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적 '북한군사론' 통해 北 군사력 실체 파헤쳐
- "단순 대응 넘어 능동적·주도적 전략으로 가야"

최근 군사력을 강화해 우리를 비롯한 주변국에 위협을 늘려가고 있는 북한.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본부장 이윤규 박사는 최근 서적 ‘북한군사론’을 공저, 그런 북한 군사력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파헤쳤다. 상대에 대한 지나친 공포도 자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직 현실적인 대응책만이 의미 있다. 본지는 이윤규 박사를 만나 서적 ‘북한군사론’을 중심으로, 북한 군사력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이윤규 박사는 육군사관학교(34기)를 졸업한 후 여단장까지 지휘관 및 참모 생활을 하고 합동참모대학 작전학처장과 교수로 재직했다. 경남대학교, 부경대학원, 용인대학원에서도 강의했으며, 현재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다. 저서로는 ‘들리지 않던 총성 종이폭탄!’, ‘전쟁의 심리학’, ‘관계의 심리전’ 등이 있다. ‘북한군사론’ 에서는 책임저자 및 제7장의 저자로 참여했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한반도 안보와 국방 군사의 핵심 대상은 다름아닌 북한군이고, 그들에 대해 잘 아는 것이 군사대비에 첫 출발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한군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할 북한학과, 군사학과, 사관학교 생도들조차 제대로 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북한군에 대한 검증되거나 최신화된 교재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2024년 3월부터 군사학 교재 발간을 위해 한국군사문제연구원에서 30여 명의 교수들을 모아 2차례에 걸쳐 토의 및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 결과에 따라 대학교 과정 북한학 등 7개 공통과목 중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 순위에 맞춰 2025년도부터 연차적으로 교재를 발간하는 계획이 정해졌다. ‘북한군사론’은 그에 따라 나온 첫 책이다.
이 책의 필진은 2024년 토의 및 정책 세미나서 선정된 전국 군사학과 및 북한학과 교수 중 엄선된 5명이다. 필진은 군 예비역 또는 현역 장교로서 북한군사 관련 저서 및 논문을 작성한 사람에 한했다. 이들은 집필 회의를 2차에 걸쳐 실시하고, 중간보고, 초안보고를 거친 후에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과 전 국방부 정보본부장, 남북 장성급 회담 대표 등 전문가에게 원고 내용 감수도 받았다.
이로서 기존 유사 서적보다 더욱 높은 신뢰성을 확보 가능했다. 편집 후에도 2차에 걸쳐 공동확인 후 발간한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라고 이윤규 박사는 힘주어 말했다.
북한은 은둔의 왕국으로 불릴만큼 폐쇄사회라 자료 조사 및 취재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윤규 박사를 비롯한 필진들은 모두 군 장교 출신이라 현역 시절에 북한군사 문제를 분석해 왔고, 또 다년간 북한군의 전략, 전술, 훈련 체계, 무기체계 등을 추적해 왔다.
또한 다양한 공개자료, 교차 검증을 거친 탈북자 증언도 최대한 활용했다. 이 책은 북한군의 역사, 조직, 전력, 전략·전술, 비대칭 능력, 발전 전망까지 전반적인 구조를 총체적으로 다룬 최초의 시도이고, 모든 내용이 현실화 및 최신화돼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들었다.
그러면 이윤규 박사가 보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의 실체는 어떤 것일까. 그는 “조선인민군은 조선노동당의 혁명적 무장력”이라고 규정한 조선노동당 규약 제7장 46조를 언급하며 “따라서 북한 군사력은 단순한 방위 수단이 아니라 체제 생존을 위한 전략적 수단이며, 한반도 인민민주주의 혁명(적화통일)을 위한 주력부대”라고 정의했다.
이를 위해 북한군은 재래식 전력뿐만 아니라 핵·미사일, 사이버전, 특수전 등 비대칭 능력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돌파해 대외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도구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북한은 다양한 비대칭전력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WMD의 정밀화와 고도화다. 미 본토 타격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전술핵 미사일 등을 만들어 한반도의 전략 환경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무인기, 사이버전, 전자전, 인지심리전 등 비대칭전 및 비물리전 능력의 강화다. 이는 한국과 동맹국의 취약점을 노린 전략적 선택이다. 모두 한국 및 동맹국이 대응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위협들이다. 특히 인지전, 사이버, 해킹, 대내외 언론매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대남 전략적 심리전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파병된 것도 위협이다. 북한은 이로서 새로운 전쟁양상 경험을 축적하고, 러시아로부터 파병 대가로 경제적 지원 및 첨단 전략 무기기술을 획득해 한반도 게임체인저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 이윤규 박사의 분석이다.
향후 북한은 경제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능력의 다종화와 고도화, 동시에 사이버, 특수전, 무인기 등 비대칭전 수단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대규모 재래식 전력은 필요 최소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이윤규 박사는 전망했다. 이 같은 저비용 고효율 전략을 통해 한국과 동맹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중러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특히 러시아로부터 얻은 첨단 군사 기술로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북한군의 위협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부전승 및 전시 최소피해전승을 위한 군사전략과 군사대비태세, 실효적인 국방 정책을 수립하고, 더 나아가 평시와 전시에 따른 위협 구분과 그에 맞는 대응 전략의 구체화가 가능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는 한미동맹 협력 방향을 조정하는 데도 중요하다. 특히 비물리적 위협의 실체를 간파하고 있어야 평시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윤규 박사는 ‘북한군사론’을 읽을 독자들에게 “북한군을 단순히 ‘위협’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체제 생존 논리와 전략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래야 우리의 안보 전략도 단순한 대응을 넘어 능동적·주도적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러한 이해를 위한 토대이자, 더 깊은 연구와 논의를 촉발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그는 기원했다.
또한 본인이 몸담고 있는 한국군사문제연구원에서도 해당 주제에 대해 여러 내용들을 제시하고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해 주기를 바라며 그는 인터뷰를 맺었다./이동훈 기자 ldh@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