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갑제 대표 "북한 3대 세습은 한국 보수의 비겁함이 원인"
- "北 핵무장에도 자주국방 포기, 돈만 많은 겁쟁이 나라 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12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샌드타임즈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12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샌드타임즈 

“북한은 내륙화, 한국은 해양화…80년 전 분단이 남북의 길을 갈라놨습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12일 광복과 분단 80년을 맞아 진행한 본지 인터뷰에서 “80년 간 분단 된 남북한의 차이를 만든 근본 원인은 지정학, 이념과 체제, 존엄”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체제 경쟁에서는 이미 우리가 이겼지만, 역사와 정통성 싸움에서 지면 그것이 진짜 패배”라고 경고했다.

조갑제 대표는 먼저 ‘지정학적 조건’이 남북의 상반된 발전 경로를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분단 이후 북한은 바다로 나올 길이 막힌 내륙 국가로 남았고, 한국은 북쪽 통로가 끊긴 사실상의 섬나라가 됐습니다. 삼면이 바다인 상태에서 북으로 갈 수 없으니 먹고 살기 위해 바다로 나가야 했죠. 그 결과 북한은 내륙화가 심화됐고, 한국은 해양화가 진행됐습니다.”

그는 해양화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해양화는 무역, 자유민주주의, 해양산업과 맞물립니다. 바다로 나간 나라는 발전하게 돼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은 지리적 조건 때문에 발전 경로가 막혔습니다.”

이념과 체제 차이도 남북한의 격차를 가르는 주요 이유였다. “북한은 사회주의 독재로 개인 능력을 억눌렀지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자유만 주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경쟁이 동반돼야 합니다. 우리는 자유 속 경쟁으로 능력을 100% 발휘했지만 북한 주민들은 10분의 1도 쓰지 못했습니다.”

조갑제 대표는 남북 간 ‘존엄’ 개념의 차이도 지적했다. “북한에서 존엄은 오직 한 사람, 최고지도자에게만 해당합니다. 남한에서는 5000만 국민이 모두 존엄한 존재입니다. 5000만 대 1의 대결에서 체제 경쟁은 당연히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의 허리를 가르는 DMZ 철책선./연합
남북의 허리를 가르는 DMZ 철책선./연합

다만 “남북 대결은 체제 경쟁으로 끝나지 않았다”며 새로운 전선을 ‘역사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지금은 누가 한민족의 정통 국가인가를 놓고 싸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정통 국가인지, 북한 노동당 정권이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체제 경쟁에서 우리가 이겼더라도 정통성 싸움에서 지면 그것이 패배입니다. 더 중요한 싸움에서 우리가 과연 이기고 있는지 냉정히 봐야 합니다.”

조갑제 대표는 남북한 군사력 측면에서 북한의 핵무력 완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은 핵을 보유했고, 우리는 갖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자주국방을 표방하지만, 한국은 미국 의존이 심합니다. 때로는 사대적 근성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남북 대결은 여전히 승부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조갑제 대표는 “대한민국의 통일 담론이 현실에 밀려 변질됐다”며 “헌법이 요구하는 ‘평화적 방법의 자유통일’ 원칙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갑제 대표는 “이승만 대통령 시절의 북진통일론, 박정희 대통령의 ‘선 건설 후 통일’, 그리고 1990년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까지 우리 통일 정책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해왔다”면서 “그러나 평화통일이라는 말이 마치 헌법의 명령인 것처럼 굳어진 건 심각한 착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남북 7·4 공동성명 이후 전쟁 방지를 우선시하며 평화 시기를 확보하려 한 전략은 이해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유통일’이라는 본래 목표가 약화됐고, 이는 자주국방 의지의 쇠퇴와 이념적 무장 해제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헌법 제4조가 말하는 건 ‘평화적 방법의 자유통일’입니다. 북한 노동당 정권을 평화적으로 해체해 한반도를 하나의 정통 국가로 만드는 게 국가 의지죠. 이를 잊으면 통일은 방향을 잃게 됩니다.”

