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미국 등과 관계가 개선되고 제재 완화가 병행돼야 효과
- 대중 무역 2025년 회복세… 경제 회복, 번영까진 갈 길 멀어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지방공업 발전과 지방 발전'을 통한 '국가 전면적 부흥'을 전제로 추진됐지만 자력으로 정책에 성공해도 그 결과는 ‘생존’이나 ‘안정’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대외 환경이 개선될 경우 북한의 선택지는 넓어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됐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면 기계설비·에너지·원자재 조달선을 다변화·안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중관계 회복으로 대중 무역이 올해 들어 회복세에 들어섰지만 아직 양국 간 교역 수준이 경제 회복, 번영의 길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두환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KDI 『북한경제리뷰』9호에 게재한 ‘지방발전 20×10정책’동향과 전망‘ 글에서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생활경제의 기초선을 방어하고 지역 균형을 통해 지구전(또는 진지전)을 대비하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과거와 다른 ‘중앙의 건설 자원 보장과 군 동원’, ‘표준화한 소규모 경공업 단지의 전국적 분산 배치’는 단기적 성과 가시화에는 유리하지만, 지속가능성은 가동 안정성(전력, 설비, 인력, 원료)과 품질 확보에 달려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정책의 성패는 단기적 핵심 과제 해결에 달려 있다"며 '전력 안정성 확보'가 우선 중요하지만 현재 북한의 경제·인프라 여건에서는 쉽지 않은 과제라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이 ‘지방 중흥’을 내세워 목욕탕·미용실 등 종합편의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기와 연료 부족으로 기존 시설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정평군에서 지방공업공장과 종합봉사소 건설이 진행 중이지만, 은덕원 등 기존 시설은 전기와 연료 부족으로 사실상 문을 닫았다”며 “운영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새 시설을 지어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기술자와 기능공 양성 체계화, 원료기지 생산성 관리, 표준화된 시스템 구축 등 단기적 안정과 중기 구조 보완이 동시에 이뤄질 때 실질적 효과를 내며,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같은 중점 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려면 대외경제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력으로 정책에 성공해도 그 결과는 ‘생존’이나 ‘안정’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러 등 사회주의 우방국은 물론 한국과 미국 등과도 관계가 개선되면 정책의 성공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한국·미국 등과 관계가 개선되고 제재 완화가 병행되면, 과거 경제개발구식 부분적 대외개방 전략을 선별적으로 재추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경우 ‘내생 경제’(지방공업공장의 일상 생산)와 ‘외생 경제’(대외 자본·기술·시장 결합)의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창출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예컨대 특정 경제개발구나 항만을 전진 기지로 삼아 외부 자본·설비·기술을 도입하고, 지방공업공장은 부품과 반제품 생산을 맡아 ‘안쪽의 안정’과 ‘바깥의 확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이다.
김 연구위원은 또 러시아에 이어 중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면 기계설비·에너지·원자재 조달선을 다변화·안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 대외무역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교역 정상화가 '지방발전 20×10정책' 추진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중관계 회복으로 북한의 대중 무역은 올해 들어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해관통계에 따르면 2025년 1~9월 북한의 대중 수입은 15억 9,617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1% 증가했다. 대중 수출은 3억 2,227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6% 개선됐다. 이를 보면 북한경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귀했으며, 대중 수출만 보면 2018~2019년보다 나은 상황으로 평가된다.
수입 증가의 배경으로는 경제 상황 개선, 북중 관계 개선, 물류 환경 개선에 따른 비용 하락 등이 거론된다. 대중 수출 증가는 2023년 4월 전후 중국의 북한산 가발·가수염·속눈썹 수출 허용과 UN 대북제재 장기화에 따른 북한의 적응 효과가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대중 무역은 제9차 당대회(2026년 1월)와 북중 관계 개선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경제개발5개년계획(2021~2025년)의 성과를 확인하고, 새로운 경제개발계획에서 국산화와 무역 정책 방향이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2025년 9월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경제협력이 추진될 경우, 북중 무역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UN 대북제재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과 러시아는 부분적으로 제재를 유지하고 있으며, 북한은 물류 비용 부담과 외부 협력 제약 속에서 제한적 성장과 현상 유지를 반복하고 있다"며 "북한경제가 안정을 유지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외 관계 개선과 내·외생 경제의 전략적 결합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