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북한이 최정예 특수부대인 폭풍군단 병사들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폭풍군단은 북한의 가장 정예화된 부대로, 전시에 적의 후방으로 침투해 주요 인물 암살과 시설 파괴를 전담하는 부대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샌드타임즈 사무실에서 폭풍군단 출신으로 현재 한국에 거주 중인 탈북민 이웅길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특수부대의 실상을 들었다. 2006년 탈북·입국한 이웅길 씨는 이번 인터뷰에서 폭풍군단 실상과 러시아에 파병된 후배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진솔하게 전했다.
-최근 북한이 폭풍군단 병사들을 러시아에 파병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네, 저도 이 소식을 듣고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북한에서 폭풍군단은 그야말로 '적 후방을 초토화하는 부대'로 알려져 있어요. 평소에도 주 전술이 적 후방으로 깊숙이 침투해 요인을 암살하거나 군사적 거점을 파괴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에 그 병사들이 러시아 전선으로 보내졌다는 것은 그들이 이제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는 거니까요. 뉴스 영상을 통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군 생활 중 처음 신병으로 배속되어 혼란스러워하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어쩌면 그 병사들은 전쟁이 얼마나 잔혹한지,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파견된 것 같아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뉴스에 등장하는 병사들의 표정을 보니 대부분 어린 병사들 같아 보였습니다. 특히, 폭풍군단 출신인 만큼 남다른 심정이실 것 같습니다. 자기소개와 함께 폭풍군단에 들어가게 된 과정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의사셨고, 저도 부모님의 길을 따라 의사가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동생과 함께 꽃제비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고, 제 외삼촌이 북한군 간부였기 때문에 폭풍군단으로 배속될 기회를 얻었습니다. 폭풍군단은 일반 보병부대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강한 체력과 격투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이런 조건을 갖추려면 중학교 시절부터 따로 훈련을 받고 준비해야 합니다.
-특수부대 선발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체력은 기본이지만, 북한에서는 ‘토대’라고 불리는 출신 성분이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당원 자녀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 이른바 백두혈통이라 불리는 특정 가문 출신들이 주로 배정됩니다. 폭풍군단은 일종의 엘리트 부대라, 사회에서 미래 간부 후보로 꼽히는 자제들이 많이 가죠. 저도 외삼촌이 군 간부였던 덕분에 폭풍군단에서 복무할 수 있었습니다.
-폭풍군단과 한국의 특수부대와 비교하면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가요?
=폭풍군단은 말 그대로 ‘지옥에서 살아서 나오는 법’을 배우는 부대입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산악행군,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이 일상입니다. 겨울에는 얼음을 깨고 차가운 물에 들어가는 ‘극한 추위 훈련’도 하고, 통나무를 어깨에 메고 경사진 산을 뛰어오르는 훈련도 일상적입니다. 북한 특수부대는 단순한 체력 강화가 아니라, 완전히 적진에 투입된다고 가정하고 훈련합니다. 즉, 전쟁 상황에서 적의 심장을 겨냥해 치고 빠지는 전술이 핵심이죠. 반면 한국 특수부대는 대테러 작전이나 보안 임무를 주로 맡는 방어적 임무가 강한 편입니다. 반면, 북한 특수부대는 후방 침투, 요인 암살, 시설 파괴 등 강력한 공격형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폭풍군단 병사들이 환경이 다른 러시아 전장에서 견딜 수 있을가요?
=폭풍군단 병사들이 기본적인 전투 훈련을 받았더라도, 러시아에서의 실제 전쟁과는 차이가 큽니다. 예를 들어 폭풍군단은 후방 침투나 특정 요인 암살을 목적으로 훈련받지만, 러시아 전선에서는 포격이나 장기적인 전투 환경에 적응해야 합니다. 단순히 잠입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것과 전면전에서 전투를 지속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그 병사들은 실전 경험이 거의 없으니까요. 현장에서 겪을 혼란과 두려움이 상당할 겁니다.
-북한에서는 투항이 사실상 죽음이나 다름없다고 교육받는다는데 파병된 병사들이 투항할 가능성은 있을가요?
=북한에서는 투항은 곧 '비겁한 죽음'이라고 강하게 교육합니다. 북한 군인들은 투항은 무조건 죽음으로 이어진다고 철저히 세뇌당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이 우크라이나군에 투항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너희는 지도자를 위해 죽을 필요가 없다. 부모님이 너희를 위해 살기를 바랄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투항자를 죽이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 자유를 선택하라.” 북한에서는 한국에 오면 고문당하고 죽는다고 교육하지만, 저는 자유롭게 한국에서 삶을 누리고 있거든요.
-심리전 방안으로 삼겹살 먹방 같은 방법도 제안하셨는데 효과는?
= 의외로 북한 군인들에게는 먹는 것이 가장 큰 심리전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군 병사들이 늘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어서, 삼겹살을 구워서 함께 먹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흔들릴 겁니다. 저도 북한에서 군 생활할 때는 고기 한 점이 간절했어요. 북한군 병사들이 자유와 먹거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본다면, 투항하고 싶어질 겁니다. 실제로 한강 도하 훈련 때 한국군이 삼겹살을 구워 먹는 모습을 보면, 북한 병사들 중 상당수가 무기를 내려놓을 것이라 생각해요.
-북한군과 북한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다른 방안도 있을까요?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의 풍요로운 삶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두만강이나 압록강 연선은 외부와의 접촉이 더 자유롭기 때문에, 그쪽에서 한국 생활을 담은 영상을 배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한국을 허구의 천국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에게 실제 한국의 현실을 알려준다면, 북한 내부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에 파병된 폭풍군단 후배 병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정말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너희의 목숨은 김정은에게 바칠 것이 아니라 너희를 위해서 써야 한다. 우크라이나군은 너희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투항하고 자유를 향해 나아가라.” 저 역시 북한을 떠나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안전한 곳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