조갑제 대표는 최근 국내에서 확산된 ‘남남갈등’에 대해서도 “본질은 김일성 세력과 대한민국 세력 간의 대결이 남한 내부로 투영된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보수·진보의 정책 논쟁이 아니라 자유와 독재, 존엄과 억압을 둘러싼 생존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중간지대라는 건 없습니다. 말로는 ‘김일성도, 이승만도 싫다’고 하지만 실제 선택의 순간에는 어느 쪽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대결 구도는 통일될 때까지 다른 형태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는 특히 “보수 진영의 전략 부재와 실책으로 인해 김일성 세력, 혹은 그에 동조하는 세력이 주도권을 잡는 듯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한민국 세력은 국가 생존과 자유를 지키는 대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 체제 경쟁에서는 이미 우리가 우위를 점했지만, 더 중요한 건 정통성 전쟁”이라며 “헌법 정신에 입각한 자유통일 의지를 분명히 하고, 국민 교육과 정부의 지속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김씨 일가는 해방 이후 80년 가까이 3대 세습 체제를 유지하고, 최근에는 4대 세습 준비 징후까지 나타난 것과 관련해 그는 원인을 “대한민국의 비겁함, 특히 보수 세력의 비겁함”에서 찾았다.

조갑제 대표는 “한국의 보수가 북한을 흡수 통일할 수 있는 힘도, 기회도 있었지만 자기 희생과 용기가 없었다”며 “남태평양 섬나라 사람처럼 행동하다가 보수는 우습게 되고 통일의 기회는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핵무장 했고, 남한은 핵 없이 버티는 신세가 됐다”고 했다.

조갑제 대표가 꼽은 핵심 문제는 자주국방이다. 그는 “한미동맹에만 의존하다 보니 북한이 핵무장해도 ‘미국이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대응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결국 자주국방을 포기한 겁쟁이, 돈만 많은 나라가 됐다. 국가로서 이보다 큰 타락은 없다”고 지적했다.

역사적 사례로는 신라의 삼국통일을 들었다. 조갑제 대표는 “신라는 당나라와 손잡고 백제·고구려를 멸망시켰지만, 당이 한반도 전체를 차지하려 하자 7년 대당 결전을 벌여 몰아냈다”며 “이후 300년간 동북아에 평화가 이어졌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중국·러시아·일본 모두 전쟁할 이유가 없게 되고, 제2의 황금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려까지는 자주국방 국가였지만, 조선은 주자학적 사대주의로 전환하며 자주국방을 버렸다고 했다. 일본이 쳐들어오면 명나라 군을 끌어들여 막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현대사에서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까지는 자주국방 의지가 있었다”며 “그러나 민주화 이후 군사문화를 무조건 비판하면서 자주국방 의지도 사라졌다”고 했다. 조갑제 대표는 “그 결과 오늘날 한국 보수는 세계에서 가장 비겁한 보수가 됐고, 좌파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초라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몇 달 안 됐지만 현재 나타나는 대북 행보만 보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 방향이 지속되면 ‘문재인 시즌2’가 돼 한반도는 다시 좌우 대결 구도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갑제 대표는 “이재명 정부 안에는 위성락 안보실장처럼 전통적인 대북관과 동맹관을 가진 인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며 “특히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의 최근 조치를 보면 북한 정권에 유리하고 대한민국에는 불리한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대표 사례로 ▲한미연합훈련 축소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및 시설 철거 ▲국정원이 비밀리에 운영하던 대북 라디오·TV 방송 중단 등을 거론했다.

그는 “이 조치들은 모두 김일성 세력, 김정은·김여정을 편하게 하는 일”이라며 “정작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외부 정보 전달 통로는 차단하고 있다. 그 대가로 우리가 얻은 것은 대남 소음방송 중단 정도인데, 이는 비례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갑제 대표는 “이재명 정부는 중도 실용을 기치로 당선됐지만, 이런 흐름이 확산되면 결국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좌우 진영 대결이 격화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민주당 정부도 불행해지고 국민도 불편해진다”고 말했다.

