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자 750만 육박…북한서 생산되는 제품은 없는 상태
- '한류' 차단 등 강력한 보안정책으로 성능과 기능 제한돼

북한은 휴대폰의 성능과 기능을 대폭 개선하려고 하지만 강력한 보안정책 때문에 오히려 성능과 기능이 제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연합
북한은 휴대폰의 성능과 기능을 대폭 개선하려고 하지만 강력한 보안정책 때문에 오히려 성능과 기능이 제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연합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인 북한에서 휴대폰이 주민들의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북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휴대폰의 성능과 기능을 대폭 개선하려고 하지만 강력한 보안정책 때문에 오히려 성능과 기능이 제한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5일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9월 기준으로 평양 주민의 휴대폰 보급률은 71.2%에 달한다. 평양을 제외한 지방의 휴대폰 보급률은 접경지역과 비(非)접경지역으로 구분해서 각각 31.1%와 36.0% 정도로 평양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북한의 휴대폰 수는 750만 개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는데, 북한의 경우 '돈주'나 권력층이 심(SIM) 카드를 2~3개씩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휴대폰 사용자는 750만 명에 조금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에 휴대폰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말 즈음으로 초기에는 당 간부 등 특권층에게만 보급됐다. 하지만 이동통신회사의 채산이 맞지 않아 적자 운영이 이어지자 돈만 내면 모든 주민들의 휴대폰 사용을 허용했다.

북한에는 고려링크, 강성네트망, 별 등 3대 이동통신회사가 휴대폰 통신망을 연결하고 있다. 다만 지방에서는 지능형 전화기, 즉 스마트폰이 아닌 접이식 전화기(폴더폰)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한에는 아리랑, 청송, 화원, 길동무, 진달래, 푸른하늘, 삼태성 등 10여 가지의 휴대폰 브랜드가 있지만 북한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없는 상태다.

실제 미국 싱크탱크 크림슨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판매되는 휴대폰은 모두 중국 기업이 생산하며, 북한 업체들은 이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공급받는다. 중국 기업들은 기본 설계부터 주문에 맞게 휴대폰을 생산하며, 북한 업체의 이름을 붙여 내놓는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기업들에 의존해야 하는 하드웨어와 달리 애플리케이션(앱) 등 소프트웨어는 북한에 현지화된 버전이 탑재된다고 한다.

휴대폰의 네트워크, 즉 연결망의 속도는 지방의 경우 3세대(3G), 평양 등 대도시는 4세대(4G)로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느리고 불편하다. 더구나 5세대(5G) 수준의 이동통신망을 사용하는 한국에 비해서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

북한은 일반 주민들의 인터넷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휴대폰 보급률이 늘어났다고 해서 북한 주민들이 인터넷 상에 넘쳐나는 각종 정보를 바로 획득할 수는 없다. 오로지 북한 내부용 인트라넷을 통해 당국이 제공하는 한정된 정보를 얻는데 만족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말까지 휴대폰 운영체계(OS 플랫폼)의 강제 업데이트 작업을 실시했다. 휴대폰의 모든 사용 내역이 기록으로 남아 사후에 검열이 가능케 한 것은 물론 사진과 동영상 전송을 못하게 했다.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휴대폰이 당국에 의해 발각되면 강한 처벌과 함께 휴대폰을 압수당한다.

또한 북한은 2024년 10월까지 2차 업데이트를 통해 그 어떤 외부 단자로도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을 통한 외부 정보와 한류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이 같은 단속에도 불구하고 일부 북한 젊은이들은 중국 통신망을 이용해 휴대폰, 특히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도 하고 한류를 수시로 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도 스마트폰 사용자 증가로 인해 북한 내부에서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 체제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북한은 스마트폰에 얼굴인식 기능과 무선충전 기술을 추가하는 등 성능과 기능을 대폭 개선시키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보안정책 때문에 오히려 성능과 기능이 제한되는 역설적 현상도 포착되고 있다. 폐쇄된 시스템이 진전된 기술의 실행을 막는 북한 사회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정구영 기자cgy@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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