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씨 일가 권력 유지와 지배 이데올로기 봉사하는 北 통계
- 최신 통계 의도적으로 배제한 10·15 대책…법정 다툼 비화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9월 통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혹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유리한 통계만 골라 썼다면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재산 통제이자 명백한 통계 조작"이라고 공격하고 있다./연합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9월 통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혹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유리한 통계만 골라 썼다면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재산 통제이자 명백한 통계 조작"이라고 공격하고 있다./연합 

통계(統計)는 데이터를 수집·정리·분석·해석해 의미 있는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단순히 숫자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고, 합리적 결정을 내리기 위한 핵심 도구다. 

하지만 ‘벌거벗은 통계’의 저자 발터 크래머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목적으로 통계를 들먹인다”고 말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정치가 벤자민 디즈레일리는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모두 왜곡이나 조작된 통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다.

최근 남북은 물론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으로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북한 통계에 대한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책적 수요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투자 위험 측정 등을 위한 통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에도 통계자료의 생산·수집 등과 관련한 근거법 및 관리조직이 있다. 1996년 1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마련한 ‘통계법’을 근거로 중앙통계국이 통계표준을 제공하고, 각 성을 통해 수집된 각종 통계자료를 정리·분석함으로써 계획경제를 위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통계는 국가기밀 사항으로 대외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외부로 공개되는 통계는 최고인민회의가 매년 4월 발표하는 국가예산 증액 비율 정도다. 특히 통계의 열람, 이관, 폐기는 엄격하게 통제된다. 이는 내부의 정치적 목적상 투명한 통계 작성 및 외부 공개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 북한은 계획경제 특성상 하위 조직으로부터의 통계자료 취합 단계에서 정치적 의사가 개입될 개연성이 크다. 아울러 시장경제와 달리 생산량을 화폐가치로 환산하지 않으며, 거시 자료의 경우 기준연도를 표시하지 않는 등 객관적인 비교 자체가 어렵다.

이로 인해 북한의 통계는 신뢰도 ‘제로’에 수렴하고, 김씨 일가의 권력 유지와 지배 이데올로기에 봉사한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통계를 둘러싼 잡음이 불거졌는데, 10·15 부동산 대책의 규제지역 지정을 둘러싼 적법성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논란의 골자는 국토교통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시·구까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을 광범위하게 지정하는 과정에서 최신 통계를 배제하고 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곳까지 무리하게 규제지역을 지정한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정치 쟁점화하는 모양새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의 지정 요건은 직전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해당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한 경우이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는 정량 기준을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10·15 부동산 대책의 직전 3개월은 7∼9월인데, 국토교통부는 6∼8월 통계로 규제지역을 묶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사전에 9월 주택가격 통계를 받아놓고도 의도적으로 6∼8월 통계를 써서 주택가격이 덜 오른 곳까지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실제 직전 3개월 기준을 7∼9월로 하면 서울 중랑·강북·도봉·금천구 등 4개 구와 경기 의왕·성남 중원·수원 장안·수원 팔달구 등 4개 시·구가 규제지역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을 곳이 덤터기로 묶이면서 대출 제한, 세금 중과 같은 막대한 재산권 피해로 이어졌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10·15 부동산 대책의 최신 통계 배제 논란 속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목요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폐지하는 카드 역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잦은 통계가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집값이 뛰는 상황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기존에 있던 통계를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매주 집값이 오르는 흐름이 공표되면 '부동산 정책 실패'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는 국가 통계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국민 재산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 수립이나 결정에 나선다. 일반 국민의 주택거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일반적으로 통계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북한도 이 같은 전제 요건을 갖추면 투자 위험을 낮춰 원활한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국제적인 수준의 통계자료 생산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 통계의 신뢰도를 훼손하는 것은 위법 행위다. 특히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통계를 ‘마사지’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박동혁 기자 pdh@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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