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님 차 바퀴자국에 먼지 한 점 묻어선 안 돼"
"인민대중 제일주의? 실상은 최고존엄 제일주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진행된 평양시 외곽 강동군병원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하고 준공 테이프를 끊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2025.11.20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진행된 평양시 외곽 강동군병원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하고 준공 테이프를 끊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2025.11.20 /연합뉴스

평양 외곽 강동군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잦은 방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 위원장의 전용 특각과 1호 도로, 1호 열차 플랫폼에 이어, 대규모 온실농장과 지방병원이 들어서면서 1호 행사(김정은 참석 행사)때마다 주민들이 도로 청소에 동원되는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 

24일 평양시 소식통에 따르면,강동군은 최근 김 위원장의 집중적인 현지지도가 이뤄지면서 지방 간부들의 과잉 충성 경쟁으로 주민들의 생활이 제약되고 있다. 강동군은 김 위원장의 증조부 김형직의 고향으로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 지역이며 전용 특각과 1호도로, 전용열차 1호 플랫폼이 있어 공개·비공개 1호 행사가 잦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의 주요 치적으로 선전되는 강동 종합온실농장은 2024년 3월 완공되었고, 지난 19일엔 강동군병원 준공식에 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하는 등 1호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소식통은 “강동군병원 준공식에 맞춰 ‘1호차’가 지나가는 도로에 먼지 한 점도 묻지 않도록 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며 “추운 날씨에도 수백 명의 주민이 행사장 주변 도로를 손으로 물걸레질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강동역 인근 ‘1호 도로’는 준공 당시부터 잡음을 낳았다. 강동역은 김 위원장이 지방 현지지도를 위해 전용열차를 이용할 때 하차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주요 역마다 ‘1호 홈’을 설치해 놓았다. 전용열차에 실려 있던 김정은 전용 차량이 역 구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도로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강동역 인근 약 1㎞ 길이의 1호 도로는 지난해 최고급 아스팔트 자재로 포장돼 완공된 뒤에도 "1호차가 지나가기 전에는 개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주 간 주민들의 통행이 금지됐다. 차량은 물론 자전거와 오토바이까지 이용할 수 없어 주민들은 먼 길을 돌아가야 했다. 

그러다 일부 주민들이 감시가 소홀해지는 저녁 무렵 미개통 상태의 1호 도로를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몰래 이용하기 시작했다. 날이 밝은 뒤 도로 위에 남은 바퀴 자국들이 당국에 적발되면서 기업소 노동자 수십 명이 매일 동원돼 물걸레로 도로를 닦는 일이 되풀이됐다.

소식통은 “자전거 자국 때문에 하루 종일 허리를 굽히고 도로를 닦았다”며 “찻길을 손으로 물걸레질하는 나라는 조선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청소 작전’은 김정은의 차량이 실제 도로를 한 번 지나간 뒤에야 중단됐고 그제야 도로가 정식 개방됐다.

소식통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외치지만 현실은 최고존엄 제일주의'라는 냉소가 퍼지고 있다"며 "간부들의 아첨 때문에 1호차가 지나가는 길에는 인민의 고통이 뒤따른다"고 전했다. 

장신영 기자 jsy@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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