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중층적 안보협력(SCEWS)-전시작전통제권(OPCON) 연동 제안-

이번 달 말 열리는 한미·한일 연쇄 정상회담은 현 국면에서 동북아 안보 지형의 분기점이자 새 판의 시작이다. 핵심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층적 구조(군사–외교–경제・기술)를 한 단계 심화해 조건에 기반한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3년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이 합의한 ‘공급망 조기경보체계(SCEWS)’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SCEWS는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데이터 기반 포괄안보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각별하다.
SCEWS와 중층적 안보협력
한미일 안보협력은 역사적으로 군사동맹(한미, 미일) 위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1995년)로 ‘에너지 안보’를, 3국 대북정책조정그룹(TCOG, 1999년)으로 ‘외교·정책 조율’을 적층하며 중층적 구조로 진화해 왔다. SCEWS는 그 축적을 경제·기술 영역으로 확장한 결정적 전환점이다. 반도체·핵심광물 등 공급망 데이터를 전략 자산화하여 이상 징후의 조기경보–공동대응–복원력 회복을 가능케 하는 경제·기술 레이어를 공식화했다. 즉 동맹에 상응하는 경제안보 연합 운용의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SCEWS가 본격 가동되면 3국은 표준화된 메타데이터와 경보 임계치에 따라 실시간 위험을 탐지·공유·대응할 수 있다. 이는 공급망의 무기화 시에도 예측 가능성을 유지하고 시장 교란을 완화하며, 지역 억제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높인다. 결과적으로 군사–외교–경제・기술 기반의 한미일 안보협력 중층적 구조가 하나의 유기적 메커니즘으로 결속된다.

OPCON 전환과 연계
데이터 기반 3자 협력의 제도화는 연합 대비태세와 상호운용성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OPCON 전환 과정에서 미측 위험 인식을 체계적으로 완화한다. 전환의 성공 조건은 군사 대비태세를 넘어 경제·기술 영역까지 포괄하는 국가역량의 확보에 달려 있다. 한국이 SCEWS에 능동 참여해 경보·공유·대응 표준을 주도할수록 한국의 전략적 신뢰도와 리더십은 눈에 띄게 제고된다.
전략적 자율성: 기회와 도전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SCEWS에서 전략적 허브로 부상할 잠재력이 있다. 공급망 정보를 선제 제공하고 위기 시 안정적 공급자로 신뢰를 얻으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SCEWS 참여는 한국이 미국 주도 기술·경제안보 네트워크와 긴밀히 연계되는 만큼, 대중(對中) 관계 관리의 리스크도 상승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쿠라타 히데야 일본 방위대 교수는 한국이 동맹으로부터의 ‘방기(abandonment)’와 미중 전략적 경쟁에의 ‘연루(entrapment)’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고전적 동맹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한국은 양자택일의 논리를 넘어 공급망의 단계별·기능별 재편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실익을 극대화하는 정교한 지경학 전략으로 자율성을 확장해야 한다.
한미·한일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정책 과제 4가지
이에 연쇄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며 성공할 수 있는 4가지 정책 과제를 제안한다.
1. 3국 ‘공급망 전략 컨트롤타워’ 상설화: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따른 국장급 정례협의체를 설치·가동해 우선 품목군–위험 시나리오–공동 대응 절차를 상시 업데이트하기로 합의한다. 국내는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기획재정부·과기정통부·국가정보원·NSC와 업종별 협회를 묶는 관・민 통합 허브로 연동한다.
2. SCEWS ‘실시간 데이터 허브’ 구축: 3국 공통 메타데이터·보안 프로토콜·경보 임계치를 확정하고, 정보 공유 SLA(서비스 수준)와 책임소재를 명문화한다. 민간 정보는 영업비밀 세이프 하버 원칙으로 보호·활용한다.
3. 한일 ‘경제안보 2+2’ 정례화 및 연습체계 도입: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 등 전략품목을 대상으로 리스크 공동관리–사전조율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도상 모의훈련(TTX)을 정례화한다. 동시에 투명성·정보보호·국민적 공감대 장치를 병행해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
4. 전주기 거버넌스 설계와 다자 연계 : SCEWS–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인도‧태평양 다자 방산 공급망·정비허브 협력(PIPIR)-쿼드(Quad) 등을 기능적으로 연동해 조기경보–공동대응–복원력 회복–훈련·평가에 이르는 전주기 체계를 완성하기로 합의한다. 한국은 표준·프로토콜·정보규범을 선도해 ‘규범 설계자(rule maker)’ 지위를 확립한다.
결론: 이번 회담들은 ‘안보–경제–기술 연계’를 제도화할 시험대다
정리하면, ①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층적 구조(군사·외교·경제・기술), ② 데이터 기반 한미일 SCEWS(조기경보·공동대응) 구축, ③ 조건에 기반한 OPCON 전환, 이 세 고리가 상호강화의 선순환을 만든다. 이 세 고리를 핵심성과지표(KPI)와 로드맵으로 고정할 때, 대한민국은 ‘기획자이자 설계자’로서 역내 질서의 표준·프로토콜·정보규범을 설계–운영–평가까지 주도한다.
SCEWS는 한미일 협력이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제도적 관문이며, 대한민국은 더 이상 수동적 참여자가 아니라 ‘기획자이자 설계자’로서 중층적 협력의 설계–운영–평가를 주도해야 한다. 이것이 OPCON의 안정적 전환을 현실화하고, 동북아 및 인도・태평양의 평화·안정·번영의 기둥으로 서는 가장 실효적인 경로다.
이처럼 이번 연쇄 정상회담은 새 판을 짜는 ‘전략적 설계자’로서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4가지 정책 제안 과제를 전략적으로 준비해 주길 당부한다.
* 필자 소개 *
신치범
건양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로서, 사단법인 미래학회 기획이사와 미래군사학회 사이버/네트워크 상임이사를 겸하고 있다. 『비대칭성 기반의 한국형 군사혁신』, 『한미일 안보협력 메커니즘 중층적 구조의 기원』 등 저술. 『국방환경과 군사혁신의 미래』 공저. 한미일 안보협력, 군사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RMA), 미래 전쟁과 대한민국의 미래 담론을 아우르는 학제적 연구와 정책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