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건설…체제 발전 또는 우월성 보여주는 지표로 인식
- 건설업 비중 높은 북한 경제…속도전으로 붕괴 사고 잇따라

올해 3분기(7~9월) 한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1.2% 성장했다. 2개월 전 전망치였던 1.1%를 상회한 만큼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1.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분기의 1.2%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아울러 지난 8월 경제전망 당시 한국은행의 전망치 1.1%도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깜짝 성장세'를 나타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있었다.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 1.2%를 기여도별로 분해해보면 민간소비가 0.6%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이어 정부지출과 정부투자가 각각 0.2%포인트를 차지했다. 3분기 집행된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지원금(소비쿠폰)이 소비 개선을 견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정부 재정지출이 성장률 회복을 이끈 셈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그동안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건설투자 역시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건설투자는 이 기간 0.1% 감소해 6분기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지만 감소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3분기 건설 현장 안전사고 여파가 없었다면 플러스 성장도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시계를 올해 1분기로 되돌려보면 내수 부진이 -0.2% 역성장의 원인이었으며, 이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건설투자였다. 올해 1분기 건설투자는 –3.2%를 기록하며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 갉아먹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건설투자는 경제성장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지난해 기준 1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5%를 웃돌지만 최근 수년간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한국의 건설투자는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연속 감소했는데, 이는 201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건설업은 철강, 시멘트, 기계장비 등 연관산업의 고용과 생산을 크게 유발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경기 침체 때 건설투자 확대가 불황 극복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은 산출액 10억원당 고용 유발 인원이 10.8명으로 제조업 평균 고용 유발 인원 6.5명보다 1.7배 많다. 아울러 생산유발계수는 2020년 기준 2.017로 전 산업 평균 1.875보다 10.5% 높다. 생산유발계수는 최종 수요 1 단위가 증가할 때 각 산업 부문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생산액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건설의 최종 수요가 증가하면 전체 산업의 고용과 생산 증가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건설은 한 나라 경제의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은 북한도 마찬가지. 역성장을 거듭하던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플러스 성장으로 돌려세운 주역이 건설일 만큼 비중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GDP는 36조9654억원으로 전년의 35조6454억원 대비 3.7% 늘었다. 2023년 3.1%에 이어 2년 연속 성장한 것이다. 이 같은 건설 주도 성장에 지난해엔 러시아 파병에 따른 대가, 이른바 우크라이나 특수까지 더해져 내수가 살아난 덕분이다.
이처럼 건설은 한국과 북한 경제 모두에서 유의미하다. 다만 북한에서 건설은 좀 더 특별한 존재다. 통상 독재국가에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커지면 건설을 통한 ‘시각적 성과’에 의존하게 되는데, 당장 눈앞에 성과를 내놔야 민심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김정은 집권 12년을 가장 함축적으로 특징짓는 용어가 핵무기와 건설일 정도로 북한은 거의 매년 굵직한 건설 사업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비상 방역 속에서도 연간 1만 가구씩 2025년까지 평양에 총 5만 가구의 살림집(아파트)을 짖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2일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두고 “당이 인민에게 베푸는 무상 선물”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총비서 동지의 역사적 대업이라고 칭했다. 비단 김정은 국무위원장만이 아니다. 아파트 건설은 김씨 일가의 통치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설 정치’인 것이다.
북한의 고층 아파트는 통상 외관은 좋지만 살기에 매우 불편하다. 많은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고, 있다고 해도 전력이 부족해 가동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도 역시 마찬가지. 낮은 수압 때문에 상층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김정은 집권 이후 대규모 아파트 건설은 음성화돼 있던 부동산 거래 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부동산 투자로 부를 축적한 신흥 부유층의 등장을 가져왔다. 심지어 노동당이나 국가기관이 민간업자(돈주)를 끼고 아파트 건설에 나서고, 군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부패는 필연적인데, 한마디로 국가기관과 돈주의 ‘부패 콜라보’인 것이다.
돌관공사 역시 북한 건설의 중요한 특징이다. 돌관공사란 장비와 인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짧은 기간에 해내는 공사를 말한다. '속도전'이라는 구호 아래 수많은 인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동원된다. 이는 각종 인명 사고와 건물 붕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데, 인민을 위한다는 건설 정치가 오히려 목숨을 빼앗아가는 꼴이 되는 것이다./박동혁 기자 pdh@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