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뉴스 "5개월 전 심각한 파손으로 복구 난망"
김정일 잡은 2011년 '희천발전소 사태' 재연되나

북한 인민군 장영일 소속 부대가 함경남도 단천발전소를 빠르게 건설하고 있다고 노동신문이 23일 1면에 보도했다. 사진은 단천발전소 건설 현장 모습. 2020.6.23/연합뉴스
북한 인민군 장영일 소속 부대가 함경남도 단천발전소를 빠르게 건설하고 있다고 노동신문이 23일 1면에 보도했다. 사진은 단천발전소 건설 현장 모습. 2020.6.23/연합뉴스

가동을 앞둔 북한의 신설 수력발전소에서 5개월 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정황이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고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부실 공사로 김정일의 격노를 부른 2011년 '희천발전소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NK뉴스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NK프로는 위성사진과 시설 분석을 토대로, 함경남도 단천 수력발전소의 고장 사태가 현재까지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문제 해결에는 앞으로 수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NK프로 분석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6월 26~29일 사이 발생했다. 단천발전소의 한 조압수조 상단에서 물이 터져 나오며 스위치야드 2곳과 이미 완공된 6호 발전소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조압수조는 도수관으로부터 유입되는 물의 양과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터빈과 설비의 손상을 막는 핵심 안전시설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계식 수문 고장 또는 도수터널 내부 이상이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간 위성서비스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촬영한 고해상도 사진에서는 스위치야드 중 한 곳은 완전히 복구됐지만, 다른 한 곳은 아직 부분 복구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수관 수리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지만 조압수조는 여전히 재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NK프로는 “외부 시설 복구율은 약 85% 수준”이라며 “터빈 등 핵심 인프라는 심각한 손상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단천 수력발전소는 북한이 ‘최대 규모’라고 강조해 온 핵심 인프라 사업이다. 이번 사고는 북한 연구자의 익명 계정 ‘@NobodyGerman’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처음 제기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당초 2020년 10월 완공 예정이던 1단계 공사는 이미 수차례 지연됐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추가적인 지연도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사고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이달 초까지도 “2단계 사업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단천발전소 1단계 공사를 비롯한 중요한 대상들이 완공의 날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11년 희천발전소 부실 공사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점에 주목한다. 당시 북한은 "수령님 탄생 100돌(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제끼자"며 자강도에 짓고 있던 희천발전소를 '강성대국의 기둥사업'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10년 걸린다던 공사를 3년 만에 끝냈다. 무리한 공기 단축은 부실 공사로 이어졌다. 2011년 12월 중순이 돼서야 "누수가 심각하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김정일의 급사(2011년 12월 17일)도 이 보고를 받고 대로(大怒)한 김정일이 혹한의 날씨에 현지 시찰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단천발전소 역시 북한이 ‘전력난 해소의 열쇠’로 삼고 있는 전략 사업이다. 이번 고장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북한의 중장기 발전 계획에도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이미 화력·수력·소수력 발전소를 총동원해 전기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며 “단천 발전소 완공이 계속 늦어지면 올해 겨울부터 전력 사정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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