북미관계와 관련해 “트럼프 집권 2기가 시작되면서 북한 문제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결말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갑제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두고 “노벨 평화상을 좋아하고, 허영심이 강하며, 오만한 성향이 결합돼 있어 장기적 안정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권력자가 오만만 있어도 견딜 수 있지만, 허영심과 오만이 함께 하면 반드시 망한다”며 “트럼프 개인에만 매달리면 단견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미관계와 관련, 조갑제 대표는 “변덕스러운 트럼프에게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 국가 이익을 지킬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외교는 국민 여론과 정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북한에 굽실거리거나 무책임하게 행동하면 국민이 이를 지지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현 정부의 국군 통수권자 역할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로서 국군 장교단과 병력을 보호하는 것이 제1 임무”라며 “대한민국 국군은 20세기 역사에서 이스라엘 군대 못지않게 위대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조갑제 대표는 “현재 일부 정치권과 특검이 국군을 괴롭히고 있는데, 이는 장차 대가를 치르게 될 위험한 행위”라며 “전쟁 시에는 군대가 국민을 보호하지만, 평화 시에는 국민이 군대를 보호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갑제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로서 책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군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헌법에 핵보유를 명문화한 가운데, 최근 ‘두 개 국가론’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통일을 포기했다는 해석은 전술적 변화일 뿐”이라며 “전략적으로 통일을 포기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조갑제 대표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영원한 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마찬가지”라며 “통일을 포기하면 패배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일시적으로 ‘따로 살자’는 구호를 내세운 것은 주민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은 한국의 번영을 알고 있고, 여론조사 결과 통일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을 것”이라며 “이를 차단하기 위해 외국처럼 살자는 전술을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갑제 대표는 이 과정에서 남한 내 일부 지식인과 정책 전문가들의 태도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과, 적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현재 생활을 유지하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자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해 조갑제 대표는 “한국은 자주국방 의지를 포기하고 한미동맹에만 의존해 왔다”며 “핵을 가진 북한과 핵이 없는 한국의 대치 상황에서 굴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등장 이후 미국도 믿기 어려워졌다”며 “핵 문제는 한국의 가장 당면한 과제인데, 대통령과 지도층이 무관심하다”고 우려했다.

조갑제 대표는 이어 “최근 우크라이나와 이란 사례를 보면, 핵을 갖지 않은 나라의 운명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알 수 있다”며 “한국도 핵 문제에서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예를 들어 백령도가 기습 점령되고 한국이 반격하면 북한이 핵을 사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이 결사 항전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전술적 변화와 핵 위협을 결코 안심할 요소로 보지 않으며, “한국 지도층이 현실을 직시하고 자주 국방과 비핵화 문제에 진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자 문제를 한반도 통일과 연결해 평가하며 “탈북자 수가 늘어나면 통일은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조갑제 대표는 “탈북자들은 ‘먼저 온 통일’과 같다”며 “1년에 10만 명만 늘어나도 통일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3만~4만 명 수준에 그치는 탈북자 수에 대해선 “정책의 오락가락과 북한 억압, 남한에서의 사회적 편견 때문에 숫자가 적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탈북자들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면서, 불이익이 있을 때 당당히 싸우는 것이 가장 좋은 통일 정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탈북자 출신 변호사 사례를 언급하며 “더 많은 전문 인력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갑제 대표는 또 탈북자를 북한 체제의 인권 말살을 고발하는 ‘증거물’로 평가하며 “통일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탈북자들이 극우 정치 세력과 결합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 보수가 일부 극우 컬트화되고 있다”며 “탈북자가 여기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갑제 대표는 “북한에서 넘어온 서북청년단처럼 공산주의에 대응했던 역사적 극우와, 현재 극우로 불리는 세력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조갑제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탈북자 정책의 핵심은 수용과 보호, 그리고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성 기자 kms@sandtimes.co.kr

 

저작권자 © 샌드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