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막았지만 건강보험 개혁 숙제로
- 균열 드러낸 민주, 건강보험료 폭등시 여론전으로 반전 모색할듯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았던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가 43일째인 12일(현지시간) '역대 최장' 기록과 함께 마침표를 찍었다. 내년 1월 말까지 정부를 가동하기 위한 임시예산안 등 법안 패키지가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통과되고, 이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서명해서다.
미국 하원은 이날 저녁 본회의에 상원의 단기 지출법안(임시예산안)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22표, 반대 209표로 가결했다. 하원에서 통과된 임시예산안은 지난 10일 상원이 수정 가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밤 의회에서 넘어온 임시예산안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첫 번째 집권 때 세워졌던 최장 셧다운 기록(35일)을 재집권한 지 1년도 안 돼 갈아치웠다. 1기 때 최장 셧다운 기록은 이민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이견으로 초래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셧다운 장기화로 지지율이 악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섰고, 의회는 장벽 건설 비용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보다 크게 낮춘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셧다운 사태에서는 자신과 공화당이 '승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이 끈질기게 요구해 온 건강보험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지급의 연장 없이 임시예산안이 처리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임시예산안에 끝까지 반대했지만 셧다운 장기화를 우려한 중도파 상원 의원들이 이탈하며 임시예산안을 처리할 길이 열렸다.
공화당은 민주당에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에 대한 상원 표결을 보장해주기로 했지만,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인 만큼 법안 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우리가 민주당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셧다운 사태에서는 표면상 승리했을 지언정 내년 11월 상·하원의 다수당을 결정할 중간선거까지 이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최악의 의료제도라고 비판해 온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을 막는 데 성공했을지 몰라도 당장 올해 연말 보조금 지급이 종료돼 보험료가 폭등하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 대상자 중 보조금을 받는 국민은 2000만명 이상으로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면 이들의 건강보험료는 2∼3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건강보험 개혁으로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가 불법 이민자들에게까지 의료 혜택을 제공하며 보험사들을 배 불리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보조금을 국민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의 건강보험 개혁과 별개로 공화당 지도부로선 내부 표 단속도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공화당 내에서도 온건파 의원 일부는 국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을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예산안 표결 과정에서 '단일대오'를 지키지 못한 민주당은 내홍에 휩싸인 모습이다. 지지층 일부에선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민주당에선 이번 셧다운 국면에서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에 반대하는 공화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국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건강보험 이슈화에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도 있다. 보조금 연장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더라도 그 책임은 공화당이 져야 하며, 보험료 폭등에 따른 여파는 내년 중간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다.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많은 민주당 의원은 오바마케어 보조금 문제로는 전투에서 패했을지라도 공화당이 이 사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내년 중간선거에서 역풍에 직면한다면 자신들이 더 큰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박동혁 기자 pdh@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