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통일 경험에서 배울 점 많다… 특별한 노하우 있나?”
- 마크롱과 격상된 동반자 관계 논의… 수교 140주년 방한 약속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갖고 외교 행보를 본격화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분단 현실을 언급하며 독일의 통일 경험을 적극적으로 배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두 국가론’을 분명히 부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메르츠 총리와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은 독일이 분단을 극복해 통일을 이루는 과정을 깊이 주목해왔다”며 “숨겨 놓은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꼭 알려달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에 메르츠 총리는 “비밀 전략은 없다”며 “독일 통일은 지속적인 노력과 국제사회 협력이 밑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북한 문제와 한국의 대(對)중국 전략에 관심을 표했다.
메르츠 총리는 “양국은 이미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왔다”며 경제협력과 기술 분야 연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진행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G7 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제 옆자리에 앉았던 장면이 한국에서 아주 화제가 됐다”며 회담 분위기를 풀었다.
이 대통령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문화·경제·안보·첨단기술 분야의 협력 강화 등을 제안하면서 “프랑스는 대한민국과 매우 특별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6·25전쟁 당시 프랑스의 파병 지원은 지금도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비공개 회담에서는 방산·AI(인공지능)·우주산업 등 첨단 분야의 상호보완적 협력을 집중 논의했고, 문화 교류 확대를 통한 ‘경제+외교 효과 극대화’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G7 회의 이후 다시 만나 기쁘다”며 “양국은 원전과 재생에너지, 양자(퀀텀) 기술까지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또 “한국이 우크라이나 문제 등 국제 현안에서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은 한·프 수교 140주년이라는 특별한 해”라며 “꼭 방한해 달라”고 국빈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방한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양국 정상은 한반도 정세와 역내 안보 상황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의 ‘독일 통일 경험’ 강조는 최근 국제외교권 일각에서 제기된 ‘한반도 두 국가론’을 사실상 일축하며 통일 지향 노선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적 통일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라며 “향후 독일-프랑스와의 전략대화가 더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주연 기자 lgy25@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