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평화협력연구원(KIPCO)이 발간한 월간지 ‘KIPCO Magazine’ 2025년 11월호(통권 14호)가 ‘트럼프·김정은·이재명의 짝짜꿍’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한반도 정세를 해부했다. 손기웅 원장은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접근이 한반도 통일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원장은 ‘이슈 앤 포커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행보가 한국에 부정적인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가 김정은을 1차 집권기에 세 차례 만나며 북한 체제의 안정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 만남들이 김정은의 ‘두 국가’ 주장, 즉 한반도를 남북 분단의 영구 상태로 인식하게 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손 원장은 “트럼프는 한국을 상수가 아닌 변수로,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다루는 ‘한반도 2국가 구상’에 빠져 있다”며 “이는 한반도 통일의 길을 더 멀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의 접근이 김정은이 의도한 ‘핵무기 보유국’ 기반의 군축 협상 구상을 뒷받침하게 되면서, 북핵 폐기의 가능성을 사실상 봉쇄했다고 비판했다.

손 원장은 트럼프의 이런 행보가 의도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현실적 공존’ 노선과 맞닿아 있다고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남과 북은 사실상 두 개의 국가이며, 핵을 완전히 제거하기보다 속도를 제어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손 원장은 트럼프의 대북 접근이 이러한 한국 정부의 ‘공존 기반 북핵 관리’ 구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는 북한이 2023년 12월 23일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것이 남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물질적 보상을 제안했지만 실질적 진전은 없었다.

2025년 6월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정권 출범과 동시에 대북정책의 방향을 급선회했다. 전직 통일부 장관들을 핵심 안보 라인에 배치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 유화적 조치를 취했으나 북한은 여전히 냉담하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남측의 대화 제의를 조롱하며 한미 연합훈련을 ‘전쟁 준비’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호에는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은 예술 작품도 실렸다.

청와백자 명인 송재(松齋) 윤상길 고문의 ‘통일 염원’ 시리즈와, 장공순 설악평화통일포럼 부대표의 사진 연작 ‘해방 80년 분단 80년 반쪽의 풍경’이 그것이다.

특히 동해북부선 북천교각은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파괴된 후, 통일의 상징처럼 남겨진 잔교로 소개된다. 현재는 자전거 교량으로 재탄생해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연결’을 상징한다.

한편 한국평화협력연구원은 오는 11월 5일 숙명여대 통일사업단·법학연구소와 공동으로 ‘독일 통일 35년 대해부: 한반도 통일 모델인가’라는 주제의 학술회의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다.

이번 회의는 독일의 통일 경험을 되짚어보며, 남북관계의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황시완 기자 hsw@sand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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