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문학 10월호에 시인 김순석의 작품 ‘黨’ 게재
아들 김성민은 ‘北민주화운동 대부’로 활동해

탈북민 출신으로 20년 넘게 북한 민주화운동을 활발하게 펼치다 최근 세상을 떠난 김성민 전 자유북한방송 대표의 부친이 쓴 시(詩)가 북한 당국이 발행하는 문예지에 실린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샌드타임즈가 입수한 북한 문학잡지 ‘조선문학’ 10월호는 조선노동당 창당 80주년을 맞아 ‘우리 당은 이렇게 인민을 받들어왔다’는 부제를 달고 관련된 여러 작품을 게재했다. 이 가운데 김 전 대표의 부친 김순석 시인이 1965년에 쓴 시 ‘당(黨)’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
조선문학은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의 기관지다. 노동당의 노선과 방침을 엄격하게 따라야 한다. 북한은 탈북민들을 겨냥해 ‘변절자’ ‘배신자’ ‘인간쓰레기’라 비난해왔다. 김 전 대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탈북한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에 대해서도 생사 여부와 관계없이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김 전 대표는 국내에 정착한 많은 탈북민 중에서도 ‘북한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불릴 만큼 상징성이 큰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조선문학 10월호에 김순석의 작품이 실린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김순석(1921~1974)은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 초까지 북한의 대표적 서정시인으로 활동했다. 조선작가동맹 중앙위 초대 시분과위원장과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 교수 등을 지냈다. 2008년 남북 문학인들이 공동으로 펴낸 ‘통일문학’ 창간호에도 그의 시 ‘벽계동선장’이 실렸다.

김 전 대표도 부친의 문학적 재능을 이어받아 작가의 길에 걸었다. 자강도 희천 출신으로 평양 김형직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조선문학’과 ‘청년문학’ 등에 8편, 인민군 문예지에 80여 편의 시를 발표했다.
이후 인민군 예술선전대에서 대위 계급을 달고 극작가로 활동하며 희곡 ‘병사의 뉘우침’(1988), ‘촌극은 아니다’(1994) 등을 탈고했고, 군 예술축제인 ‘군무자 축전’에서 소속 부대를 1등으로 입상시키기도 했다. 1995년 중국으로 탈북했으나 강제송환됐고, 1996년 재탈북해 1999년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 입국 후에는 대북 라디오 자유북한방송을 개국하고 시집도 출간했다. ‘북한에서 온 내 친구’(2002), ‘10년 후 북한’(2006), ‘고향의 노래는 늘 슬픈가’(2004), ‘병사의 자서전’(2024) 등의 책을 펴냈다. 지난 9월 지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북한 인권 운동을 이끈 김 전 대표는 프랑스 국경없는기자회 ‘올해의 매체상’(2008), 대만 민주주의기금 ‘아시아 민주인권상’(2009), 북한인권상(2019), 국민훈장 동백장(2024)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