과 무자비함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2010년 북한 잠수함에 의해 격침당했던 천안함의 잔해가 인양되고 있다. /연합 
2010년 북한 잠수함에 의해 격침당했던 천안함의 잔해가 인양되고 있다. /연합 

Q: 무력 분쟁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키려는 시도는 없었나요?

A: 물론 없던 것은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남북기본합의서 외에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서도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각종 협력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 등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를 협의”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2018년 9.19 군사합의에서도 서해에서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서 완충 지역을 설정하고, NLL 인근에서의 포사격훈련 금지, 항공기 및 군함의 NLL 접근 금지 등의 조치가 정해졌다. 그러나 이제까지 북한은 이런 협정이나 합의문을 걸핏하면 내팽개치고 무력 도발에 나서 왔다. 때문에 서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늘 물거품이 되어 왔다.

그뿐이랴! 북한은 동해에서도 꾸준히 무력 도발을 벌여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67년의 당포함 격침 사건, 1968년의 미군 푸에블로함 납북사건, 1996년과 1998년에 있던 북한 잠수함 좌초 사건을 들 수 있다. 우리의 바다는 정전협정 이후에도 꾸준히 실전이 벌어지는 전쟁터였던 것이다.

때문에 서해 수호의 날의 기념과 추모의 범위를 더욱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서해 뿐 아니라 동서남해 모두에서 벌어진 북한의 도발을 상기하고 그에 맞선 국군 장병 모두의 희생을 기려 호국 정신을 고양하는 날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기리기 위해 현충일이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을 둘러싼 바다에서는 실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싸움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별도의 날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Q: 김정은은 두개 국가 공식화 이후 비무장지대를 국경선화한데 이어 NLL 수역에도 일방적 해상 국경선을 규정함으로서 NLL을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향후 북한은 NLL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도발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A: 전쟁사를 보면 기발한 전술로 대승리를 거둔 사례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아무리 기발한 전술이더라도 한 번 사용하면 상대방도 그 메카니즘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내놓게 된다. 그러면 그 대응책에 맞서기 위해 또 다른 기발한 전략과 전술을 등장시켜야 한다.

제1, 2연평해전을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제1연평해전 때는 NLL을 넘어오는 북한 경비정을 선체만을 이용하고 사격을 하지 않는 차단기동과 밀어내기로 다시 되돌려 보내려고 했다. 북한이 선제사격을 하지 않을 거라는 전제 때문이다. 그런데 밀리던 북한 측이 선제사격을 가하자 우리 측도 대응사격을 통해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 북한의 도발을 제압했다.

이로서 자신감을 얻은 우리 해군은 제2연평해전 때도 제1연평해전과 같은 방식으로 임했다. 그러자 북한 해군은 우리 해군이 차단기동으로 나서기도 전에 기습 선제사격을 가했다. 물론 반격에 나선 우리 해군도 북한 해군에 큰 피해를 입히기는 했지만 이미 참수리 357정이 침몰하고 승조원 6명이 전사한 후였다. 전술에서는 옛 것에 절대 안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도발할 것인가? 우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효과를 보여준 드론과 미사일을 활용할 것이 예측된다. 드론을 이용해 항구에 정박 또는 기동 중인 우리 해군 대형함을 타격해 침몰시킬 경우, 국민들에게 줄 심리적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드론이 아니라도 어선으로 위장한 공작선에서 미사일을 쏘거나, 수중침투대로 공격할 수도 있다.

또한 예상되는 도발 방식은 잠수함이다. 북한은 세계 굴지의 잠수함 운용국이다. 천안함 폭침과 잇따른 동해 잠수함 좌초 사건, 주사파 김영환 밀입북 사건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의 도발에도 반잠수정·잠수함을 적극 이용해 왔다. 그리고 잠수함은 탐지와 격침이 상당히 어렵다.

그러나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모든 것을 사전에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때문에 오늘은 무사히 넘기더라도 내일은 적이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도발할지를 늘 고민하고, 예상되는 다양한 도발 시나리오에 맞춰 임전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북한이 2023년 공개한 탄도미사일 탑재 재래식 잠수함 김군옥영웅함. 이들은 최근 전략 원자력 잠수함도 건조중이라면서 무력 도발 의지를 계속 불태우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2023년 공개한 탄도미사일 탑재 재래식 잠수함 김군옥영웅함. 이들은 최근 전략 원자력 잠수함도 건조중이라면서 무력 도발 의지를 계속 불태우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탄도미사일 탑재 재래식 잠수함 김군옥영웅함 건조, 그리고 최근 공개된 전략 원자력 잠수함 건조에서 보듯이 북한은 우리를 언제든지 몰래 기습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다만 명분과 시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한반도 안보의 최일선인 바다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 바다 속으로 침몰당한다. 우리 대한민국이 번영하지 못하고, 우리의 안보가 튼튼해질 수 없고, 바다를 방어하던 사람들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쟁의 포연이 지상에서 피어오르지 못하도록 안보의 최일선인 바다에서 적의 침략의도를 사전에 봉쇄하고 해상경계선을 방어할 충분한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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