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갑제 대표 “젊은 세대 통일 무관심... 교육과 기록 해결”
- 통일 포기하는 건 민족사와 인류에 대한 배신 ... 통일 준비

“한반도 통일은 가능하고, 반드시 이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12일 광복80년 분단80년을 맞으며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반도 통일 전망을 묻는 질문에 단호하게 답했다. 조 대표는 통일을 ‘역사적 당위’로 규정하며, 남북 국력 격차와 국제 환경의 변화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남한은 지난 수십 년간 대통령 암살, 쿠데타, 군사 반란, 민중 봉기까지 겪으며 체제를 다졌다. 북한도 이런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다”며 “김일성 3대가 자연 수명만 다하며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독일 통일 사례를 언급하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몇 달 전만 해도 서독 정치인조차 통일이 당대에 일어나리라 예상 못 했다”며 “북한에서도 예상 못 한 정치적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통일이 ‘강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동서독 통일처럼 갑작스러운 전환이 올 수 있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통일을 포기하는 건 민족사와 인류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통일의 모델로 조 대표는 동서독과 함께 신라의 삼국 통일을 꼽았다. “신라는 당시 가장 작은 나라였지만 김춘추, 김유신, 문무왕의 지도력, 백성 단합, 세계 정세 판단이 맞물려 통일에 성공했다”며 “당나라와 손잡아 백제를 멸망시키고, 다시 당나라를 몰아내 한반도를 차지한 것은 현실적 외교와 자주정신의 결합이었다”고 설명했다.
삼국사기의 일화를 꺼낸 그는 “김유신이 ‘개는 주인을 두려워하지만 주인이 다리를 밟으면 물어야 한다’고 했다”며 “그 주인이 미국일 수도 중국일 수도 있다. 우리 생존 전략의 핵심은 외세에 기대되 필요하면 맞서 싸우는 고슴도치 전략”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결국 통일과 국가 생존의 최종 열쇠는 ‘자존심’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중국 옆에서 정체성을 유지하고 8천만이 사는 나라로 발전한 건 자존심 덕분입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존심이 모여 나라의 자존심을 만든다. 그걸 잃지 않는 한 통일은 반드시 온다”고 말했다.
통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지만, 방치해선 안 됩니다. 해결책은 교육과 기록입니다.” 조갑제 대표는 젊은 세대의 ‘통일 무관심’ 현상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구체적 해법으로 한자 교육과 전 국민 회고록 쓰기 운동을 제안했다.
조 대표는 먼저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자를 알아야 우리 역사와 단절되지 않습니다. 한자를 알아야 정상적인 한국어를 쓰고, 제대로 된 한국어를 써야 교양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를 단순한 언어 학습이 아니라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는 교육이라고 규정했다.
두 번째 해법은 전 국민 회고록 쓰기 운동이다. 조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역사를 만든 우리가 기록을 남겨야 한다”며 “유명인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자신의 경험을 써서 국가가 모으고,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고록 쓰기의 교육적 효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부모와 국가에 감사하게 되며, 미래를 다짐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애국심과 공동체 의식이 자라납니다.”
조 대표는 특히 탈북자 회고록의 가치를 강조했다.
“탈북자는 60세 이하라도 북한 사회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반드시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만 명만 참여해도 세계 최대의 북한 데이터베이스가 됩니다.”
그는 이러한 기록이 학술 연구, 영화 제작은 물론 개발도상국 정책 수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산림 녹화나 댐 건설 같은 한국의 경험을 전 세계가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소프트 파워입니다.”
조갑제 대표는 보수 진영의 위기를 진단하며 건전한 보수 회복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의 보수는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수 세력과 보수당은 스스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과제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결별하는 것입니다.”
조 대표는 먼저 ‘보수’라는 개념을 세밀히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층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전체 국민의 40%입니다. 이들은 지난 80년 동안 한국의 발전을 주도한 세력이고, 욕을 먹어가며 좋은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그 제도들이 모여 문명이 된 겁니다.”
그는 한국 보수의 역사적 성취를 ‘부국강병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조 대표는 보수 진영의 위기를 보수층이 아닌 ‘보수 세력’과 ‘보수당’의 문제로 봤다.
“보수 세력, 즉 보수 지식인·언론·운동가들이 윤석열 정부 때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팬클럽처럼 박수만 쳤습니다. 지도력 부재와 함께 세력이 무너진 겁니다.”
보수당에 대해서도 “침몰을 계속하고 있으며, 부정선거 음모론이 치명타를 날렸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보수층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침묵하는 다수가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고 했다.
“행동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손발로 뛰든지, 지갑을 열든지. 좋은 사람을 도와주고 직접 움직여야 보수 세력과 보수당을 바꿀 수 있습니다.”
조 대표는 “한국의 주인공은 건전한 보수층”이라며 “이들이 움직일 때만 보수의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신라 삼국 통일 이후 약 300년간 지속된 ‘제1차 황금기’가 지속됐다며 통일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 동북아에는 평화가 왔습니다. 그 시기에 만든 찬란한 문화는 지금도 일본·한국·중국의 박물관을 가득 채우고 있죠. 지금 우리가 누리는 번영과 평화가 바로 그때와 맞먹는 황금기입니다.”
그는 한반도가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한 만큼, 자유 통일이 이루어지면 전쟁의 명분이 사라지고 “동북아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를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현재 한국이 가진 힘의 잠재력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우리는 지금 전성기에 살면서 더 큰 전성기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힘을 쓰지 않는 데 있습니다. 힘은 모여야 하는데, 각자 자기 몫만 지키겠다고 움츠리고 있으니 다 작아지는 겁니다.”
그는 국민들에게 역사서를 읽을 것을 권했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김유신 열전, 태종무열왕, 문무왕의 이야기를 보면 얼마나 위대한 인물들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만든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나는 얼마나 작은 사람인가를 느끼게 될 겁니다.”
조 대표는 “신라의 삼국 통일 정신을 본받아 우리가 더 용감해져야 한다”며 “그 정신이 오늘날의 한국을 더 위대한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